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몬톤을 떠난다.
록키 대자연 속에 있다가 만난 도시에서의 혼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떠난다.
추억은 아름다왔지만 그저 추억일 뿐,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차 속과 내 눈 앞에 펼쳐진 길에 주목한다.
우리가 들린 주유소는 Innisfree라는 알버타의 작은 타운이다.
설마 한국의 화장품 상표 이름이 이곳에서 나왔으랴~ 그래도 반갑다.
계속 동진한다.
시간도 점점 빨리 간다 (알버타로 넘어서면서 1시간 잃었고, 또 오늘 1시간 잃을 거니까)
** 이 시간 생각에 잠시 옆길로 새고 말았다. 그래서 막간을 이용해서 한 줄 썼다 ㅎ
https://vanjenny.tistory.com/119
캐나다 시간 속으로
한국에서는 서울에 있든 제주도에 있든 또는 강원도 고성에 가더라도 동일한 시간대에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시간대에 대해 다소 예민해진다. 동부에 있는 아들 생각도 해야하고 한국 시간도 매
vanjenny.tistory.com
록키를 벗어나니 알버타도 사스케츄완도 그저 황막한 평원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주경계에 있는 마을 로이드민스터 Lloydminster를 지나 사스케츄완 주로 들어섰다. North Battleford를 지나고 Saskatoon을 너머 Watrous까지... 남편은 칠백킬로를 넘게 달려왔는데도 흔들림이 없다. 달리는 길 위에 차가 얌전히 얹혀진 거 같다.
록키를 떠난 우리의 큰 목표는 아들이 있는 킹스턴에 도착하는 것이고, 오늘의 목표는 마니투 온천 Manitou Springs이다. 마니투 온천은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고 여행 좋아하는 지인이 강추한 곳이라 들리기로 했다. 라디움에서 시작해서 미에트에서의 실패를 거쳐 이제는 소금물이다~~
마니투 온천은 워트루스 Watrous 라는 작은 마을 옆 리틀 마니뚜 레이크라는 호숫가에 있는 소금 온천이다.
리틀 마니투 레이크 Little Manitou Lake는 "캐나다의 사해 (Dead Sea of Canada)"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바다 보다 5배는 짜다고 한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있는 진짜 사해에 비해서는 염도가 반 정도라고 함) 지하 온천수로 채워진 이 호수에는 염화 소디움 (나트륨)과 마그네슘, 포타시움 (칼륨) 성분이 많아 수영을 하면 몸이 둥둥 뜨게되고 물고기가 살지 못하고 소금물 새우 정도만 있다고 한다. (같은 이름의 Little Manitou Lake와 바로 붙어있는 큰 호수 Manitou Lake가 사스케츠완 주 다른 곳에 또 있으므로 혼동하지 말자). 이 리틀 마니투 호수 비치 바로 앞에 마니투 온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온천을 하기 전에 그동안 차 속에서 열심히 서치해서 찾아놓은 캠프그라운드에 먼저 체크인 하기로 한다.
근처 저렴한 호텔도 몇 군데 찾았었지만 예약하지 않은 것은 너무 잘 한 듯 했다. 이유인즉, 인터넷 예약사이트 사진들이 너무 근사해 보여 예약할까말까 망설였던 마을 모텔의 간판이 보이는데, 그 외관이 헐리웃 범죄영화에 나오는 딱 그 모습으로 황량하고 적막하게 버려진 듯 서있었기에. (실제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 기분 탓이었을 거다)
아무튼 캠프 그라운드 초이스는 별로 없었기에 바로 여기로 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한쪽으로 골프장이 펼쳐지고 반대편으로 나무들이 보이면서 캠프장 입구가 나타났다. 이 캠프장은 공원 안에 있어 나무에 둘러싸여 있으니 마치 집에 돌아온 듯 너무 반가왔다. 가격도 착하게 하루밤에 33불이다. 게다가 입구 초소의 연세 높은 백인할머니 직원이 (아마 이분은 이곳에서 평생 사셨을 거다) 캠프장과 주변 호수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캠프장 자리를 확인하고 늦기 전에 온천을 하러 간다. https://manitousprings.ca/
온천 입장료는 1회 입장에 성인 16불이다. 종일 드나들 수 있는 데이 패스가 21불이니 사실 이 온천물에 효험을 본 사람들은 종일, 아니 일년 내내 패스 사서 다니기도 하겠다. 이곳을 추천한 지인도 그동안 아팠던 허리가 단 2번 들어가보고 너무 좋아졌다고 했었다.
직접 들어가본 소감은?
사우나와 온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뜨뜻한 소금물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아 빨리 나가고 싶었는데 입장료가 아까워서 한참을 있었다. 물 속에 있는 성분들 때문에 부유물도 있고 물 색깔도 맑지 않다는 설명이 크게 붙어 있었다 (이건 이해가 간다).
또한 수영을 못하더라도 이 온천에서 몸이 둥둥 떠서 걸어다닐 수 있다는데 나는 왠지 뜨지 않아서 여러번 해봐도 그냥 뒤집어질 뿐, 일반 수영장에서 보다 뜨기가 힘들었다. 내가 수영을 해서 그런가, 아님 내가 너무 무거운가, 아니 반대로 너무 가벼워서 그런가?
아무튼, 남편보다 먼저 나와 샤워를 하고 로비로 나와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다.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
캐나다에는 원주민들의 언어를 차용한 지명이 참 많다.
분명 마니투 Manitou도 그러할지니 궁금해서 찾아본다. 우리가 비밀친구 정도로 알고 있는 단어 마니또 (manito)와 무슨 연관이 있으려나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니 흥미로운 설명이 있어서 첨부한다.
https://thewiki.kr/w/%EB%A7%88%EB%8B%88%EB%98%90
사실은 '매우 가까운 친구, 친밀하다'의 뜻을 갖는 스페인어 'manito'에서 유래한 것이다. 단, 스페인어에선 '도와주다'는 뜻의 'ecahar una manito'에서 사용되는 manito는 해당 어휘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3] Collins Spanish Dictionary와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Real Academia Española)에서 제공하는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에는 이 말이 특히 '멕시코에서 친구 간에서 표시되는 친밀감이나 매우 가까운 친구를 뜻한다'[4]고 나와 있다.
또한 우연의 일치로, 알곤킨어족 (북미 원주민 어족)에서 마니토, 혹은 마니투는 정령을 의미한다. 크리어와 오집웨(Ojibwe)어에서 ᒪᓂᑐ(마니투)의 형태로 사용된다. 물건이나 장소에 깃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본어의 神(카미) 혹은 우호적인 妖怪(요카이) 개념에 대응되는 것으로 본다. 캐나다의 주인 매니토바의 이름은 이 어휘에서 파생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정령을 뜻하는 '마니투'와 해협을 뜻하는 '와포'의 합성이다.
************
덧붙이자면, Sasatchewan은 원주민 언어로 "swift-flowing river", Manitoba는 “the narrows of the Great Spirit”이라 한단다. 오늘 밤은 여기 "재빠르게 흐르는 강"에서 지내고, 내일은 "위대한 정령들의 해협"으로 갈 예정이다. 멋지지 아니한가.
'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단 D11: 찬란한 물의 땅에 들어서며 (0) | 2021.11.05 |
---|---|
횡단 D10: 매니토바를 거쳐가다 (0) | 2021.11.03 |
캐나다 시간 속으로 (0) | 2021.11.02 |
횡단 D8: U of A 추억여행 (0) | 2021.10.31 |
횡단 D7: 자스퍼에서 에드몬톤 까지 (0) | 2021.10.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