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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8: U of A 추억여행

by 밴쿠버제니 2021. 10. 31.

횡단을 시작한 이후 처음 투숙한 호텔~
첫 인상이 과히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룻밤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준 호텔과 작별하고
에드몬톤 다운타운을 벗어난다

고마웠어~ 별로 또 올 거 같진 않지만~
간밤의 삭막하고 우울했던 도심과의 첫 인상이 햇살 속에서 누그러진다

다운타운에서 알버타 대학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가로놓인 강 North Saskachewan River 위로 놓인 몇 개의 다리들이 일방통행이라 까딱 잘못해서 엑시트를 놓치면 다시 다른 다리를 건너 다운타운을 돌아와야했다. 

강 위의 다리는 낡고 좁은 철로 위를 가는 느낌이다.  어둡고 시끄럽기 까지 해서 얼른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다리들을 건너 다닌 모양~  High Level Bridge와 Low Level Bridge라는 이름의 역사적인 다리였다 (찾아보니, 만들어진 시기가 1912년과 1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igh Level Bridge와 Low Level Bridge (wikipedia에 공개된 사진)

네비게이트가 드디어 대학 가까이 왔다고 알려주는데 주택가로 늘어선 오래된 나무들이 먼저 우리를 맞는다.  다운타운도 낯설고 강 위의 다리들도 아주 생소했지만 이 나무들을 보니 이제사 바른 길로 온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 이 길을 걸어다녔었다.
일주일에 한번 마트를 다녀오는데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웠던 Safeway가 걸어서 족히 이십 분 이상 걸렸다.  버스비도 아까워 걸어다녔고 돌아오는 길에는 짐을 들고 걸어오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카드를 끌고 이 길을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학교로 가져가지 말아달라는 스티커가 붙여진 Safeway 카트가 늘 기숙사 입구에 몇 개씩 있었다~ㅎ) 

대개의 대학들은 그 역사의 길이에 따라 오랜 건물과 최신식 건물이 혼재한다.  알버타 대학도 그러하다.  내부는 수리되고 증축되었지만 멋지고 고풍스러운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학 건물 앞에 서면 왠지 경건해지고 학구적인 느낌이 든다.  

Old Arts Building
Dentistry/Pharmacy Building
Rutherford Library
알버타 대학 병원, 아마 열 배는 커진 듯
Wilson Climbing Complex
 Edmonton Clinic Health Academy, one of the U of A's newest signature buildings and the first interdisciplinary research and education facility of its kind in Canada (대학 홈피에서 가져옴)
The new atrium in the Agriculture/Forestry Centre

하지만 여기서 나의 목적은 대학 건물을 순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잠시나마 먹고 자고 걸어다니던 기숙사 건물을 가보는 거다.  

 

대학 구내에 주차를 했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내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HUB 건물을 찾고자 지도를 들여다보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가까이 와있다.

바로 이곳이다.  건물 외관이 바뀐 거 같지만 이름은 그대로다.
저 문을 열고 이십 대의 나로 돌아가 볼까나~ 

쇼핑몰과 기숙사가 혼재한 HUB에 삼십 여년만에 들어선 나의 첫 인상은 이렇게 좁고 작고 낮았었나 하는 거다.   
그 옛날 처음 들어섰을 때 내가 본 이곳은, 마치 하늘로 활짝 열린 듯 밝고 높은 내부 천정에서 색색의 배너가 무지개 처럼 내려오는 너무나 넓고도 경쾌하게 열린 공간이었는데~~

 

천천히 걸어보니 내부는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거 같다. 
1층 몰에 늘어선 가게도 그대로 인듯 해서 세 군데쯤 있던 한국 식당 이름은 잊었지만 마치 그때의 주인들이 그대로 서있을 거 같다.  당시 아이스크림을 팔던 한국 아저씨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결국 아이스크림을 푼다고 하시면서 가끔 가게 앞에서 공연을 하셨다.  돌아오라 쏘렌토로와 선구자가 이 몰을 가득 채우고도 남던 날들. 

