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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13: 더 수에서 토론토로

by 밴쿠버제니 2021. 11. 9.

슈페리어 호수를 따라 내려와 하룻밤 보낸 캠프장 이름은 Bell's Point Campground.
퀘벡에 아들이 있지만 이제 자신은 더이상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던 백발의 주인 할머니가 건네준 캠프장 지도를 찬찬히 보니 강이 2개나 앞 뒤로 흐르는 장소였다. 즉 St. Mary's River와 Root River가 캠프장 좌우로 흐르고 있다.

실제 지도를 보면 이곳이 얼마나 천혜의 캠핑장인지 알게된다. 17B 도로에서 들어와 나뭇잎 처럼 펼쳐진 넓은 공원에 2개의 라군과 1개의 메도우가 있고 숲 속에 캠프 사이트들이 점점이 들어있다. 아래에 손으로 그린 지도는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터치가 마치 하나의 미술 작품 같아 썩 마음에 든다.

위성으로 본 구글맵을 뒤집어 보니 캠프장 그림과 정확히 매치가 된다.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면서 캠프장을 한바퀴 하기로 한다.
아침은 주로 따뜻한 물 한잔에 간단히 바나나 등으로 해결하지만 점심 때를 대비해 밥을 지어 출발할 때가 많다. 전기가 있을 때에 준비하는 자세~ㅎ
이곳은 한 말뚝에 여러 개의 전기 아웃렛이 있어 이웃과 공유했다. 코스코에서 야외용 전기 연결선 3개 팩을 샀었는데 3개 까지는 필요없었고 이 경우에도 2개면 충분했다.

우리와 이웃한 캠핑카. 살림살이에 대형 바베큐 그릴도 보이는 거 보니 아예 여름내내 이사를 오신 듯~

한바퀴 하면서 본 캠프 그라운드의 모습이다.
아침 햇살은 빛나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일어난 듯 사방은 고요하다.

이 집은 데크까지 지어놓고 바베큐 그릴에 장작이 산더미로 있다. 아이들 스윙도 매달려 있다.
야외 소파 세트도 보이고
이 작은 트레일러 주인은 차를 가지고 출근이라도 한 걸까~
이집 칠판에 이렇게 쓰져 있다.  "It's all good in the trailerhood, John and Alisa"

그렇다 Trailerhood~ 캠프그라운드에서의 Neighborhood (이웃)는 집에서보다 더 돈독하리라.

저녁 늦게 들어와 간단히 저녁 먹고 차안에서 책이나 보다 잠들고 이른 아침에 조용히 준비해서 떠나는 우리 같은 뜨내기는 알 수 조차 없는, 이웃 간의 끈끈한 정이 넘치는 장소가 캠프 그라운드인 듯 하다. 저녁 마다 모닥불 옆으로 둘러앉아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이들을 보면서 선천적으로 빡빡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여유있게 다니고자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먹을 것을 챙기고 서둘러 길을 떠나게 된다. 누가 나를 쫒고 있는가...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이 캠프그라운드에는 장기 거주자들이 정말 많은데, 잔디나 나무나 주변 정리가 깨끗하게 관리되는 거 같지는 않았다. 아마 주인할머니가 일일이 챙기기는 어려우리라. 하지만 너무도 멋진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내게 능력이 된다면 사고 싶은 땅이었다. 이거 얼마예요??

강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캠프장 내내 이어진다
캠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근사하다
나오면서야 발견한 길가의 캠프장 싸인 (전날에는 이걸 놓치고 한참을 더 갔었다)

이제 그만. 이곳 강과 숲에 대한 나의 하룻밤 짝사랑과 작별하고 길을 떠난다.
그동안 사랑했던 슈페리어 호수와도 작별하고 이제는 휴론 호수 Lake Huron을 만나야할 시간이다.

더 수 (the Sault)를 떠나 우리가 가는 길은 큰 기역자로 돌아내려가는 17번 고속도로다 (아래 지도).
희망하기는 토론토 Toronto에 들어서는 것이고, 만일 저녁 잠자리가 여의치 않다면 토론토에서 백 킬로 전방에 있는 배리 Barrie 정도에서 멈추려고 한다.

산길을 가다보면 데이터가 잡히지 않기에 작은 마을이라도 지나는 길에는 얼른 토론토 근방 캠프그라운드와 호텔과 에어비앤비 까지 서치해본다. 하루 하루 잠자리 해결하기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캠프 그라운드 구경하느라 출발이 늦은 우리가 이른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곳은 서펀트 강 Serpent River 피크닉 구역이다. 강가에 주차장도 넓고 깨끗하고 나무들 울창한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이 피크닉 테이블에서 짐을 풀고 아점을 신나게 먹은 것은 좋은데 먹다보니 7부 바지를 입은 내 발등과 발목이 따갑고 가렵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모기들이 사정 없이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발을 동동 거리며 그제서야 모기 퇴치약을 뿌리고 얼른 점심을 마쳤다.

우리가 오늘 진행하는 길에서 서더버리 Sudbury에 이르면 거의 반은 온 거다. 서더버리에서는 King's Highway 69 이라고 불리는 69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리면 토론토 방향이다. 사실 토론토와 나이아가라 쪽은 이미 가본 적이 있는지라 서더버리에서 계속 동진해서 오타와 쪽으로 갈까도 했지만 꿋꿋하게 남진하기로 한다.

서더버리에서 내려가는 길 저 너머 오른편으로 휴론 호수가 계속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찬란하게 반짝이는 물의 땅 온타리오가 아닌가. 수많은 크고작은 호수와 강이 늘 곁에 있다.

