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살이27 짧은 시작 딱 6개월만에 이 페이지를 열어본다. 어딜 갔던 거도, 무슨 병이 났던 거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을 닫은 이래 열기가 어려웠다. 다락 위 낡은 책상 서랍 속에 쭈욱 밀어넣어 버린 듯 뒷산 안개 속 오두막에 두고 온 뒤 잊어버린 듯 한동안 나의 애착인형이었던 이 공간을 사실은 애써 잊고자 했다. 새로운 곳을 갈 때 마다 사진을 찍게 되고 모인 사진이 너무 많아져 하나씩 정리하며 기록하던 것이 어느 순간,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만두었던 거 같다. 지금 그 서랍을 열고보니 잡동사니가 어마어마하다. 생활의 때가 단단히 묻은 잡동사니들 나름 미니멀리스트인데다 무질서를 어려워하는 내가 이 잡동사니들을 그냥 두었다간 panic 상태에 들어갈 거 같기에 어렵사리 걷어보.. 2023. 5. 5. 경포대 호텔 씨마크 이 글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쓰는 것이다. 하룻밤 묵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투어를 해본 적도 없지만 늘 지나다니면서 궁금했었기에 찾은 자료와 찾은 사진으로라도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바로 강문에서 경포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씨마크 (Seamarq) 호텔이다. 강릉에 대한 나의 기억에 이 자리에는 늘 경포대 현대호텔이 있었다. 바다 뷰가 멋진 호텔 커피숍에 가기 위해 가파르고 굽어진 언덕길을 차로 오르던 기억이 어슴푸레 난다. 현대호텔 앞 경포대 해수욕장은 생전에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매년 여름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가해 젊은 사원들과 씨름, 배구, 달리기를 함께 했던 장소로 알려져있는 곳이다.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앞을 지날 때면 왠지 바다로 달려가는 황소 같은 근육 위로 건.. 2022. 10. 27. 어느 멋진 시월 오후, 선교장에서 집에서 멀지 않은 선교장으로 가는 길이다. 손님 오셨을 때 강릉 관광차 모시고 가던 오죽헌과 선교장~ 오늘은 선교장에서 있는 야외 공연을 보러 간다. 처음 갔을 때 다소 심심했던 선교장에서 다채로운 체험과 공연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오후 3시 공연 소식을 듣고 한 시간 먼저 도착해보니 마침 해설사가 한 무리를 이끌고 선교장을 돌기 시작하길래 이게 왠 횡재냐 싶은 마음으로 얼른 따라붙었다. 몇번을 와보았어도 해설사와 함께 하면, 하나 하나 다르게 보인다. 소슬대문을 지나 행랑채, 별당, 안채, 사랑채, 열화당, 여름 별장 등등까지 둘러본 다음 우리는 오늘 선교장 방문의 주목적인 야외공연장으로 향했다. 조선시대 선교장은 대궐 밖 조선 제일 큰집으로 손님 접대에 후하여 아낌이 없고 만석꾼 부호임에도 .. 2022. 10. 23. 기술이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 아르떼 뮤지엄 이 제목은 내가 붙인 것이 아니다. 강릉에 있는 아르떼 뮤지엄을 다녀온 후 이 분야가 궁금하고 이를 만든 사람들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발견한 잡지의 한 기사 중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 아르떼 뮤지엄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현대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2020년 9월 제주에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2021년 8월 여수, 그리고 같은 해 12월 강릉에 전시관을 오픈했다니 올봄에 우리가 강릉에 온 이후 계속 열려있었는데 최근에야 우연히 듣고 알게 되어 다녀왔다. 음악은 직접 들어야하고 미술은 직접 보아야하고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한다는 우리의 (나의)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현란한 첨단기술이 선사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https://artemuse.. 2022. 10. 23. 강릉 문화재 야행 차를 타고 가는데 이런 글귀의 현수막과 배너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찾아봐야지 하다가도 볼일 마치고 집에 오면 잊어버리니 나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나보다. 