1층 몰 위로는 유리창과 색색의 문들이 열려있는 기숙사 아파트다.  스튜디오도 있고 1, 2 베드룸도 있고, 내가 사용했던 4인실도 있을거다.  4인실은 실내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각 층에 방 2개와 화장실 1개씩이 있고, 넓고 높은 거실과 부엌을 4명이 공유하는 구조니 사실 부족할 것이 없었다.  함께 살았던 홍콩 친구 Jane과 너무 예뻤던 Winnie와 Sheryl (위니와 셔릴은 쌍둥이 자매였는데)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걸가.  사실 Jane은 한번 한국에 와서 만난 적도 있다.  회계사로 홍콩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나마도 이십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레스토랑이나 비행기에 옆자리에 앉아도 못알아 볼 거 같다.

지금은 내 아들 보다 휠씬 어린 친구들이 저 기숙사 공간을 채우고 있으리라~
같은 포즈로 찍어볼 걸 그랬나~ㅎ 

이 HUB 기숙사는 대학의 중앙 도서관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은 겨울이면 영하 3-40도 까지도 떨어지므로 많은 건물이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주차장에는 전기 아웃렛이 주차구역마다 있어 차에 꽂아두어야 하는 거도 추운 지방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기숙사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강의를 듣고나서는 거의 도서관에서 붙어있어야 하는지라 주말에 마트 다녀오는 일 말고는 바깥 출입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온 나이드신(?) 유학생들이나 교포 학생들이 집으로 가난한 우리들을 초대해서 고기를 구워주던 날들이 있었고, 도서관에 있다가 거의 자정 무렵 백야에 가까운 희멀건 거리를 여러 명이 쏘다닌 적도 있었다.  캠퍼스 내에 있던 술집 Power Plant를 한두번 들린 기억도 난다. (오래된 발전소 건물이라 그 이름이 붙은 걸로 들었다.  아직도 있으려나)

** 찾아보니 있었다!! The Dewey's 라는 이름으로 펍이 아직도 있었다.
https://thegatewayonline.ca/2015/03/the-deweys-debacle/

 

The Dewey's Debacle - The Gateway

With the 2013 and 2014 fiscal years yielding a net deficit of $108,686, Dewey’s has put a noticeable hole in the Students’ Union’s pocket — and this trend isn’t new. The restaurant and lounge in the Old Power Plant building has been losing the SU

thegatewayonline.ca

아마 우연히 찍은 이 건물이 old power plant 건물이 아닐까 싶다.  뒤에 보이는 굴뚝이 낯익다.

이제 도서관으로 가보자~

이 건물은 HUB 몰에서 바로 연결되는 중앙 도서관 Rutherford Library이다.  1951년에 오픈.  그 이름은 알버타대학 창립자 Alexander Cameron Rutherford 이름을 땄다.
도서관이 North와 South 건물로 양분되어 있다.  밝고 높다. 유리천장으로 되어있어 야외 같은 실내다.
왼쪽 위로 보이는 난간이 HUB몰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HUB 몰에서 통로를 걸어나오다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 공간에 드문드문 놓여있던 긴 벤치와 암체어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애정행각도 서슴없이 하는 남녀 학생들을 쳐다보며 잠시 문화충격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도서관 안에까지 들어가기는 쑥쓰럽고 계단에서 사진이나 한 장
두 장면 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주름에서 나오며

HUB 몰을 빠져나오면서 인증 사진을 또 찍는다. 
이전 사진을 찾아보니 전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사람도 얼추 비슷하지 않은가 ㅎ


이전 사진 속의 나는

지금 내 아이들 보다 어렸는데
한 세대를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가

 

*****

 

오후 시간에는 북미에서 제일 크다는 West Edmonton Mall 웨스트 에드몬톤 몰에 들러 한 바퀴 한 후,
대학에서 멀지 않은 사촌언니네로 가서 횡단여행을 나선 이래 처음으로 식탁이 제대로 갖춰진 주방에서 집밥을 먹었다. 
사진으로만 소개한다.

음식이 다 나오지도 않았다.  우리만 먹는데 갖가지 음식에다 흰밥 한 솥, 나물밥 한 솥 준비해주신 언니의 넉넉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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