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달려와 캠프장에 도착하고 전기와 수도와 화장실 까지 확인하고 나면 서둘러 저녁 먹을 준비를 한다. 그러다보면 어두워지기 일쑤다. 그래서 간밤에 묵었던 캠프장을 떠나는 아침에야 다시 천천히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사스케츄완에서 이렇게 나무도 많고 유쾌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캠프장에서 하루 묵어감에 감사하며 아침 햇살 가득한 캠프장을 한바퀴 돌아나온다.
오늘은 당연히 매니토바를 벗어날 거고 온타리오 어디까지 가는 가는~~ 나는 업살라 Upsala, 더 가도 썬더베이 Thunder Bay, 남편은 니피곤 Nipigon을 외쳤다. 아무튼 가는 데까지 가보자.
아래 구글 지도에 마니토바와 퀘벡 사이에 있는 온타리오 주를 표시해 봤다. 가운데 위쪽 푸른 바다는 북대서양의 일부인 허드슨 베이 Hudson Bay. 캐나다 전역에 베이 백화점이 있기에 너무 익숙한 이름인데 이 이름을 딴 회사 Hudson's Bay Company는 1670년에 설립되어 북미에서 가장 오래 장수하는 회사다. (베이 백화점은 1881년 위니펙에 최초 오픈하여 현재 캐나다 전역에 86개 지점이 있다고 한다)
온타리오 주는 굉장히 넓은 주 (province)이기에 마니토바와 온타리오 국경에서 토론토 까지 가는 길만 하더라도 2천 킬로에 이른다. 따라서 이틀 꼬박 가더라도 무리인 거리다.
아래 지도는 우리가 거쳐갈 길 (거쳐 갔던 길)이다. 위니펙을 지나 우리가 묵었던 캠프그라운드에서 썬더베이 까지는 650킬로, 니피곤 까지는 약 100킬로를 더 가야하는 거리다. 이 지도를 특별히 표시한 이유는 온타리오 주에 있는 광대한 호수들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북미 오대호 the Great Lakes of North America 또는 the Five Great Lakes 라고 부르는 바로 그 호수들이 온타리오주와 미국 경계에 걸쳐있다.
지도 상에서 S (Lake Superior), M (Lake Michigan), H (Lake Huron), E (Lake Erie), O (Lake Ontario)로 표시해보았다. 미시간 호수와 휴론 호수는 매키나 해협 Straits of Mackinac 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실상 하나의 호수라고 할 수 있다. 이 해협은 8킬로 정도 넓이로 양쪽 호수의 물이 동시에 차고 내리며 양방향으로 물길이 오간다고 한다.
북미 오대호의 크기나 깊이는 아래 그래프에 쉽게 나타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Great_Lakes
이 표를 보니 눈으로 보이는 호수의 크기와 그 호수가 품고 있는 물의 깊이는 다르구나 싶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오대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저 차에서 지나치며 우와 크다~ 우와 바다 같으다~ 하고 지나쳐 버리기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지구 위에서 이 호수들은 너무 큰 존재, 살아 움직이는 엄청난 힘으로 내게 보여서다. 캐나다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그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하리라. 스쳐 지나가는 나도 이렇게 압도되지 않은가.
사실 호수 자체는 조용하게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오대호까지 가지 전 매니토바에서 온타리오로 들어서는 1번과 17번 고속도로 주변 지도를 확대시켜보면 크고 작은 수많은 푸른 점들 (호수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큰 호수 Lake of the Woods에는 해안선만 십만 킬로를 넘고 호수 안에 섬이 만오천 개 가까이 있다고 한다 (14552개). 이 호수의 북쪽 경계 쪽에 위치해 있어 호수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작은 도시 케노라 Kenora에 차를 세운다.
1870년 울슬리 원정대라는 제목의 위 안내판을 대략 번역해 보자면:
Colonel Garnet Wolseley 가넷 울슬리 대령은 1870년 8월, 약 1200명의 영국 정규병과 캐나다 시민군으로 이루어진 군인들을 이끌고 지금의 매니토바 주에 캐나다 지배권을 수립하기 위해 레드 리버 (the Red River. 현재 위니펙을 가로지른 강)으로 가는 길에 이 지역에 도착했다. 바로 전 해에 허드슨 베이 회사 Hudson's Bay Company는 서쪽 지역 통치권을 캐나다 정부에 넘기기로 합의했었는데 일부 현지 주민들은 그들이 살던 땅과 목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여 루이 리엘 Louis Riel 아래 임시 정부를 수립하여 연방정부에 대항하였다. 울슬리가 이끄는 원정대는 수페리어 호수의 프린스 아더 정박지에 닻을 내린 후 육로와 해상으로 진격하여 8월 24일에 Fort Garry (지금의 위니펙)에 도착했다.
아래 지도는 Lake of the Woods 호수을 둘러싼 만(bay)과 섬들, 뱃길과 부근 공원 등을 보여준다. 아마 일년 정도 살면 한 바퀴 할 수 있으려나.
케노라를 떠나지만 계속 호수다. The Lake of the Woods 숲의 호수라고 할까~ 아무튼 섬들이 숲속 나무들 처럼 많은 이 호수는 여전히 우리를 따라온다.
계속 동쪽으로 향하는데 이름도 모르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끝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저 숲 너머 호수가 있을 줄을 안다. (네비게이트를 보면 물 표시가 계속 있다 ㅎ)
아래는 화장실 이용을 위해 잠시 들렀던 마을 이그너스 Ignace 입구 방문객 센타다. 길 위에서 만나는 마을의 방문객 센타는 정말 반갑고 고마운 시설이다. 주차도 넓어 잠시 차에서 휴식해도 안전하고, 관리 잘 된 화장실에 지역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기도 하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내가 처음 찍었던 도착 지점인 업살라 Upsala에 있건만 아이스크림 먹고서는 바로 지나쳤다. 더 계속해서 길을 간다.
여러 후보지 중에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정한 캠프그라운드는 Thunder Bay KOA Holiday. 결국 니피곤 까지는 못가고 썬더베이를 좀 지나 차를 세웠다. 그래도 7백 킬로를 달리며 때때로 호수 구경하고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 사먹고 화장실도 들리고 게다가 한 시간 더 빨리 가는 상황에서 이만큼은 최대한 온 거 같다. 어두워지기 전에 캠프그라운드를 정해야 했다. 몇 군데 후보지를 표시해놓고 달려왔는데 썬더베이의 한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보면서 몇 군데 전화해보니 좀 늦어서 그런지 문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이곳은 열려있어 바로 가기로 했다.
KOA (Kampgrounds of America)는 미국과 캐나다에 500여개의 캠프그라운드가 소속된 세계에서 가장 큰 사설 캠프그라운드니 한번 묵어볼 가치도 있다싶어 들어갔는데 특별히 다른 곳보다 나은 인상은 못받았다. 요금은 우리 차 조건으로 1박에 62불이니 좀 높은 편이기도 했고. 아마 이곳에서 가족 휴양지로 내세우는 여러 시설들, 즉 수영장, 놀이터, 트레일, 낚시터, 미니 골프장 등등이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없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도 월마트 주차장 가는 대신 하루밤 전기요로 따뜻하게 데운 이불 속에서 잘 수 있으니 감사하며 긴 하루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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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ario라는 이름은 "sparkling water"라는 뜻의 원주민 언어 (Iroquois)
“kanadario” 에서 왔다고 한다.
전체 주 면적의 5분의 1이 호수와 강으로 이루어진 땅에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다.
내겐 찬란하게 반짝이는 물의 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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