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살이27 강릉시립 미술관 바닷가 소나무 숲 그늘에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 찰옥수수를 먹으며 하늘과 바다를 쳐다보다가 책을 펴들고 읽다보면 스르륵 눈이 감기기도 하는 여름 강릉에서의 하루는 매일 똑같아도 지겹지가 않다. 어느 더운 여름 날, 송림 그늘 아래도 후덥지끈하게 느껴지던 날 우리는 일찌감치 짐을 꾸려 강릉 시내에 있는 미술관에 들렀다. 강릉시에서 발행하는 잡지들에 "강릉 플러스"와 "설렘 강릉"이라는 잡지를 만났기에 이곳에서 소개한 미술관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이 두 잡지는 도서관이나 은행, 아파트 입구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그닥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같은 뉴페이스들에게는 소중한 안내자료가 된다. 강릉 시립 미술관은 물론 처음에는 네비가 가르키는 주소로 따라갔지만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들여.. 2022. 7. 20. 대관령 박물관, 지나치기만 하던 그렇다. 그렇게 수십년 강릉을 오르내렸건만 늘 쳐다만 보고 지나쳤던 곳이다. 대관령 마루를 돌아 내려오는 길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냥 차를 스르르 세워 들리니, 이제사 그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일까~~ 대관령 박물관은 강릉시 성산면 대관령 옛길 입구에 있는 시립 박물관이다. 홍귀숙씨가 평생 수집한 유물을 전시하기 위하여 1993년 개관한 사립 박물관이었다가, 소장유물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뜻에 따라 2003년에 강릉시에 기증하여 강릉시 시립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다. 고인돌 형상을 본떠 만든 박물관의 외관은 대관령이라는 자연경관과 어울려 독특한 미감과 안정감을 준다. 건물 외관이 아름다워 강원도건축대상과 건설부· 건축사협회 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울창한 숲을 따라 이어진 흙길 옆에는 차가운.. 2022. 7. 18. 강릉을 걷다1 : 초당-강문-경포해변 시작은 차 수리 때문이었다. 후진하다가 기둥에 살짝 박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드디어 고치기로 약속한 7월 8일 오전 9시. 차를 맡기고나서 우리는 바다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오전 시간이라 시내쪽은 건물 그림자가 길어 그늘을 골라다닐 수 있었지만, 곧 건물이 없어지고 논밭이 이어지는 뙤약볕 길에 많이 더웠다. 하지만, 가벼운 차림에 가벼운 배낭에 모자를 눌러쓰고 햇살 속으로 용감히 나아가는 발길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선하고 뿌듯했다. 우리가 오전 중에 걸어간 강릉 길이다. 만보 정도니 그리 멀지는 않다 A-B) 도서관을 지나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길과 걸어다니는 길거리는 많이 다르다. 인도를 걸어가다보면 만나는 가게들과 사람들과 온갖 표시판에 평소보다 서너 배는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내 눈에는 .. 2022. 7. 9. 선교장 그 장소가 어디든, 한 줄 글 속에서 다시 가보는 일이 흥미롭고도 유익하다. 그 건물이 그 나무가 그 자리에 있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무심코 지나쳤던 기둥과 주춧돌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이 여닫는 문소리, 끌리는 옷자락이 스르륵 느껴지기도 하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오죽헌을 둘러보고 간 선교장에서의 시간은 길지 못했다. 오죽헌에 왔으니 바로 옆에 있어 들린다는 생각으로 다소 무심하게 지나쳐서 미안하고 아쉬웠던 이 선교장을, 잘 정리된 홈페이지 힘을 빌어 다시 가보고자 한다. 오죽헌보다 훨씬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느낌이 드는 선교장 홈페이지 (https://knsgj.net/)에 들어가보면 선교장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다. 문화재청의 국가문화유산 포털에서 강릉 선교.. 2022. 7. 8. 강릉 오죽헌 올봄 강릉에 정착하여 맨먼저 찾은 곳이 오죽헌이다. 집에서 경포호수를 가려고 7번 국도를 지나다보면 눈에 띄게 기왓집이 모여있는 곳이 내려다 보이는데 알고보니 오죽헌이었다. 