69번 고속도로에는 공사구간이 참 많았다. 추월선으로 기껏 트럭을 따돌리고나면 공사구간에 임시로 만들어진 신호등을 따라 한 줄로 쭈욱 기다리기 일쑤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자고 들린 곳은 French River Trading Post. 밴쿠버의 서스펜션 브리지 내에서 들락거렸던 기념품 가게 (Capilano Trading Post)와 같은 이름이라 반갑다.

French River는 동쪽 니피싱 호수 Lake Nipissing에서 휴론 호수의 Georgian Bay로 흘러들어가는 약 110킬로미터 길이의 강이다. 이는 17세기 초 부터 모피 무역의 수송로이자 카누 루트였고 이후 통나무 수송의 물길로 캐나다에서는 역사적이 가치가 높은 강이다. 강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이런 Trading Post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듯 하다. Trading post는 물물 교역소, 또는 물물 교환 장터라고 하면 되겠다.

노쓰밴쿠버 서스펜션 브리지 안에 있는 Trading Post (수년 전 겨울에 찍은 사진을 소환해 보았다)
눈이 너무 탐스러우니 한 장 더~~

이제 길은 Barrie에 들어서는데~~ 대도시로 들어왔으니 호텔에 묵어볼까 싶어 여러 군데 서치를 해보았지만 지난 에드몬톤에서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망설여진다. 우선 배리에서 저녁 먹을 거리를 사러 구글이 알려주는 큰 몰 mall에 붙어있는 마트에 들어서니 마침 밴쿠버에 있는 T&T 같은 아시안 마켓이다. 오랜만에 중식으로 4 items, 즉 밥이나 누들을 선택한 후 3가지 사이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걸로 도시락을 샀다 ($13.55). 그리고 언제나 사게되는 과일과 요거트도 챙겼다. 이제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는 걱정없다. 토론토까지 내려가기로 한다.

온타리오에는 ON Route라는 이름의 휴게소가 있어 너무 좋다.  주유소와 식당과 화장실이 겸비된 편리한 한국식 휴게소다

Barrie를 지나면 하이웨이가 넓어지면서 이름도 하이웨이 400으로 바뀐다.

토론토에는 400-시리즈 하이웨이 (freeway)들이 있다. 무려 15개라고 한다. 몇가지를 보자면, 우리가 가고있는, 베리와 토론토를 남북으로 잇는 길은 400이고 (226 킬로미터), 401은 윈저 Windsor에서 퀘벡과의 경계 까지 동서로 이르는 긴 길이다 (828 킬로미터). 여기서 150킬로미터의 도심을 관통하는 하이웨이 407 ETR은 통행료를 내야 하는 길이다. (ETR=Express Toll Route)

길이 넓어진 것은 좋은데 차들이 너무 많고 또한 엄청 빨리 달린다. 남편도 만만치 않은 운전 실력이지만 타지에 와서 speeding 딱지를 뗄 이유가 없기에 내가 계속 진정시킨다. 제한속도 110인데 119 까지만 갑시당~ 옆에서는 다들 130 넘게 내빼고 있는 듯하고 우리 차도 자꾸 더 빨라진다. 다행이 곳곳이 정체로 금방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래는 Highway 401의 모습과 고속도로 교차로 사진이다.
지나치게 넓은 길에 숨이 좀 막히는 거 같다. 호숫가 해안도로와 숲 사이로 지나가던 좁은 오솔길이 그립다.

By Clashmaker - 'Four-O-One' Way,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8426549

우리가 토론토 도착해서 묵은 캠프그라운드는 Indian Line Campground다.
토론토 들어오는 내내 호텔과 캠프장을 서치하다가 도심에서 가까운 이곳 캠프장이 있기에 얼른 네비에 주소를 찍고 찾아왔다.

저녁 7시가 좀 넘어 도착하니 당일 8시 까지 열려있다는 인터넷 안내와는 달리 게이트는 열려있었지만 오피스는 벌써 닫혀있었다. 물론 오는 도중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볼 수도 있었지만 근무시간 중에 도착할 거니 온라인 예약비 10불을 추가로 낼 필요가 있겠느냐 싶어 그냥 온건데 좀 난감했다. 캠프그라운드를 한바퀴해보니 넓은 공원에 빈 자리도 아주 많았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깨끗하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결재한 다음 ($55.31)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우선 하루밤을 지내보자~~

캠프 그라운드 입구 모습. 왼쪽이 오피스인데 굳게 닫혀있었다
홈피 사진이다 https://trca.ca/parks/indian-line-campground/

자리를 잡고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우리가 머물게 된 이 큰 도시 한가운데의 캠프장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곳은 토론토의 시 당국에서 운영하는 캠프그라운드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Toronto and the Region Conservation Authority). 캠프 사이트는 RV와 트레일러, 텐트 가능하며 모두 247개로 전기시설도 종류별로 되어있고 무료 와이파이에 수영장, 놀이터, 코인 빨래방 등이 있다. 바로 옆에 공원도 이어지고 주택가와도 가까워 작은 몰을 이용하기 편할 듯 하다.

근처 하이웨이와 기차길이 가까워 시끄럽다는 평이 있었지만 그게 대수랴. 경험으로 보아 한밤중 지나가는 기차소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자장가 처럼 들려오고 아스라이 멀어지는 소리에 아쉬워하기까지 했으니까.

도심 한가운데서 숲속에 자리 잡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잘 잘 거 같았고 실제로 너무 잘 잤다.
한 가지, 낮에 물린 모기(?)에 발등과 발목이 거의 일곱 군데 부풀러 올라있는 거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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