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둘째 아들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럼 유학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 며칠 뒤, 캐나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신체검사 레터를 보냈다고 통보해 주는 내용. 그 전 해 직장에서 남들따라 우연히 신청해둔 이민신청서가 그렇게 빨리 나올 줄을 상상도 못했다.
남편이 먼저 답사차 와서 구했던 첫 집은 타운하우스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타운하우스 개념이 없었기에 많이 생소했지만 와서보니 꽤 편리한 주거형태였다. 우리 집은 크기가 약 2000 스퀘어피트 (sqft) 되고 실내가 3층으로 되어있었다. 계산해 보자면 2000 sqft = 약 185 sqm = 약 56평 정도 크기. 전용면적이 이 정도이니 4식구 살기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다.
1층에 2대의 차를 댈 수가 있고 (garage 1 개와 외부 car park 공간이 1개) 집안에 들어서면 부엌, 다이닝, 거실 공간으로 이어진다. 2층에 방 3개와 화장실 2개. 또 반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면 큰 레크리에이션룸이 있고 방과 화장실이 하나씩 더 있었다. 반지하에서 뒷문을 열고 나가면 자그마한 뒷마당이 있는데 일반주택과 달리 타운하우스에서는 스트라타 (Strata)라는 주민협의체가 관리회사와 계약을 맺고 뒷마당을 비롯한 모든 공용공간에 대한 관리를 해준다. 대신 각 세대별로 스트라타 피 (strata fee)를 매달 내게 되는데 이 비용은 타운하우스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내 기억에 우리는 당시 매달 2백불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타운하우스에서 걸어가는 곳에 세컨더리가 있어 그곳으로 애들은 학교를 다녔다. 집에서 학교 까지 걸어가는 길 가을단풍이 너무도 아름다웠는데 지금도 일부러 그 길로 차를 돌려 지나보곤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던 타운하우스도 한번 떠나볼까 마음 먹으니 여기저기 불편하고 나쁜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이웨이가 가까워 진입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하이웨이 차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멀지 않지만 보이지도 않는 레이크 때문에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했다. 한국에 비해 턱없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노선버스와 지상전철 (스카이 트레인)을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집은 너무 멀었다. 버스 정류소도 언덕을 10분은 족히 걸어야했고 전철역은 그나마 어쩌다가 오는 버스를 타거나 차로 라이드를 해야했다.
결정적으로는, 어느날 주변 단풍길을 산책하고오다가 단지 안에서 마주친 서양여자와 서로 하이하고 인사했는데 그 여자가 데리고 있는 곰 만한 검정 개가 내게 달려들며 엉덩이를 물어 난 그냥 바닥에 그대로 뻗고 말았다. 응급실로 가서 광견병 주사인지 뭔지 2방을 맞고 왔지만 엉덩이 깊이 박힌 개 이빨 자국을 보니 정말 왕창 정이 떨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바로 한 단지에 사는 개주인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길래 내가 찾아가서 따지니 그 여자는 집안에 페인트칠을 하다말고 나와서 미안하다고 건성으로 한마디 해서 좀 기가 찼으나, 개를 보내서 put down 시켰다는 말에 갑자기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도 꼬리를 내리고 괜찮다고 하며 그걸로 끝내고 말았다.
이런 경우 경찰에 신고해고 배상금도 받아내야 한다고 주변에서 권고했지만, 이민 온 지 얼마안 된 내가 이런 일로 경찰과 얽히고 이웃과 얼굴을 붉히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나중에 개에 물릴 때 찢어진 겉옷을 버리면서 생각하니 좀 억울한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이런 피해가 다른 사람들, 특히 단지 안 어린아이들에게도 절대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장문의 편지를 써서 스트라타에 보내고, 다음달 회의록에서 이 안건이 전 주민에게 주의와 권고 사항으로 언급된 걸로 만족해야 했다.
put down (an animal)To end the life of an animal (generally through euthanasia) so as to prevent its suffering in old age or illness, or because it poses a threat to humans or other animals.
|
타운하우스는 서로 집들이 붙어있어 소음에서 완전한 해방은 힘들고 또 내부에 계단이 많은 편이지만 공동주택이면서 단독주택에서 사는 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단독주택 건사하기 힘들고 고층아파트가 싫은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인 거 같다. 어떤 타운하우스는 단독 주택처럼 단층으로 되어있고 또 거주민들의 나이를 19세 이상 또는 45세 이상 등으로 한정하는 단지도 있지만 이런 곳은 살기 편해도 나중에 매매하기에 제약이 많은 듯 생각된다.
아무튼, 우리는 이 타운하우스를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이민 일상_밴쿠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Burnaby Mountain _ hiking trails (0) | 2021.02.27 |
---|---|
동네 뒷산 Burnaby Mountain (0) | 2021.02.26 |
집에 대한 기억 1 (한국에서) (0) | 2021.02.16 |
Como Lake (0) | 2021.02.06 |
눈 내리는 창가에서 (0) | 2021.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