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6개월만에 이 페이지를 열어본다.
어딜 갔던 거도, 무슨 병이 났던 거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을 닫은 이래 열기가 어려웠다.
다락 위 낡은 책상 서랍 속에 쭈욱 밀어넣어 버린 듯
뒷산 안개 속 오두막에 두고 온 뒤 잊어버린 듯
한동안 나의 애착인형이었던 이 공간을
사실은
애써 잊고자 했다.
새로운 곳을 갈 때 마다 사진을 찍게 되고
모인 사진이 너무 많아져 하나씩 정리하며 기록하던 것이
어느 순간,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만두었던 거 같다.
지금 그 서랍을 열고보니
잡동사니가 어마어마하다. 생활의 때가 단단히 묻은 잡동사니들
나름 미니멀리스트인데다 무질서를 어려워하는 내가
이 잡동사니들을 그냥 두었다간 panic 상태에 들어갈 거 같기에
어렵사리 걷어보고 있다
그냥 닫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힘들지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천천히
한번에 하나씩~
이것을 나의 새로운 인생모토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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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사실은 지난 겨울 나의 오래된 노트북 하드가 나갔었다. 두어달 껌뻑거리면서 신호를 보내왔건만 애써 무시하다가 어느날 너무 느려져 강릉 시내에 있는 삼성서비스에 갔더니 완전히 하드가 나간 거니 하드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오래된 모델이라 하드를 구해오면 교체서비스를 해준다는데 역시 한국의 쿠팡~ 없는 게 없었다. 홈쇼핑에서 LG그램, 갤럭시 북3의 엄청난 기능과 무려 본체가격보다 더 비싸보이는 역대급 선물에 36개월 할부라는 달콤한 유혹을 용감하게 물리치고 하드 구입과 교체 비용으로 십만원 들여 다시 쓰는 내 노트북이다. 나의 모든 사진이 D 드라이브에 보관되어 있었기에 다 잃는구나 싶었는데, 너무 느려져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usb에 사진과 문서를 복사하는 임무를 수행해준 내 노트북을 배신할 수 없기에 한동안 사랑하며 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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