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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상_밴쿠버

밴쿠버 차이나타운 : 가보기 전 잡담

by 밴쿠버제니 2021. 3. 7.

여러 해 전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미국 서부를 30일 동안 렌트카로 여행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하여 네바다주 쪽으로 돌고 아래로 멕시코의 티후아나 까지 건넜다오는 여정이었는데 빠듯한 예산이었지만 일정이 넉넉하고 우리 마음대로 다니는 자유여행이라 원하는 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고생길인지라 마지막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돌아와 산호세에 살던 친구네에 하루 들렀을 때 함께 살던 친구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아직 코끝을 맴돈다.

아무튼 그때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며 들린 차이나타운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차이나타운 전체를 본 것도 아니고 그냥 중심거리를 지나가며 가게에 들러 우롱차 한 봉을 산 것 뿐인데 미국 속의 중국이 뿌리 깊게 살아있음을 보았다.  알고보니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 북미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아시아권 바깥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초기 이민자 역사는 18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우리나라 역사로 따지면 조선시대 철종 임금이 즉위하고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간행하던 즈음이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거리 일부
샌프란시스코 사진을 찾아보니 차이나타운은 없고 이 두 사진이 눈에 띈다.  왼쪽은 스탠포드 대학에 있는 로댕의 "깔레의 시민상" 이고 오른쪽은 스탠포드 구내에 있던 아름다운 교회 건물이다.  아이들이 스탠포드에 갔으면 하는 사심이 깔린 사진들 ㅎㅎ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 그 규모나 번화함으로 압도적이겠지만 이 지구상 어딜 가도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는 듯하다.  사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  캐나다 북쪽 허허벌판 오지 단 하나뿐인 가게에 들어가면 한국인이 주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밴쿠버에 와서 살아보니 밴쿠버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아닌가 싶다.  어딜 가나 중국말이 내 귓전을 때린다.  여기 한인 마트나 한인 식당들은 중국인 손님이 없으면 아마 매출에 심한 타격이 올 거 같다.  어떤 중국 이웃은 자기는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면서 일주일에 서너번은 사먹는다고 했다.  이 분의 최애 음식은 순두부찌개다.  서양인들 눈에는 다 비슷해보이겠지만 우리 눈에는 입을 닫고 있어도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또는 한국 사람인지 금방 구별이 되는 거 보면 참 신기하다.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에 있는 차이나타운 보다는 작지만, 밴쿠버 다운타운에도 오래되고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있다.  아래 구글캡쳐 사진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차이나타운의 위치를 보여준다.  

밴쿠버 시내 차이나타운에서 리치몬드의 중심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차이나타운에서 가깝고 밴쿠버공항에서도 멀지 않고 전체적으로 평평한 지역인 리치몬드에 많은 중국인들이 모여사는 것이 당연한 듯 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임) 

1980년대 후반 부터 부유한 홍콩과 대만의 중국인들이 다운타운 보다는 리치몬드 Richmond 지역으로 많이 거주하게 되어 최근에는 그곳의 No. 3 Road를 중심으로 Golden Village라는 이름으로 신흥 상업 지역이 조성되었다.  리치몬드시에서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비율이 50퍼센트를 훌쩍 넘어서니 몇년 전 리치몬드의 식당을 비롯한 비지니스의 간판들이 중국어로만 표시되는 것에 현지인들이 항의하고 결국 시에서 영어를 병기하는 법안을 내었다가 5:4로 거부되는 소동까지 빚었었다.  (참고 기사:  theprovince.com/opinion/columnists/gordon-clark-richmonds-regrettable-return-to-chinese-signs-issue)

현지 중국인들의 경제 규모나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지만, 대략 리치몬드의 골든빌리지를 지나다보면 현대식 고층 빌딩과 팬시한 식당들이 즐비하고 다운타운의 차이나타운을 걸어가다보면 대개는 지역주민을 위한 식료품 가게, 특유의 중국 차들과 식재료들, 기념품 가게들로 빼곡하여 왠지 낡고 퇴락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이 차이나타운의 경계하고 있는 도로 East Hastings Street 분위기와 합하여 더욱 그런 거 같다.  참고로 이 이스트 헤이스팅스는 노숙자와 마약이 성행하는 밴쿠버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리이기도 하다. (그건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비록 리치몬드 지역에 비지니스의 중심을 내어주기는 했어도 다운타운의 차이나타운은 그 역사성과 고유함으로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중이라 한다.  유입 이민자들이 다양화됨에 따라 음식도 다양화 시키고 주변지역 개발에도 열심이다.  그중 하나가 전철역 Stadium-Chinatown Skytrain역 옆으로 건설된 International Village Shopping Centre가 있으며, 차이나타운역을 중심으로 많은 현대식 콘도 (아파트)가 들어섰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차이나타운의 International Village Shopping mall 에 있는 중국 식품점 T&T 수퍼마켓이다


밴쿠버 차이나타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년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차이나타운 거리를 걷고 즐기며 다양한 행사를 구경하는 페스티벌 Vancouver Chinatown Festival이 있다.  이 행사는 대개 이틀 동안 열리는데 2019년에는 하루동안, 또 페스티벌 20주년이었을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페스티벌에 대한 사항은 여기서:  chinatownfestival.ca/
이런 축제 뿐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큰 명절이 음력 설 (춘절)이나 추석 (중추절)이 오면 시내 곳곳 쇼핑몰 등지에 중국 특유의 등과 상징들로 장식되고 차이나타운 길에서 갖가지 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한다.

차이나타운 페스티벌
음력설 때의 퍼레이드 photo By Naima Moore


어딜가나 들려오는 중국어.  골프장 넓은 천지 울려퍼지고 내가 좋아하는 딤섬식당에 앉아서도 쩌렁쩌렁 울려서 대화에 방해가 된다.  이런 환경에서 왜 내가 아직 중국말을 못하는지 이상할 지경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귀에는 너무 큰 소리들과 이들의 다소 저돌적인 태도와 또 알지 못한채 내 속에 스며있었던 이런 저런 편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살면 살 수록 이들의 무서운 저력에 놀란다.  그 일례로 내가 이민 초기 잠시 몸담았던 중국인 사회봉사기관 SUCCESS (United Chinese Community Enrichment Services Society)가 있다.  캐나다 정부 보조를 받아 이민자를 돕는 중국기관인데 한국어와 Farsi (이란어) 사용 이민자에 대한 서비스도 곁다리로 있었다.  이들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봉사 활동과 지역사회를 향한 각종 도네이션 내역은 놀라웠다.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까지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생김새나 모국어가 다르더라도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동일한 인간이기에 서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좋은 이웃으로 지내야 하리라.  이제 중국말 한 마디씩 배워볼까 싶다.  짜이찌엔~~

https://vancouver-chinatown.com/ 밴쿠버 차이나타운 입구에 서있는 밀레니엄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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