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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12: 내게 다가온 moments of Algoma

by 밴쿠버제니 2021. 11. 7.

아찔한 벼랑 아래 사정없이 밀려오던 올드우먼 베이의 깊고 푸른 물이 만들어 내는 거센 파도와 넓은 모래사장을 품에 안고 계속 남쪽으로 달린다. 여기 부터 한동안은 슈페리어 호수 주립공원 속으로 쑤욱 들어온 숲길을 지나게 되니 막 시작된 온타리오의 가을을 맛볼 수 있겠다.

깊은 공원 속으로 가을 단풍이 제법 보이긴 하지만 전체로 볼 때 10-15퍼센트 정도 물 든 거 같음
OW (Old Woman Bay)에서 Agawa Bay 밑까지 슈페리어 호수 주립공원이 이어진다. 슈페리어 호수 동쪽 해안지역 전체가 Algoma District 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아가와 베이 Agawa Bay를 거쳐 베차와나 베이 Batchawana Bay를 지나면 슈페리어 호수의 동쪽 끝 부분에 위치한 마을 Sault Ste. Marie 수 상뜨 마리에 다다르게 된다. (그렇다. 솔트라고 말하고 싶지만 수(soo)가 현지인 답게 이 마을을 부르는 법이다.  짧게 더 수 the Sault 라고 부르기도 한다.)

썬더베이에서 출발해서 700킬로 거리를 꼬불꼬불한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점심도 먹고 쉬기도 하고 또 멋진 곳도 들러야하니 이른 아침 출발해도 족히 12시간은 길 위에 있는 셈이다. 그래도 온타리오와 퀘벡은 같은 시간대에 있어 더이상 시간을 잃지 않아도 되니 갑자기 하루가 길어진 듯 하다. 여유를 부려서 아무 표시도 없지만 그냥 느낌가는 데로 들리는 곳도 있다.

잠시 휴식과 화장실을 찾아 들린 이곳 작은 visitor centre는 마치 숲속 도서관 같은 목조 건물이다. 문은 꾹 닫혀 있었지만 주변 숲이 너무 예뻐 한바퀴 하고 나오다 이런 공간을 발견했다. 숲을 향해 펼쳐진 이젤에 의자 까지 갖추고 이젤 위에는 풍경화 포스터 위에 "Group of Seven" Country 그리고 Moments of Algoma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무 생각없이 들린 이곳에서 캐나다 미술 역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캐나다 미술 역사에서 Group of Seven은 나름 유명하다.
그중 한 명이 노쓰밴쿠버로 와서 지내면서 그린 그림에 대한 소개를 한 적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Fred Varley가 Lynn Valley 작은 집에 거주하면서 노쓰밴쿠버를 그렸었고 그의 이름을 딴 트레일도 있다)

이 그룹과 이 알고마 지역은 서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림을 애정하며 진심인 내게 흥미로운 내용이라 찾아보았다.

Group of Seven에 대한 설명은 여기 잘 나와있는데 (https://en.wikipedia.org/wiki/Group_of_Seven_(artists) 이 링크에서 일부를 요약 번역해 본다.

Group of Seven은 1920년에서 1933년에 형성된 일당의 화가들 그룹을 말한다. 그 회원으로는 초기 멤버인 Franklin Carmichael, Lawren Harris, A.Y. Jackson, Frank Johnson, Arthur Lismer, J.E.H. MacDonald, Frederick Varley 7명의 그룹에 나중에 A.J. Casson, Edwin Holgate, LeMoine FitzGerald가 참여했다. 이 그룹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가로 Tom Thomson과 Emily Carr이 있는데 Thomson의 두 작품 The West Wind와 The Jack Pine은 이 그룹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서 가장 캐나다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캐나다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그렸다. 1차 대전 후 다시 모인 이들 초기 멤버들은 온타리오의 무스코카 Muskoka와 알고마 Algoma 지역을 위주로 여행을 계속하면서 풍경을 스케치하고 예술적인 기법이 작품 속에 표현되는 길을 찾아나갔다. 1920년에 이르러 당시 국립 미술관 관장이었던 Eric Brown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지만 당시 평판은 엇갈렸다. 하지만 이후 이 그룹은 새로운 캐나다적인 미술학파의 선구자로 인정받게 된다.

관심을 갖고 보니 이 Group of Seven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Moments of Algoma 프로젝트를 여러 군데에서 소개하고 있었다.  그중 Northern Ontario Travel 이라는 지역 잡지에서 소개한 글을 잠시 번역해 본다.

