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에 도착했지만 같이 저녁 먹고 하룻밤 자고나니 할일이 없다.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맛난 음식도 해주고 갖가지 밑반찬도 만들어 주어야 하겠지만, 난 도무지 그쪽으로 재질도 생각도 없는 편이다. 아들네 냉장고를 한번 열어보니 번호와 이름을 붙인 재료들과 깔끔한 밑반찬이 줄지어 들어있고 냉동실도 군인 모포 정리하듯 잘 정리되어 있다. 몸도 무거운 어린 며느리의 살림솜씨에 그저 놀라울 뿐, 게다가 그 편안한 싹싹함에 무뚝뚝 아들 둘 밖에 없는 우리 부부는 그저 신통하기만 하다.
하지만 얼른 정신 차리자.
며느리가 내오는 정갈하고 맛난 음식을 삼시세끼 즐기며 퍼지고 싶지만 누구에게든 시부모는 부담스러운 손님이리라. 나의 시댁살이 십년 내공을 발휘하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얼른 집을 나섰다~ㅎㅎ
그보다, 수년 전 먼 발치까지 와본 거 말고는 처음인 킹스턴이 궁금하기도 했다.
킹스턴은, 내게는 오직 아들네가 있는 도시지만, 사실 굉장히 역사적인 도시다. 캐나다의 손꼽는 군사도시이며, 온타리오 호수 동쪽 끝자락 세인트 로렌스 강이 만나는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천섬 관광으로도 유명하다.
집을 나선지 얼마 안되서 저멀리 카사 로마와는 다르지만 빨간 지붕의 디즈니 성 같은 건물이 보인다. 알고보니 이곳은 Collins Bay Institution, 즉 캐나다 교정 당국이 운영하는 감옥이다. 1930년에 오픈하여 온타리오에서 가장 오래된 교정 시설이라고 하는데 멋진 건물과 그 앞의 드넓은 잔디가 그저 넓은 공원 같다.
킹스턴은, 킹스톤이라 쓰는 것이 더 한국식인 듯 하여 킹스톤이라 표시하기로 한다.
킹스톤은 오대호 중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 동쪽 끝에 있는 도시이다. 그 유명한 세인트 로렌스 강 (St. Lawrence River)가 시작되고 도시 남북을 가로질러 카타라키 강 (Cataraqui River)가 흐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아래 구글지도에는 그저 세인트 로렌스 강이라 표시되어 있다.
잠시 역사를 살펴보면, 17세기 유럽인들이 쇄도하고 무역을 독점하고자 1673년 카타라키 Cataraqui 라고 불렸던 이 지역에 프랑스 무역소와 군사 요새를 만들어졌다. 이후 이름이 Fort Frontenac 으로 바뀌어 정착중심지로 발전했다. 1760년 이후에는 이 지역이 영국령으로 바뀌어 1780년대에 그 이름이 킹스톤 Kingston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당시 킹스톤은 한때 최초 수도로 지정되었었다. (the first capital of the United Province of Canada, 1841년~1844년).
현재 킹스톤은 캐나다의 군사적 요충지이며 온타리오 주 동부지역의 교육과 건강 중심지이다. 의대가 있는 퀸즈 대학이 있고 한국의 사관학교와 비슷한 군사학교 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도 있다.
킹스톤 도심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지역에서 나는 라임스톤 limestone (석회암)으로 지어진 건물이 많기에 일명 라임스톤 시티라고도 한다. 킹스톤 시내를 둘러보다보면 회색빛 돌로 된 건물도 보이지만 붉은 벽돌 건물들도 많다.
이 건물은 1876년 지어진 킹스톤의 최초 소방서 건물이다. 경사진 지붕과 창문과 타워 등 당시의 특징적인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내부는 1970년대에 레스토랑으로 개조되어 사용 중. 현재 Lone Star Texas Grill이라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나가면 잠시나마 수도로 불리웠던 킹스톤의 과거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멋진 건물이 있다. 이는 1844년 건축가 George Browne에 의해 완공된 건물로 킹스톤의 시청이며 캐나다 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공원을 걷다가 크루즈에 줄을 선 것을 보고 근처에 티켓 부스로 가보니 문이 닫혀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티켓팅 오피스는 다른 건물에 있다고 하여 물어서 찾아가보니 방금 출발했다고 한다. 우린 크루즈와 인연이 없나보다~
사실 준비 없이 시간도 모르고 왔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뒤늦게 찾아보니 킹스톤 해안을 도는 1시간 짜리 관광 크루즈 (Discovery Cruise)는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4 차례, 또 천섬을 다녀오는 3시간 크루즈는 여름 피크에 2 차례 운행 중이다 (참고: https://www.1000islandscruises.ca/)
유람선 타려면 2시간 기다려야 한다는데 잠시 망설이다 차로 둘러보는 쪽으로 택했다. 킹스톤 구도심 다운타운은 벌써 지나왔고 강 건너 군사대학 쪽으로 가기로 한다.
사실 킹스톤은 그 옛날 군사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중요한 군사 도시이다. 군사대학 RMC (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가 있을 뿐 아니라 군부대 CFB Kingston (Canadian Forces Base Kingston)이 있다. 아래 지도에서 다리 건너 우측 전체 지역이 군부대라고 보면 된다. 아들도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군인이다.
당연히 학교에 들어가 볼 수는 없으니 입구 까지만 가보고 뒷동산으로 올라간다.
RMC를 지나 Fort Henry Drive로 올라가면 바로 캐나다의 역사유적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포트 헨리 (헨리 요새) Fort Henry National Historic Site가 나온다. 여기서는 킹스톤 하버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멋진 곳이다.
위 기념비에 쓰여진 내용을 대략 번역하자면,
이곳 포인트 헨리에 지어진 초기 요새는 1812 전쟁 당시에 인근의 해군 조선소 (현재 RMC 자리)를 방어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킹스톤과 몬트리올을 연결하는 군사적 루트로 리도 운하가 건설되자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1836년에 약 7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이전 시설을 더 강화한 현재의 요새가 탄생했다. 영국군과 이어서 캐나다 군이 1890년 까지 이곳에 주둔했지만 실제 전투 상황은 벌어진 적이 없고 단지 1837-38년의 반란군을 구금하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이 요새는 1930년대에 복원된 이래 킹스턴 주요 관광지로 부상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코로나 탓인지 거의 사람이 없었는데 돌아나오는 길에 저 멀리 한 대의 관광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킹스톤에 사는 로컬들의 말을 빌리자면 (즉, 아들 며느리) 이곳으로 저녁 별을 보러 가끔 오른다고 한다.
언덕에 올라서면 밤하늘에 별이 쏟아진다고....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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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보고픈 얼굴도 보았고 집밥도 함께 했다.
충분치는 않지만 (충분할 시점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
이 안락함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우리는
야반도주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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