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유독 정이 가는 길이 있고 가게도 있고 공원도 있다. 광역밴쿠버에서 포트만 다리를 건너가면 써리 (Surry)라는 동네가 있다. 그 동네에 여러 크고작은 공원들이 있지만, 한 공원 Green Timbers Urban Forest Park (줄여서, 그린 팀버스)는 그저 지나가기만 해도 아하~ 여기가 써리의 폐로구나, 모든 나쁜 공기를 정화시키고 동네사람들의 숨을 새롭게 하는 위대한 숲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곳에 들어가면 누구든 속세의 때를 다 벗고 새사람이 될 거 같은 상상을 하면서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달리곤 한다. 물론 차로 ㅎ
광역밴쿠버의 강북 동네 중 하나인 코퀴들람 (Coquitlam)으로 넘어오면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드는 공원이 있다. 공원이라기 보다 숲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 먼디파크 (Mundy Park)이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써리의 그린팀버스 (452 acres)와 코퀴틀람의 먼디파크 (435 acres)는 규모가 거의 같다. 호수를 끼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사실 그린팀버스는 가운데 도로와 파워라인이 지나가는데다 RCMP (캐나다 경찰) 건물 등이 자리잡고 있어서 오로지 숲의 기능이 더 큰 편이고 근처에 있는 또다른 공원 Bear Creek Park에 주민을 위한 여러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반면에 먼디파크는 운동시설과 숲 트레일과 호수가 일체가 되어있고 접근성이 매우 좋다.
Mundy Park 주소: 641 Hillcrest St, Coquitlam, BC V3J 6N9
먼디파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 공원을 둘러싼 동네길로 사방에서 그냥 걸어들어오면 된다.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없이 그저 길 가다 잠시 들어가서 앉아있거나 긴 트레일을 걸어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작정하고 시간 재며 뛰기도 하는 내 집 내 마을 뒷마당 같은 곳이다.
잠시 기록을 찾아보니, 먼디파크는 원래 이 땅을 구매한 George Munday 이름을 따서 처음에는 Munday Park로 불리웠다고 한다. 코퀴틀람의 유소년 야구팀인 Coquitlam Reds가 이 먼디파크의 운동장에서 홈게임을 치른다고 나와있고, 영화 Deck the Halls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는 하나 별로 유명한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하다. 미국 티비 시리즈인 "Supernatural"이 밴쿠버 곳곳에서 촬영되었는데 먼디파크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먼디파크는 코퀴들람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공원으로 (176 헥타르 = 435 에이커) 두 개의 호수, 즉 Mundy Lake와 Lost Lake가 있다. 또한 운동시설로는 잔디운동장, 라크로스 박스, 야외 수영장, 디스크골프장, 아이들 놀이터, 피크닉용 테이블 등을 갖추고 있다.
코퀴틀람 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가보면 먼디파크에 있는 시설은 다음과 같다.
www.coquitlam.ca/facilities/facility/details/Mundy-Park-59
Baseball / Softball Diamond |
Disc Golf (9 hole) | Dog Off-Leash | Lacrosse Box | Little Library |
Meeting Rooms |
Off-Road Cycling |
Pickleball |
Picnic Shelters | Playing Field |
Pool (Spani outdoor pool) | Sports Fields | Sports Library | Trails | Washrooms |
대개 먼디파크를 가는 것은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숲속을 걸으러 가게 된다. 이제는 걸어보자.
트레일 코스에 대해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먼디파크에서는 그저 바깥으로 한바퀴 돌기 시작하면 된다.
위 안내판에서 파란색 코스 (Perimeter Trail)을 따라돌면 된다. 말 그대로 둘레길이다.
이 먼디 둘레길을 돌다가 심심하면 Mundy Lake를 들어갔다 나오고, 다시 둘레길을 가다가 심심하면 잠시 Lost Lake를 찍고 오면 된다. 그러다가 차가 있는 곳, 또는 걸어왔다면 집 가는 길로 빠져나가면 된다.
이 둘레길로 한바퀴하면 만보 정도 찍힌다.
햇살은 좋은데 아직 쌀쌀한 3월 초순 먼디파크 둘레길 풍경 몇 장 담았다.
아래는 먼디파크에서 Lost Lake 보다는 규모가 좀 큰 Mundy Lake 풍경을 몇 장 담아보았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 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
먼디파크를 돌다보면 처음엔 나무만 보이다가 자꾸 숲이 보이고 숲에서 나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보이지 않지만 저 숲 속에 얼마나 많은 작은 것들이 살고 있으랴. 이곳에는 많은 새들과 올빼미, 나비 종류, 박쥐들이 살고 있고 야생 사슴과 곰도 가끔 보인다고 한다.
2019년에 두 마리 새끼를 대동한 흑곰이 여러 번 목격되어서 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트랩을 놓는다는 소식도 기억난다. 그 곰들은 아마 옮겨졌을테지만 이렇게 주택들로 둘러싸인 동네 공원에 어떻게 왔을지 궁금해진다.
먼디파크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동네길에서 몇 발자욱 들어서는 순간 마치 공간이동을 한 듯 나를 에워싸는 기운이 확 달라지는 곳이다.
베이징 황사가 극심하다는 뉴스에 한국에 있는 아들과 사돈의 팔촌 까지 끄집어내어 걱정을 하면서
늘 곁에 있어 당연시했던 이 숲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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