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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상_밴쿠버

열돔이라고 들어는 봤나~

by 밴쿠버제니 2021. 7. 4.

평소 밴쿠버 여름 낮기온은 섭씨 20도 초중반을 벗어나지 않는다.   건조한 편이라 전혀 끈적거리지 않고 나무 그늘 밑에서는 서늘해서 여벌의 가디건이 필요할 지경이다.  한여름 30도 오르는 더운 날이 딱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데 dog days of summer 라하여 우리의 복날을 연상시키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Dog Days는 하늘의 별자리들 가운데 큰개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인 시리우스를 영어로는 Dog Star라 하며, 시리우스 (Sirius)는 그리스어의 불타는 것, 구워서 태우는 것이라는 뜻인 세이리오스에서 유래된 거라 한다.)

 
지난 주말 며칠은 밴쿠버에 살면서 그야말로 구워서 태워지는 느낌이 드는 날들이었다.  건조해서 한국의 여름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니 그 열기에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다행이 우리집은 북동향이라 동쪽에 있는 방에는 롤블라인드와 암막커튼을 내리고 북쪽 거실에서 그동안 익숙해진 집콕을 실천하며 숨죽이며 지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너무 시원한 집이라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이 그동안 살아왔는데 사실 선풍기 바람도 그 열기에는 금방 더운 바람이 나올 터 그저 손풍기 (부채)로 간간이 저어주는 바람에 의지하며 지냈다.  바깥에서는 수시로 엠블런스 소리가 들려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난 며칠 sudden deaths가 486건이나 되었단다.  

우리를 지켜준 고마운 부채.  무려 이십년도 넘었다.  이민 오기 전 인사동에서 몇가지 그림으로 사서 벽장식으로 사용하다가 딱 하나 남은 부채.  이번에 톡톡히 제 기능을 했다.  

한국에서도 캐나다의 더위 소식이 갔는지 안부 묻는 카톡이 쏟아졌다.  그중 무뚝뚝한 둘째아들이 먼저 소식 주니 반가움에 더위도 잠시 물러가는 듯 하였고~~  한국으로 현지 날씨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이번 이상 고온을 겪으면서  열돔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동안 멀리서 그저 뉴스로만 듣던 지구온난화, 환경 문제들이 내 피부 속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열돔을 설명해주는 나무위키의 내용을 나누어본다 

지상 10km이내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됨으로써 반원 모양의 열막이 형성되어 뜨거운 공기를 그 자리에 가둬 놓는 기상 현상. 쉽게 설명하자면 더운 공기로 된 거대한 이 한 지역을 완전히 봉쇄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특정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 상승 기류가 발생하면서 저기압이 생기고, 발달한 저기압은 주변 고기압과의 상호작용과 코리올리 효과(전향력) 때문에 이리저리 움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같은 계절의 같은 지역이라도 기온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기상 현상이 생긴다.

그런데 발달한 고기압이 지나가다가 움직임이 잠시 멈춘 상태에서 고기압의 중심부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 버리면, 중심부에서 올라간 뜨거운 공기는 외곽 지역으로 쏟아져 내리고, 외곽 지역의 덜 뜨거운 공기는 중심부로 흘러들어오는 자체적인 대류 싸이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국지적인 고기압-저기압 싸이클이 완성되어 버리면, 이 지역의 공기는 해당 지역 외부의 기압들과 상호작용 (대표적으로 바람) 없이도 안정적인 상태를 이루게 되고, 이렇게 안정화된 공기 덩어리가 해당 지역에 눌러앉아 버리면, 중심부의 더운 날씨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불볕더위가 발생하게 된다.

(https://namu.wiki/w/%EC%97%B4%EB%8F%94%20%ED%98%84%EC%83%81)

왼쪽 사진:  Satellite imagery taken by NASA measures the air temperatures in portions of the US and Canada (NASA),  오른쪽 사진:  BBC Weather 뉴스에서 가져옴

위는 현지 뉴스에 나온 북미의 이미지들이다.  설명 보다는 이런 이미지들이 상황을 더 잘 보여주는 거 같다.  참고로 오른쪽 사진에 있는 리이튼 (Lytton)이라는 비씨주 북부의 작은 마을이 역사적으로 최고 기록을 보여주었고 연일 그 기록을 갱신했다.  게다가 높은 온도로 자연발화되는 산불이 번져서 산 사이 분지에 있는 이 마을이 약 90퍼센트가 완전히 불탔다고 하니 그 재앙의 심각성에 경악할 뿐이다.  이 Lytton의 인구는 약 250명 정도이고 그 주변까지 천여명이 긴급대피했는데 지금까지 사망자는 2명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노부부와 아들이 뒷마당에 있다가 순식간에 불이 가까이오자 부부는 정화조 새로 만들기 위해 파놓은 구멍 속에 숨어들고 그곳이 너무 좁아 아들은 들어갈 수 없었는데 마침 그위로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아들은 부모가 사망하는 것을 목격할 수 밖에 없는 지옥 같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교회에 출석하지만 신실함에서 거리가 먼 내 입에서 절로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직접 보고 듣고 겪으면서 이제사 지구의 신음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느낌이다.  캐나다 살면서 주변에 있는 울창한 숲과 쾌적한 공기와 맑고 깨끗한 물 소리에 그저 강 건너 불구경 같던 재난 소식들이 실감이 났다.  연이어 터진 미국 플로리다의 고층콘도 붕괴사건을 접하며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 기적이구나 싶었다. 

이제 혹독했던 열기가 물러가고 예년 처럼 시원하고 찬란한 밴쿠버의 여름날로 돌아왔다.  내 피부에 느껴지는 이 청량하고 서늘한 바람이 너무도 감사한 오늘 지금 이 시간이다.

여름에 능소화꽃~~ 그리움과 고고함이 묻어있는 꽃이다.  종이가 튿어져 그동안 여러번 테이프로 붙혔다.  고맙다 부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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