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온라인으로 결재만 하고 체크인 없이 우리 맘대로 자리를 지정해서 하룻밤을 보낸지라 아침 오픈 시간을 기다려 오피스를 찾았다. 상황을 설명하고 뒤늦은 체크인과 함께 하루밤 추가 결재를 했다. 알고보니 공원 옆에 큰 저수지와 강변도 있었지만 우리가 정한 자리에 별불만이 없으니 그대로 지내기로 한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할 프로젝트가 있으니 그건 빨래다. 다행이 캠프그라운드 내에 있는 코인 세탁소를 가보니 시설은 깨끗한데 문제는 동전 교환기가 없고 우리에겐 남은 동전도 없다. 할 수 없이 차를 끌고 근처 몰로 향했다. 거기에 가보니 더 큰 빨래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동전을 잔뜩 바꾼 다음 차 안에 있는 모든 빨래 가능한 것을 여러 군데 세탁기에 집어 넣었다. 세탁기 하나에 5불씩 (캠프 빨래방은 3불이었던 걸로 기억), 건조기는 10분에 25전이니 1불이면 거의 말릴 수가 있다. 오랜만에 담요와 침낭까지 모두 집어넣고 돌리니 속이 시원했다.
오늘은 오전 11시에 점심 약속을 해둔 터라 최소 10시 까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맘 놓고 빨래를 돌렸다.
점심 약속은 토론토 중심부에서 멀지않은 사리원이라는 한식당이다.
밴쿠버에서 여러 해 가까이 지내면서 교제했던 부부였는데 원래 사시던 토론토로 다시 이사를 가셨다. 남편분이 암으로 투병하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년 전 세상을 떠나신지라 지금도 팬데믹 상황이지만 꼭 만나뵙고 싶었고 부인도 너무 흔쾌히 만나주셨다. 반갑고 즐거운 만남과 수다를 이어가는데 성악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멋진 테너셨던 남편분의 멋진 노랫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누구든 시간의 흐름을 비껴갈 수 없으니 늙음과 죽음을 피할 수 없을진대 무엇이 영원한건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Street 라는 Younge Street (영 스트리트)를 지나간다. 오후 일정은 나이아가라. 두어번 가본 적이 있지만 토론토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는 길 Queen Elizabeth Way를 달려 작은 마을 St. Catharines을 거쳐서 Niagara Falls로 간다.
나도 모르게 미국으로 넘는 다리로 올라서지 않도록 신경써서 길을 간다.
멋지고 이색적인 가게들을 지나 폭포 쪽으로 다가가면 정비가 잘 된 공원이 있다. Queen Victoria Park 이다.
캐나다의 길 이름과 공원이나 강 이름 중에 여왕님들 이름, 그리고 성인들 이름까지 빼게 되면 몇 퍼센트나 남을지 궁금해진다. 이름이 어찌됐든, 드넓은 잔디와 숲과 꽃밭이 어우러진 이 공원은 밤낮 번쩍거리는 나이아가라를 진정시키고 분노한 듯 쏟아져 내리는 물길에도 아랑곳 없이 늘 평온하다. (내겐 그렇게 보인다)
몇 번을 다시봐도 좋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저 밑의 배들을 보는 순간. 맞아 여기 유람선을 타야지. 지난번에도 너무 급하게 그냥 가지 않았나~ 남편을 재촉해서 빨리 뛰다시피 선착장으로 갔다. 하지만 티켓 오피스는 문을 닫았고 보니까 5시에 마감한다고 나와있다. 우리가 도착한 것은 5분 정도 늦은 시간. 너무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뭐 어쩌겠나. 아마 이 나이아가라를 또 오라는 뜻인게야~
애써 마음을 진정하며 스카이론 타워 Skylon Tower 주차장으로 다시 걸어올라왔는데 Why not try this?
시간도 어중간하니 꿩 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타워에 올랐는데 그냥 차로 휘익 지나고 폭포나 보던 나이아가라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스카이론 타워 Skylon Tower는 233미터 높이에서 나이아가라를 조망할 수 있는 타워로 1965년 개관했다고 한다. 올라가면 실내와 실외에서 다 내려다 볼 수 있다. 지하에는 오락실과 푸드코드와 4D 영화관 시설이 있고 꼭대기에는 2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타워 꼭대기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Yellow Bug"이라 부르는데 건물 바깥에 붙어서 올라가는 모습이 노란 벌레 모양이라 그런 듯 하다. 이 전망대 까지 오르는 시간은 52초라고 나와있다. 계단으로는 662개 밟아야한다니 걸어오른다면 63빌딩의 반 정도 (63빌딩은 1251개) 오르는 거니 제대로 운동이 되겠다~ㅎ
전망대에 오르면 빙 둘러가면서 유리로 바깥을 내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도에 따라 장소 이름이 붙어있어 알아보기 쉬웠다. 카메라에 시커멓게 보여 찍힐 지 몰랐지만 비교적 선명하게 나왔다.
덧붙이자면 이 길은 1812년에서 1815년 까지 이어진 이 땅에서의 미국과 영국이 원주민들과 합세하여 벌였던 전쟁 War of 1812 중에서 이 장소에서 벌어졌던 아주 치열했던 전투 Battle of Lundy's Lane으로 유명하다. 캐나다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전투라고 한다. 지금은 볼 거리 먹을 거리로 채워져 관광객들이 무심히 지나다니는 길이다.
실내를 천천히 한바퀴 돌아보고 바깥 공간으로 나가볼 수도 있다. 바람이 거세서 잠시 사진만 몇 장 찍고 들어왔다.
얼른 서둘러 찍었지만 유리 넘어 보던 풍경과 확 다른 멋진 사진을 몇 장 건졌다.
나이아가라 폭포 바로 앞에서는 못보았을 강과 마을과 국경 너머까지 펼쳐진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저녁시간 아직 떠나기는 이르길래 나이아가라 시내구경을 하기로 한다.
스카이론에서 클리프톤 힐 Clifton Hill 방향으로 걸어가 넓은 주차장을 지나면 가족용 오락 시설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나이아가라 스카이휠 SkyWheel (성인 입장료 $14) 그 앞에 넓은 공원 안에 공룡들이 불을 뿜고 가끔씩 화산도 폭발하는 가운데 36홀 미니 퍼팅 골프장 Dinosaur Adventure Golf가 있다 (성인 $10.99)
클리프톤 힐 Clifton Hill은 밤에 와보니 완전 딴 세상 같았다.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어디서 나왔는지 밤에 어울리는 의상을 걸친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마스크도 차에 두고 온지라 우리는 얼른 길을 건너 폭포 방향으로 걸어갔다.
야간 조명을 받은 폭포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아직은 많이 어둡지 않아 조명 효과가 크진 않다.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거 같아 차가 있는 스카이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폭포로 가까이 들어가는 크루즈를 이번에도 놓쳤으니 오늘의 나이아가라는 **다시 가본 나이아가라**가 아니라 **다시 가야할 나이아가라**라고 해야겠다.
다시 올 날이 있겠지~
그때는 크루즈도 타고,
레인보우 다리 건너 버팔로도 맘대로 다녀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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