(참고: https://www.northernontario.travel/algoma-country/the-ultimate-group-of-seven-road-trip)

Group of Seven은 활기찬 일당들이었다. 기차를 타고, 보트를 얻어 타고, 바위를 기어오르고, 하이킹을 하며, 도달하기 어려운 영감의 지평으로 노를 저어 나아간 그룹이다. 이들은 광야에서 캠핑을 하거나 빈 오두막에서 지내고 땅과는 떨어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냈다. 이들의 예술적인 여정은 캐나다 전역으로 확장되었으나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은 그들이 1세기 전 처음으로 방문했던 이곳 온타리오 주의 알고마 지역와 슈페리어 호숫가에서 탄생했다.

이곳은 영감이 자유롭게 흐르고 이들의 유명한 작품들이 주는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 바로 이 풍경의 일부가 되는 장소이므로 작품 뿐만 아니라 장소를 직접 보아야 한다.

이 그룹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것은 가치있고도 영감을 주는 여정이 될 거다. 따라서 이 그룹의 여정을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여행 프로젝트 Moments of Algoma를 개발해서 소개한다. 수 상뜨 마리의 화가이자 미술역사학자며 "Painted Land: In Search of the Group of Seven" 제목의 영화를 만든 Michael Burtch에 의하면 이 장소는 "백년 전 Group of Seven에게 심장에 울리는 영감을 주고 작품들을 탄생시켰던 땅이었다. 이들은 당시에 기차를 타고 단지 일부만 보았을 뿐인데 이 땅의 일부의 아름다움을 그린 것이 아니라 전체 지역의 아름다움의 정수를 포착해냈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 지나가고 있는 바로 이 곳.   
이 지역은 이 Group of Seven에게 도전과 경의로움을 선사하고 영감을 불러일으켰으며, 풍경이 한 사람의 영혼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던 곳이다.  백년 전 이 젊은 예술가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작품 속에서 구현해낸 Algoma 지방과 슈페리어 호수의 북부 해안가의 풍경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직접 찾아서 자연과 예술을 연결해 보려는 여정이 바로 이 Moments of Algoma 프로젝트였다.  

지나치며 보아도 아름다운 이곳을 직접 깊숙이 들어가 거닐고 오르며 배를 타고서 작품 속에 나타난 자연을 만나고 그림으로 재현해내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은 참으로 클 거 같다. 

직접 참여는 못하지만 지금 우리가 스치듯 지나가는 이 해안도로에 이런 역사와, 이런 노력이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https://lakesuperiorcircletour.info/a-group-of-seven-adventure/
Sandy Beach Eco-Interpretive Park
Neys Provincial Park (https://momentsofalgoma.ca/en/index)

이제 Sault Ste. Marie 수 상뜨 마리다.
영어식으로 읽자면 수 세인트 마리 (메리)가 되려나~
마을로 들어서니 여태 지나친 마을 중에서 제일 크고 번화해 보이는 큰 타운이다.
슈페리어와 휴론 호수를 이어주는 이 마을 앞의 강 이름은 St. Mary's River이다. 이 강 위로 캐나다와 미국 국경이 있고 미국 쪽에 수 상뜨 마리와 똑 같은 이름의 타운이 또 있다.
이 두 마을은 The Sault Ste. Marie International Bridge 라는 다리로 서로 연결되고 교통한다고 한다.

그런 지리적인 여건 덕분에 이 마을이 발전했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다른 나라지만 딱 붙어 있는 같은 이름의 두 마을 주민들은 굉장히 편리하고 헷갈리고 재밌기도 할 거 같으다.
캐나다 수 상뜨 마리의 메트로 (Metro 세이프웨이 같은 큰 마트)에서 저녁 거리와 요거트와 과일을 사들고 나왔다.
다리 넘어 미국의 수 상뜨 마리에도 가보고 싶지만 지금 육로로 입국이 불가한 시기라 아쉽다.

오늘 밤을 보낼 캠프그라운드 예약을 미리 못한지라 다시 전화를 돌린다. 처음 건 곳에서 약간 가는 귀가 먹은 듯한 할머니가 받으셔서 집에 있으니 아무 때나 오라고 한다. 약간 미심쩍기도 했지만 수(the Sault)에서 멀지 않고 평도 괜찮고 17번 도로에서도 가까운지라 가기로 한다.

17번 도로에서 살짝 빠져 강변 길로 따라간다.
슈페리어 호수와 휴론 호수가 만나는 강가 St Mary's River

처음에 캠프장 싸인을 놓쳐 좀더 멀리가서 돌아왔지만
집인지 오피스인지 모를 공간에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허리 굽은 백발 할머니를 만나 체크인을 하고 들어선 캠프그라운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너무 아름다워서~~~

하지만 늦었다. 어둡기 전에 저녁을 해결하고 구경은 담날에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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