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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살이

벚꽃 핀 날 경포대에 오르다

by 밴쿠버제니 2022. 4. 24.

아이들이 어린 시절 한국에서의 우리의 매년 여름 휴가는 서울에서 경주 거쳐 친정이 있는 부산 찍고 다시 동해안을 달려올라와 휴가용 작은 아파트가 있던 강릉에서 며칠 머물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순환 코스였다. 

당시 강릉에 있던 집은 시댁에서 두루 사용하던 작은 저층 아파트였는데 강릉에서 최초로 건설된 아파트라 들었다.  시내의 강릉 중앙시장에서 가까웠던 금잔디 아파트.  지금도 찾아보니 건물이 그대로 있고 1980년 건립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니 늘 오래된 냄새가 배어있던 아파트.  하지만 그 공간이 있어 우리는 전국민의 여름 휴가지 강릉에서 숙소 걱정없이 지낼 수 있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추억이다.

그렇게 강릉을 자주 다니면서도 내게 강릉은, 차로 경포호수를 휙 지나가고 경포해수욕장은 건너뛰고 거의 강릉 사람인 (마음만) 남편의 인도로 로컬들이 가는 물가와 밥집을 순례하고 돌아오는 곳이었다.  경포대는 그냥 호수와 해수욕장 이름이었다.

이제 강릉에 살기 시작하면서 경포대가 경포호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 정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지난 한달 사이 벌써 세 번 들렀다.  두 번째 경포대 올라가 보는 날.  길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다~

오른쪽으로 경포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 중국자본이 건설했음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호텔, 스카이베이 호텔이 보이면 이제 경포대 주차장 입구다.  

벗꽃이 만발한 이 날은 주차장이 붐비고 모범운전수들이 나와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이 짧은 언덕길을 오르면 경포대 정자가 나온다

대관령 너머 관동 땅에는 명승지가 많다. 통천 총석정에서 시작되어 평해 월송정까지 해안을 따라 늘어선 절경들을 관동 팔경이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강릉 경포대이다. 경포대는 고려 때 창건되었지만 조선 중기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경포대와 경포 호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경포대’라는 명칭은 ‘경포’, 즉 ‘유리같이 맑은 호수’에서 따온 말이다.


위 비석에 쓰여있듯이 경포대는 정면 5칸, 측면 5칸의 큰 정자이다.  이 누각은 사방을 바라보기 좋게 벽이나 문 없이 탁 트여있고, 사방으로 계자 난간을 둘렀다. 경포호가 내려다보이는 방향의 마루는 한단을 높게 쌓아 밖을 바라보기 쉽게 하였고, 그 양쪽 끝은 한 단을 더 높게 만들어 연회가 열릴 때 상석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누각에는 정자체와 예서체로 ‘경포대’라고 쓰여진 편액이 두 곳에 걸려 있고, 들보 중앙에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고 쓴 커다란 현판과 경포대를 노래한 여러 시판이 걸려있다.

김홍도가 그린 경포대를 보고 숙종이 지었다는 다음과 같은 어제시도 전하고 있다.

난초 지초 동서로 가지런히 감아 돌고
십 리 되는 물안개는 물속에도 비치네
아침 안개 저녁노을 천만 가지 모습인데
바람결에 잔을 드니 흥겨움이 끝없네

출처: https://ncms.nculture.org/pavilion/story/2328

경포대에서 내려다보면 경포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경포호 너머 왼쪽이 스카이베이 호텔, 오른쪽이 씨마크 호텔이다. 두 호텔 사이는 경포해변이다.
씨마크 호텔 오른쪽으로는 강문해변으로 경포해수욕장 만큼 멋진 백사장이 이어진다.

경포호수 쪽으로 빼앗긴 시선을 잠시 반대편으로 돌려보면 아래와 같이 충혼탑이 보인다.  이 충혼탑은 6.25 전쟁 중에 산화한 호국영력들의 공훈을 추모하고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69년 건립되었으며, 이곳에는 2013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충혼탑 옆으로 넓은 잔디광장, 공연장, 쉼터가 있어 경포대에서 내려다본 호수와 벚꽃의 화려함과 다른 경건하고 차분한 산보를 즐기다보면 다시금 경포대 정자에 이른다.

경포대를 내려오며 올려다본 경포대 정자 지붕

경포대를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창한 봄날 벚꽃이 너무 좋았고 자세히 보니 작은 전등이 나무 마다 매달려 있지 않은가.  바로 그날 밤 다시 경포대를 찾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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