그러다가 강릉 시내에서 교통통제 안내를 받고 그제서야 뭔가 일어나고 있슴을 직감하고 찾아보니 강릉 단오제 버금 가는 강릉의 큰 행사가 아닌가. http://www.gncn.or.kr/web2021/main.php 강릉문화재야행 강릉문화재야행, 다시 깨어나는 천년의 관아 강릉대도호부, 역사투어, 문화공연, 체험 전시 프로그램 gncn.or.kr 행사는 9월 29일에서 10월 1일까지 3일 동안인데 "역사는 밤에도 잠들지 않는다"는 행사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 처럼 늦은 밤까지 (6-11pm) 성대한 공연과 행사가 간단없이 열리고 있는 거였다... 2022. 10. 10. 경포 생태저류지 경포호수 옆에는 가시연 습지가 있고 이어서 하천과 들판이 어우러진 넓은 지역이 있다. 경포해변으로 나갈 때 봄가을 아름다운 벚꽃과 단풍을 따라 차로만 지나다니면서 그 너머는 그저 개천을 따라 있는 넓은 논밭이겠거니 했다. 알고보니 경포 생태저류지라는 이름의 특별한 곳이었다. 경포생태저류지는 집중 호우 시 하천 범람 우려가 있어 하천 기본 계획 및 수해 방지 종합 대책에 의거 저류지를 조성하여 수해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예방코자 설치되었다. 강릉의 명소 오죽헌과 경포호수의 사이에 있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넓은 들판에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백로, 청둥오리, 두루미 등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강릉시청 소개) 저류지라는 용어가 생소하여 몇 군데 찾아보니 여러 가지 전.. 2022. 10. 9. 내 친구의 집은 바다 보고파서 강원도음식 생각나서 심심하니 드라이브나 하려고 3시간 달려서 오던 강릉에서 6개월째 살고있다. 어제 오후 다녀왔던 솔밭을 오늘도 나가볼 수 있고 어제 보았던 광대한 바다가 내 눈 앞에 그대로 일렁이고 있는 것이 영어로 딱 적당한 표현이 있다 surreal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매일 새롭고, 매일 꿈 같다. 당연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그만큼 나의 적응력이 더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 강릉에서 발을 땅에 딛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주는 친구가 있다. 그는 사실 남편의 동창 친구와 그 부인이다. 강릉 시내 학교로 등교하려면 몇 시간을 걸어야하는 외곽의 아주 깡촌에 살던 그가 서울대 입학했다니 아마 그옛날 시골마을 입구에는 자랑스런 플랭카드가 걸렸으리라. 그는 강릉에서.. 2022. 10. 2. 경포에서 만나는 허난설헌과 허균 강릉 하면 오죽헌이라 신사임당과 율곡을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경포호에 이르면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만나지 않고서는 떠날 수가 없다. 경포호수를 둘러싸는 산책로를 따라 허균의 홍길동전을 형상화한 아담한 캐릭터가 수십 개 세워져있고 초당동 방향으로는 허난설헌 생가터가 있는데 공원과 기념관으로 조성되어 있다. 경포호수 광장을 지나 봄이면 튤립이 만발하는 꽃밭 끝 둥그런 달이 떠있는 옆에 허난설헌 생가터로 가는 다리 난설헌교가 있다. 물론 이 생가터는 초당마을 쪽에 넓은 주차장과 더불어 주 출입구가 있지만 우리는 주로 경포호수를 돌다가 이 다리를 지나 들어가곤 한다. 봄과 여름, 이번 초가을 까지 여러 차례 다녀온 사진들이 섞여있다. 다리를 건너 허균 허난설헌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솔밭이다. 역시 .. 2022. 9. 24. 참소리를 찾아서 (축음기-에디슨-영화) 송정해변 솔밭을 걷거나 캠핑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책을 읽다 깜빡 졸기도 하다가 무대를 경포호수로 옮겨 잔잔한 수면 위로 작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며 호수와 습지를 한바퀴 돌기도 하는~~ 강릉에서 로컬로 사는 우리의 여름 날들이 대개 이랬다. 어느날 호수를 돌다 시선을 호수 바깥으로 돌리니 내 눈에 박물관이 들어왔다. 늘 그곳에 있음을 알고 있었고 늘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딱히 주시하지 않았는데 이 날은 후다닥 길을 건너 박물관으로 직진하여 들어갔다. 바로 경포대 정자 옆의 강릉 참소리 박물관~ 사립 박물관으로 세 개의 건물로 되어있다. 이 박물관에서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과 에디슨 박물관은 내부에서 연결되어 있고, 맨 우측의 영화 박물관은 떨어져있다. 입장료는 이 세군데를 모두 가볼 수 .. 2022. 9. 2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