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출발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캠프 그라운드를 둘러보고서 5분 거리에 있는 마니투 레이크로 향했다.
호수에 들리지 않았으면 아쉬울 뻔 했다.
지난밤 제대로 보지못한 호수 위로 아침 해가 구름 뒤에 숨어 어두워지면서 멋진 장관을 연출해낸다. 구름 뒤에서 빛이 쏟아져 내려오다 금방 밝아졌다.
다시 길 위다.
너무 넓고 평평하고 인적이 드물어 황량해 보이는 사스케츄완으로부터, 역시 비슷한 매니토바로 동진하는 길이다.
스치는 길에서 본 내 느낌이 그러하다는 거다. 들어가보자면, 어디든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가족과 직업과 꿈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내는 곳일 테다.
하루에 딱 5백 킬로만 달렸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내륙에서는 그저 달리고 달려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지론. 오늘은 위니펙 까지 가자고 하니 따져보면 750킬로가 넘는 거리다.
시간은 한시간씩 또 짧아지니 저녁은 더 빨리 오게된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이다.
결국은 팔백여 킬로를 달려 위니펙을 지난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하고서 차를 세웠다.
달리고 또 달려 위니펙도 통과해서 오늘 밤 쉬어갈 캠프 그라운드에 도착한다.
우리가 이동 중에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 1번 하이웨이에서 멀지 않을 것 (캠핑장 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 절약)
- 도심 보다는 외곽 (조금이라도 교통체증 영향을 덜 받고자)
- 전기와 물이 있을 것. 특히 15 amp 전기가 있는 곳
몇 번의 경험으로 보아 도착 시간 전후에 체크인 가능한 지 여부도 중요했고, 사설 보다는 국립이나 지역 공원에서 운영하는 곳이 저렴했다.
대부분 이런 조건에 맞는 곳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예약할 때도 있었고 주변 2-3군데 후보를 정해놓고 둘러본 후 선택할 때도 있었다.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건 아마 지금이 아직도 팬데믹 상황이고 또 이미 9월달이라 학교도 개학해서 성수기를 살짝 지난 탓 (덕분)이었다고 본다.
우리가 오늘 밤 머물 곳은 와일드 오크 캠핑장 Wild Oaks Campground이다.
오피스에 들어서니 주인이 없었다. 테이블 위의 종을 울려도 나타나지 않고 크게 불러봐도 응답이 없다.
할 수 없이 걸어나오다 뒤로 돌아가니 뒷마당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바베큐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본 남자가 대뜸 크게 환영하며 피자라도 먹겠냐고 큰 소리로 권하길래 잠시 당황스럽고 우습기도 하고 캠프사이트 체크인 하러 왔다고 하니 그제서야 미소가 너무 아름다운 중년 여인이 나서서 따라오라고 했다. 동네 식구들과 저녁 중이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리를 배정 받고 대금을 내고 (32불) 차로 이동하면서 내내 웃음이 났다. 매니토바의 길 위에서 느낀 황량함이 확 사라지고 인간적인 따스함이 밀려왔다. 다시 가서 피자 얻어먹으며 바베큐에 조인해도 전혀 어색할 거 같지 않은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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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토바를 잠시 거쳐가면서 이 지도를 남기고 싶다.
왼쪽은 사스케츄완 주, 오른 쪽은 온타리오 주다.
아래쪽으로 위니펙과 우리가 머문 캠프그라운드 표시가 보인다.
우리는 그저 남쪽 마른 땅을 따라왔을 뿐, 위쪽 광활한 대지에 펼쳐져 있는 호수들을 보라.
원주민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땅의 수많은 호수들에 위대한 정령이 깃들어 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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