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실컷 보고온 벚꽃이 저녁을 먹고나니 다시 아슴푸레 눈 앞에 어른거리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가자고 한다. 일명 야사꾸라를 보러가잔다.
우리 대학시절 창경궁 야사꾸라팅이 유행했다. 낼모레 중간고사임에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갔었다. 미팅은 뒷전이고 밤벚꽃을 보면서 걷고 뛰고 웃던 그 시절. 밤 하늘 아래 찬란한 꽃잎이 비 처럼 쏟아질 때 그 아름다움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고 그 꽃잎의 한 생애가 떨어지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경포대 방향으로 가는 길가에 끝없이 심어진 밤벚꽃이 강릉시 공무원들이 매달아 놓은 전등 불빛에 비추어져 하얀 보석 같기도 하고 튀밥 같기도 하다. 그 여리고 짧은 일생에 최선을 다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 애처롭다.
경포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경포호를 따라 벚꽃길을 걷는데 이런 글귀가 발바닥에 군데 군데 보인다. 밤벚꽃 놀이하는 시민을 위한 강릉시의 성의가 엿보인다.
밤 벚꽃길을 지나 밤바다를 보러 경포해변에 들렀다. 경포해수욕장 입구에 버티고 서있는 스카이베이 호텔이 랜드마크가 되어 주변을 밝히고 있다. 다들 벚꽃길 아래 몰려있어 그런지 경포 백사장은 비교적 한적했고 바람을 따라 높은 파도 소리 그득했다. 강릉에 온지 근 한달 만에 제대로 바다를 만난 느낌이었다.
밴쿠버에는 없는 파도 치는 바다. 그래 이 바다가 내가 알던 동해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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