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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살이

경포호수와 튤립

by 밴쿠버제니 2022. 4. 21.

동해안 철썩이는 파도를 보고 감자전과 막국수를 먹고 떠나는 작은 도시로 알던 강릉
여기에 살기로 마음 먹고 나니 그제야 하나 하나 감춰두었던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듯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새 많은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건지, 그냥 여행으로 와있는 건지 
아직 내 발이 다소 땅에서 떠 있는 느낌이 들지만 차차 이 땅을 디디고 서보려한다. 
그래서 내 마음이 차분히 내려가고 내 눈이 더 멀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경포호숫가 튤립 공원에 들렀다.

경호호수 광장에서 경포대를 바라본 풍경
왼쪽 스카이베이 호텔과 송림 뒤로 경포대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그 파도소리 여기 까지 들리는 듯 하다.

몇 년 전 강릉에 도착했을 때 너무 흉물 같아서 도대체 어떤 공무원이 허가를 내주었을까 원망스럽던 호텔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서있어 많이 아쉬웠다.  여전히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쉽다.   하지만, 경포호수는 무심한 듯 고요하고 그 너머 경포해수욕장 파도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여전히 철썩이니 내가 어쩌리오.

경포호수 입구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오른쪽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경포호수 둘레길을 따라 다양한 시비와 조각 작품들과 홍길동전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호숫가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도로변 가로수 마저 소나무인 강릉이니 해변가와 호숫가에야 말할 필요가 없겠다.

강릉에 소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듯.  따사로운 봄날에 초록으로 풍성해진 나무들 사이로 꽃들이 만개해 있다.

숲 속에 잘 단장되어 있는 나무 데크를 따라가다보면 시냇물도 만나고 작은 연못도 만나는데 제일 좋은 점은 지나치게 꾸미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풍경이 좋다.

숲속에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잠시 잊으려는 찰라 저 멀리 보이는 현란한 칼라에 눈이 번쩍 뜨인다.

플라워 가든이라 이름 붙여진 튤립 정원에 이르면 제일 먼저 강렬한 빨간 튜울립 밭에 서게된다.  마치 한반도 형상을 하고 있다.

빨강만 색이더냐 온갖 색색의 튜울립이 넓은 동산에 만개해 있다.  

이제 막 절정의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혼자 보기 아까워 멀리 사는 지인들에게 얼른 와서 보라고 사진을 날리기도.  결국 서울 사는 시누이 부부는 며칠 뒤에 왔는데 벌써 대부분의 꽃송이가 벌어져 그 느낌이 달랐다.  

같은 튜울립밭.  오른쪽 사진들은 3일 뒤인데 꽃잎의 벌어짐에 차이가 있다.

경포광장을 거쳐 플라워가든까지 와서 마음이 바쁜 우리는 돌아나가기로 한다.  근처에 허난설헌 생가도 있고 더 길게는 경포호수를 한바퀴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직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시 같은 솔밭을 돌아나오는데 들어갈 때 보았던 풍경과 또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거의 다 떨어진 벚꽃을 아직도 품고 있는 나무도 만나고 물에 어린 멋진 하늘과 구름 모습에 나무 너머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광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나오는데 경포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정자 (월파정)과 새들의 보금자리 바위 (학바위)를 좀더 선명하고 보고싶으나 강릉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플랭카드가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나와 이 도시의 분주한 일정이 안정되어 호숫가를 천천히 걸어보기까지는 서로 조금더 시간이 필요한 듯 하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튤립꽃이 보여주는 절정의 시간에 함께해서 행복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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