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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상_밴쿠버

먼디가 가까운디~ 코퀴틀람의 Mundy Park

by 밴쿠버제니 2021. 3. 18.

살다보면 유독 정이 가는 길이 있고 가게도 있고 공원도 있다.  광역밴쿠버에서 포트만 다리를 건너가면 써리 (Surry)라는 동네가 있다.  그 동네에 여러 크고작은 공원들이 있지만, 한 공원 Green Timbers Urban Forest Park (줄여서, 그린 팀버스)는 그저 지나가기만 해도 아하~ 여기가 써리의 폐로구나, 모든 나쁜 공기를 정화시키고 동네사람들의 숨을 새롭게 하는 위대한 숲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곳에 들어가면 누구든 속세의 때를 다 벗고 새사람이 될 거 같은 상상을 하면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달리곤 한다.  물론 차로 ㅎ

광역밴쿠버의 강북 동네 중 하나인 코퀴들람 (Coquitlam)으로 넘어오면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드는 공원이 있다.  공원이라기 보다 숲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 먼디파크 (Mundy Park)이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써리의 그린팀버스 (452 acres)와 코퀴틀람의 먼디파크 (435 acres)는 규모가 거의 같다.  호수를 끼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사실 그린팀버스는 가운데 도로와 파워라인이 지나가는데다 RCMP (캐나다 경찰) 건물 등이 자리잡고 있어서 오로지 숲의 기능이 더 큰 편이고 근처에 있는 또다른 공원 Bear Creek Park에 주민을 위한 여러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반면에 먼디파크는 운동시설과 숲 트레일과 호수가 일체가 되어있고 접근성이 매우 좋다.

 

왼쪽은 써리의 그린팀버스이고 오른편은 코퀴틀람의 먼디파크이다.  

Mundy Park 주소:   641 Hillcrest St, Coquitlam, BC V3J 6N9

 

먼디파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 공원을 둘러싼 동네길로 사방에서 그냥 걸어들어오면 된다.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없이 그저 길 가다 잠시 들어가서 앉아있거나 긴 트레일을 걸어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작정하고 시간 재며 뛰기도 하는 내 집 내 마을 뒷마당 같은 곳이다.

잠시 기록을 찾아보니, 먼디파크는 원래 이 땅을 구매한 George Munday 이름을 따서 처음에는 Munday Park로 불리웠다고 한다.  코퀴틀람의 유소년 야구팀인 Coquitlam Reds가 이 먼디파크의 운동장에서 홈게임을 치른다고 나와있고, 영화 Deck the Halls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는 하나 별로 유명한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하다.  미국 티비 시리즈인 "Supernatural"이 밴쿠버 곳곳에서 촬영되었는데 먼디파크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먼디파크는 코퀴들람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공원으로 (176 헥타르 = 435 에이커) 두 개의 호수, 즉 Mundy Lake와 Lost Lake가 있다.  또한 운동시설로는 잔디운동장, 라크로스 박스, 야외 수영장, 디스크골프장, 아이들 놀이터, 피크닉용 테이블 등을 갖추고 있다.   

코퀴틀람 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가보면 먼디파크에 있는 시설은 다음과 같다.
www.coquitlam.ca/facilities/facility/details/Mundy-Park-59

Baseball / Softball Diamond

Disc Golf (9 hole) Dog Off-Leash Lacrosse Box Little Library

Meeting Rooms

Off-Road Cycling

Pickleball

Picnic Shelters Playing Field
Pool (Spani outdoor pool) Sports Fields Sports Library Trails Washrooms

 

 

주차장 근처에 피크닉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 앞으로 잔디 운동장이 보인다
어린이들 놀이터.  나무 집 위로 나도 올라가보고 싶구나
축구와 야구, 소프트볼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잔디 운동장.  앞에 보이는 관중석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여긴 라크로스 박스.  라크로스는 캐나다에 와서 처음 본 운동종목이다.
라크로스 박스 옆으로 비치 발리볼 코드도 있다. 

 

대개 먼디파크를 가는 것은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숲속을 걸으러 가게 된다.  이제는 걸어보자.
트레일 코스에 대해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먼디파크에서는 그저 바깥으로 한바퀴 돌기 시작하면 된다.

위 안내판에서 파란색 코스 (Perimeter Trail)을 따라돌면 된다.  말 그대로 둘레길이다.  
이 먼디 둘레길을 돌다가 심심하면 Mundy Lake를 들어갔다 나오고, 다시 둘레길을 가다가 심심하면 잠시 Lost Lake를 찍고 오면 된다.  그러다가 차가 있는 곳, 또는 걸어왔다면 집 가는 길로 빠져나가면 된다.
이 둘레길로 한바퀴하면 만보 정도 찍힌다.

햇살은 좋은데 아직 쌀쌀한 3월 초순 먼디파크 둘레길 풍경 몇 장 담았다.

Perimeter 트레일을 시계방향으로 돌면 Mundy Lake가 가깝다.
트레일 입구 만나는 나무.  자전거 가족 중 맨 꼬마. 
Perimeter trail 내내 이런 숲길이 이어진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트레일이 아주 푹신한 나무 껍질로 된 부분이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이렇게 흙바닥으로 단단해졌다.  일부 구간은 낮은 나무 펜스도 세워졌다.
트레일 옆 숲속은 자연 그대로인지라 사진 보다 훨씬 더 원시림 느낌이 난다.  
트레일이 거의 그늘 속이라 한여름에 오면 정말 시원하다.  3월에는 오히려 햇살이 그리웠다.
공원에 거의 1인 1개인 듯 하다 ㅎ  목줄을 풀어도 되는 구간도 있다.
잠시 방향을 착각해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가 돌아나왔다.
그러다 보니 Lost Lake는 지나쳐서 그야말로 lost했다.  담번에 또 가면 되니 미련없이 나온다.

아래는 먼디파크에서 Lost Lake 보다는 규모가 좀 큰 Mundy Lake 풍경을 몇 장 담아보았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 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

물에 비친 파란 하늘과 구름이 놀랍게 선명하다.
호수가 아주 크진 않아서 쉽게 한바퀴 돌 수 있다.

 

먼디파크를 돌다보면 처음엔 나무만 보이다가 자꾸 숲이 보이고 숲에서 나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보이지 않지만 저 숲 속에 얼마나 많은 작은 것들이 살고 있으랴.   이곳에는 많은 새들과 올빼미, 나비 종류, 박쥐들이 살고 있고 야생 사슴과 곰도 가끔 보인다고 한다.

2019년에 두 마리 새끼를 대동한 흑곰이 여러 번 목격되어서 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트랩을 놓는다는 소식도 기억난다.  그 곰들은 아마 옮겨졌을테지만 이렇게 주택들로 둘러싸인 동네 공원에 어떻게 왔을지 궁금해진다.

먼디파크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동네길에서 몇 발자욱 들어서는 순간 마치 공간이동을 한 듯 나를 에워싸는 기운이 확 달라지는 곳이다.   

베이징 황사가 극심하다는 뉴스에 한국에 있는 아들과 사돈의 팔촌 까지 끄집어내어 걱정을 하면서
늘 곁에 있어 당연시했던 이 숲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Mundy Lake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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