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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상_밴쿠버

텃밭 기행 1

by 밴쿠버제니 2021. 7. 10.

이건 순전히 미세스 손 덕분이다.

락다운이 점차 해제되고 이제는 마스크 없이 실내외에서 만나도 된다고 정부에서 말하였건만 한번 들인 습관이 무서운지 선뜻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한동안 뜸을 들이다 2차 접종도 다 마치고 시간이 한참 지난 며칠 전에 오랜 마음의 벗 미세스 손과 아침 마다 걷기로 했다.   아침 9시에 만나 동네 한 바퀴~  그러다가 만난 커뮤니티 가든들~ 

한국도 그러하다고 들었지만 여기 광역 밴쿠버 곳곳 동네마다에 텃밭들이 있다.  우리 동네에도 몇 군데 있다.  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나다니고, 거기서 키우는 사람들 얘기도 듣곤 했건만 흘려들으며 그저 있나보다 했다.  차로 다니니 더욱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아침 9시에 만나 걸어다니는 동네 한바퀴를 통해 십년 넘게 산 이 동네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커뮤니티 가든에 처음으로 내 발로 들어서니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내가 구별하는 식물은 상추와 깻잎 정도.  나머지는 그저 마트에서 포장된 걸로 보았는데 모두 저나름대로의 놀랄만큼 특별한 모습으로 땅에 뿌리를 묻고 줄기를 타고 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아 저게 당근이었구나 저게 브로클리 잎이었구나 감자가 이렇게 자라는구나~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 모든 것이 미세스 손 덕분.  그녀는 한뼘 공간만 있어도 사철 먹을 거리를 만들어내는 자타공인 green thumb이 아니던가.  키우는 방법이나 이름을 모르는 작물이 없으니 나로서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행운을 가진 셈이다.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뒤돌아서면 또 잊어버리는 식물 이름들.  그래도 보고 또 보면 볼수록 예쁘고 좋으니 자꾸 물어본다.  급기야 사진을 찍고 그 이름을 찾아보니 한평생 먹어온 이들이 꽃 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줄 이제사 알게된다. 

우선 가장 많이 식탁에서 만나는 농작물 부터 하나씩 이름을 붙여보았다.

1) 고추

2) 깻잎

3) 상추

4) 토마토

5)  오이

6) 당근

7)  마늘

8)  대파와 서양대파 (leek)

9) 컬리 플라워 (Cauliflower)

10) 미나리

11)  부추

12)  브로콜리 (broccoli)

13)  샐러리 (celery)

14) 양배추

15)  케일 (kale)

16)  서양호박 주키니 (zucchini)

17)  근대와 서양근대 (chard)

18) 냉이

19) 쑥

20) 참나물

어머니가 산과 들에서 뜯어와 거실 한가득 말리시던 참나물이 바로 이 풀이었던가.  아직 내게는 그저 비슷한 풀로 보이지만, 나물로 무쳐져 밥상에 오르면 쉴새없이 집어먹던 그 향긋쌉싸름한 맛은 여태 입안 가득하다.  다른 농작물들도 마찬가지.  그 모양과 이름을 구별치 못하고 오직 마트에 진열된 상품으로만 대해오다가 이제사 그 신선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본다.

이 시가 저절로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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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향기가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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