어~ 멀지 않네 했는데 따지고보니 집에서 딱 3.4킬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강릉을 수시로 드나들 때 오죽헌을 두어번 왔던 기억이 있지만 수십년 전 일이다. 마침 밴쿠버에서 지인 부부 오신 김에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귀한 손님이신지라~ 우리가 오죽헌을 찾은 때는 4월 초순. 바람은 싸늘하나 햇살이 눈부신 봄날이었다. 오죽헌에 들어서니 마침 해설사가 안내를 시작하는 시간이 모양이다. 우리는 옳다구나~ 사임당의 초충도 양산을 예쁘게 받쳐쓴 해설사를 따르기 시작했다. 오죽헌은 연중무휴로 .. 2022. 7. 6. 벚꽃 핀 밤, 경포대와 경포 바닷가 낮에 실컷 보고온 벚꽃이 저녁을 먹고나니 다시 아슴푸레 눈 앞에 어른거리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가자고 한다. 일명 야사꾸라를 보러가잔다. 우리 대학시절 창경궁 야사꾸라팅이 유행했다. 낼모레 중간고사임에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갔었다. 미팅은 뒷전이고 밤벚꽃을 보면서 걷고 뛰고 웃던 그 시절. 밤 하늘 아래 찬란한 꽃잎이 비 처럼 쏟아질 때 그 아름다움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고 그 꽃잎의 한 생애가 떨어지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경포대 방향으로 가는 길가에 끝없이 심어진 밤벚꽃이 강릉시 공무원들이 매달아 놓은 전등 불빛에 비추어져 하얀 보석 같기도 하고 튀밥 같기도 하다. 그 여리고 짧은 일생에 최선을 다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 애처롭다. 경포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경포호를 따라.. 2022. 4. 24. 벚꽃 핀 날 경포대에 오르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한국에서의 우리의 매년 여름 휴가는 서울에서 경주 거쳐 친정이 있는 부산 찍고 다시 동해안을 달려올라와 휴가용 작은 아파트가 있던 강릉에서 며칠 머물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순환 코스였다. 당시 강릉에 있던 집은 시댁에서 두루 사용하던 작은 저층 아파트였는데 강릉에서 최초로 건설된 아파트라 들었다. 시내의 강릉 중앙시장에서 가까웠던 금잔디 아파트. 지금도 찾아보니 건물이 그대로 있고 1980년 건립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니 늘 오래된 냄새가 배어있던 아파트. 하지만 그 공간이 있어 우리는 전국민의 여름 휴가지 강릉에서 숙소 걱정없이 지낼 수 있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추억이다. 그렇게 강릉을 자주 다니면서도 내게 강릉은, 차로 경포호수를 휙 지나가고 경포해수욕장.. 2022. 4. 24. 강릉 새벽시장 남편은 강릉에서 멀지 않은 북평이라는 곳에서 출생했지만 세 살 이후 유년시절과 고등학교까지를 강릉에서 보낸 사람이다. 이후 40년도 훌쩍 넘는 세월을 서울과 밴쿠버에서 지내왔으니 강릉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오래되었지만, 그 마음에 언제나 강릉이 고향으로 살아숨쉬고 있슴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지내기로 마음 먹고 나와 남편은 서울파와 강릉파로 나뉘어져, 하루는 서울에 또 하루는 강릉에 집을 알아보는 날이 계속 되었다. 어느 날 네이버부동산에 갑자기 나타난 강릉의 한 아파트를 남편 친구에게 부탁하여 계약함으로써 우리의 갈등은 끝이 났다. 서울에서 격리를 마치고 한달 가량 지내다가 강릉에 도착한 후 에어컨 빼고는 텅 빈 아파트에 살림살이를 사들이느라 밤새 쿠팡을 뒤지고, 강릉 유일 이마트와 동네.. 2022. 4. 22. 경포호수와 튤립 동해안 철썩이는 파도를 보고 감자전과 막국수를 먹고 떠나는 작은 도시로 알던 강릉 여기에 살기로 마음 먹고 나니 그제야 하나 하나 감춰두었던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듯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새 많은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건지, 그냥 여행으로 와있는 건지 아직 내 발이 다소 땅에서 떠 있는 느낌이 들지만 차차 이 땅을 디디고 서보려한다. 그래서 내 마음이 차분히 내려가고 내 눈이 더 멀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경포호숫가 튤립 공원에 들렀다. 몇 년 전 강릉에 도착했을 때 너무 흉물 같아서 도대체 어떤 공무원이 허가를 내주었을까 원망스럽던 호텔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서있어 많이 아쉬웠다. 여전히 마음이 아플 정도.. 2022. 4. 2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