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우스에 오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스키장이라는 인식으로 겨울스포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사계절 다양한 활동들을 즐길 수 있고 구경거리도 많다. 하지만 내게 있어 넘버원 그라우스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Grouse Grind 다. 몇 번 다녀오진 않았지만 올라갈 때 마다 죽을 만큼 힘들고 도착하면 너무도 시원하고 강력한 짜릿함이 있는 그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그라우스 그라인드는 그라우스 주차장 옆 쪽으로 난 입구로 부터 정상 샬레 summit chalet에 이르기 까지 약 2.9 킬로미터를 곧바로 올라가는 트레일 코스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대신 수직 계단을 걸어올라 간다고 보면 되는데 그 이름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듯이 상당히 힘든 코스이다.
아래는 대체로 그라우스 홈페이지에 있는 사실적인 내용들을 발췌해 싣는다.
(참고: www.grousemountain.com/grousegrind)
Trail Facts
총길이: 2.9 킬로 (1.8 마일)
출발지: 해발 274 미터 (900 피트)
도착지: 1,127 미터 (3,700 피트)
총 계단 수: 2830 개
연간 15만명 이상이 이 트레일을 오르며, 나이로 볼 때 7세에서 90세에 이르기 까지 남녀 균등한 분포를 보인다고 한다.
그라우스 그라인드는 대략 봄에서 가을 까지 오픈한다. 한여름일 경우 오전 6:15분 부터 저녁 7시경 까지 열게 되는데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Grind Timer
이 트레일을 오를 때 출발지에서 타이머를 찍는 광경을 많이 본다. 그라인드 타이머 Grind Timer 라고 하여 25불에 구입할 수 있는데 무선주파수 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찍으면 정상에 있는 게스트서비스 센터 모니터에 나타나고 온라인으로 체크할 수도 있다. 그라우스 홈페이지에서 계정을 열면 본인 기록 랭킹을 알 수도 있다. 현재 공식 최단 주파 기록은 23분 48초로 나와있다. 여기 등록한 사람들의 평균기록은 1시간 반 정도라고 한다.
Quarter Marks
전 구간의 1/4 지점 마다 (quarter mark) 표시가 되어 있다. 경사도로 따지자면 두번째와 세번째가 처음과 마지막 쿼타보다 더 가파르다. half mark가 있는 지점에 이르러 밴치가 두세개 있을 뿐이므로 도중에 잠시 쉴 때는 대개 트레일 한켠으로 비켜 서있어야 한다.
Downhill Travel
이 트레일은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코스가 많아서 내려오는 산행은 허용되지 않고 정상에서 스카이라이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예전에는 내려오는 곤돌라만 타는 데 10불이었는데 지금 홈페이지를 보니 주중에는 15불, 주말이나 휴일에는 20불로 인상되어 있다. 자주 다니려면 연회원을 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Etiquette Rules
이 코스는 매우 좁은 트레일이므로 항상 우측통행을 하도록 하며, 좀더 빠른 경험자들이 패스해 지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나아가야 한다. 대개 이들이 "on your left" (좌측으로 지나갑니다) 라고 말하면서 지난다.
이 곳에는 도중에 화장실 시설이 전무하다. 따라서 미리 용변을 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은데 막상 올라가 보니 하도 땀을 많이 흘려서 화장실 생각도 없었다.
개를 동반 할 수 없다. 이 규칙은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 뿐 아니라 그라우스 산 정상에도 해당된다. 이유는 환경보호와 다른 하이커들, 또한 트레일에 있는 모든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 차원이며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트레일 중간에 쓰레기통인 전혀 없으니 본인이 가져온 모든 것은 정상 까지 스스로 가져가야 한다.
번잡한 날에는 내려가는 곤돌라도 번잡하다. 여벌의 셔츠를 갈아 입거나 디오도란트를 챙기는 배려도 필요하다.
