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걸어가는 동네 호수 Como Lake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라서 당연히 매일 같이 비 오리라 예상은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비가 뚝 그치고 맑아지면
사람들이 마치 동면하던 동굴에서 나오는 듯 하나씩 둘씩 나타난다.
거기에 햇살이라도 내리쬐면 모두 눈을 가늘게 뜨고 온몸을 펼쳐 기운을 받으려는 듯
어떤 이는 걷고 어떤 이는 뛴다.
마치 마술에 걸린 듯 나도 두 팔을 올려보게 된다.
비가 주춤해진 어느 날. 코모레이크 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이 호수는 집에서 3.5키로 정도 떨어져 있는 크지 않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 받는 호수이다.
왕복 7키로에 호수 한 바퀴 까지 더해 만오천보 이상 달성할 수 있는 코스를
남편과 걷고나면 마치 하루가 꽉 찬 듯 뿌듯하다.
가는 길에 만나는 동네 집들 일일이 품평해 보고, 초등학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바라보고,
또 동네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묘지까지 한바퀴하며
돌아가신 이들의 이름을 보며 출신국가를 가늠해 보고 나이를 세어보기도 한다.
너무 어린 나이, 너무 익숙한 한국 이름들 앞에서는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살아있는 이의 그리움과 사랑이 한껏 묻어있는 묘비명을 읽으며
살아있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
이 묘지가 주는 위로와 평안이 대단하다.
동네 안에 있어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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