What to Bring, What to Wear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들어서기 전에 충분한 수분과 영양섭취를 하고 오는 것이 좋으며, 도중에 마실 물이나 스포츠 음료, 트레일 믹스나 초코렛, 바나나 등 염분이나 칼륨이 충분한 간식을 휴대하여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신발은 필수. 트레일 슈즈나 가벼운 등산화가 좋다. 땀을 잘 통과시키는 스포츠 의류를 겹으로 착용하는 것이 포인트. 트레일 도중에는 추울 일이 없지만 막상 멈추면 쉽게 체온이 내려가므로 보온이 되는 얇은 옷이 좋다.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산 꼭대기 기온이 급격히 변할 수 있으므로 방수옷도 필요하다. 슬리퍼나 단화를 신거나 청바지는 금물이다. 이 트레일은 가벼운 등산길이 아니므로 적절한 복장이 필수다.
Am I fit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 코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코스가 "the Grind" 인 이유가 다 있다. 본인의 최대 심박수를 유지하며 최소 40-60분 정도 운동하기에 무리가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트레일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유산소운동이나 스쿼트, 런지 같은 운동을 충분히 해서 본인의 체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Other Tips
트레일에 갈 때는 그라우스 그라인드에 간다는 것과 돌아올 시간 등을 지인에게 알려두는 것이 좋다.
올라갈 때는 한 쿼터씩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올라가면 좀 쉬워질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너무 빠르게 진행하지 마라
필요할 때는 쉬어 가라. 쉴 때는 트레일 옆으로 물러나서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배려하라
앞 사람 누군가를 지정해서 따라가며 페이스를 조정하는 거도 좋은 방법이다.
아침시간대가 대체로 덜 붐빈다.
COURSE RECORDS
그라우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트레일 코스의 남자 최단기록은 2010년 BMO Grouse Grind Mountain Run®에서 Sebastian Salas가 세운 25분 01초, 여자부문에서는 2018년에 Madison Sands의 30분 02초 기록이라 한다.
비공식 기록으로는 23분 48초인데 역시 살라스가 2010년 세운 기록이다. 이 기록은 뉴질랜드에서 온 Jonathan Wyatt가 세웠던 24분 22초의 기록을 6년 만에 깬 것이다. 와이어트는 세계 산악 달리기에서 2번이나 우승을 했고 올림픽에도 출전한 유명한 선수라고 한다.
이런 최단기록들보다 더 놀라운 기록이 있다.
그라우스 측에서는 BC 아동병원을 돕는 기금 마련을 위해 매년 대회를 개최하는데 낮 시간이 가장 긴 하지점 (summer solstice)에 새벽 4시 부터 밤 10시 까지 시간 동안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오른 횟수를 측정한다.
이 대회에서 2019년 6월 21일, 밴쿠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57세의 남자 Wilfrid Leblanc이 하루 동안 무려 19회를 등반한 기록이다. 이런 기록을 세우려면 매 시간 한 번씩 올라야 한다. 그것도 종일 쉬지 않고 열아홉 번을 반복한다는 것은 한번이라도 올라보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르블랑은 자신의 병 (a tendinitis in his heel 족부 건염인 거 같다) 때문에 자주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찾았다고 한다. 게다가 친구 아들이 폐에 문제가 있어 5번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것을 보고 이번 아동병원 모금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뉴스참고: www.cbc.ca/news/canada/british-columbia/grouse-grind-record-19-times-bc-children-hospital-1.5189777)
여자부에서는 37살 Brook Spence가 세운 18회 기록이다. 스펜스는 지난해에는 17번 기록이었다 하니 타고난 체력의 소유자인 거 같다.
내가 올라보니, 하루에 딱 한번 올라가는데도 나중에는 한 계단 한 계단을 기어오르다시피 하게되고 쥐고 있던 손수건을 내동댕이 치고 싶을 정도였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올라서 전체의 평균 보다 약간 짧은 1시간 20분 걸렸었다. 정상에서 녹초가 된 몸이 주는 나른한 만족감을 느끼며 서서히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 차로 발길을 돌리는데 곤돌라를 함께 탔던 내 앞의 덩치 큰 레깅스 여인은 다시 그라인드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노~ 오늘은 이제 그만. 이걸로 충분하다. 내 체력에 비해 이것도 과하다.
그런데... 한번으로도 너무 피곤한데...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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