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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17: 다시 길 위에 (퀘벡 가는 길)

by 밴쿠버제니 2021. 11. 16.

다시 길 위다.
안락함을 거부하고 차 속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선택함에 서로 이견이 없으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아침 일찍 킹스톤을 출발하여 동진하는 중이다. 맘 같아서는 노바 스코시아와 PEI를 다시 가보고 싶다. 뉴펀들랜드까지 가보는 것은 어떨까. 뉴펀들랜드 끄트머리 바닷가에서 대서양의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서있고 싶다. 어부들이 갓잡아 올린 신선한 랍스터를 맛보는 기분은 또 어떨까...... Hey! Wake up! 이번에는 안된다. 출산이 딱 열흘 남은 며느리에게 집중해야한다. 열흘 전이면 바로 내일 출산해도 정상일지니 지금 우리의 일탈(?)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야말로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간밤에 지도를 뚫어지게 보다가 우리는 퀘벡시티로 결정했다.
킹스톤에서 약 550킬로니 넉넉히 6시간이면 올 수 있겠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그 다음 이유는 퀘벡시티를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좀 여유있게 돌아보기를 바라는데 그건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한가지, 아직은 9월 중순이라 이르겠지만 퀘벡 단풍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데 이것도 우리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것에서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저 길을 떠났다.

퀘벡으로 가는 길은 실로 단순하다. 그저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동진하면 된다. 그 말은 퀘벡으로 가는 길은 계속 강을 바라보며 가는 멋진 길이라는 뜻이다. 강가를 따라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있다. 천섬으로 출발하기도 하고 근처 섬들을 보트로 왕복하기도 하고 낚시를 즐기는 그야말로 은퇴 후 살고 싶은 마을들이 즐비하다. 킹스톤에서 1시간 쯤 올라가다 브록빌 Brockville이라는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구글로 보니 강가에 visitor centre가 있는 걸로 표시되어 있기에 화장실도 쓸 수 있겠다 싶어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즉흥적으로 들린 마을이다.

화장실 사용을 위해 들린 비지터센터는 외부에 싸인이 없어 좀 헤맸다. 알고보니 이 건물 안에 있었다.
바로 이 건물. 그 앞으로는 보트가 정박된 마리나가 있어서 우리는 강가를 따라 한바퀴 걷기로 했다
마리나 뒤로 공원도 보인다.
배 이름이 재미있다
이 지도를 보고 있자니 세인트 로렌스 강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알 거 같다.
이 공원은 Blockhouse Island라고 불리는 곳이다
Golden Hawk CF-86 Sabre Jet. 실제 비행기였다고 함
세인트 로렌스 강. 킹스턴에서 1시간 차로 온 거리니 카약으로는 얼마나 걸리려나

마을 사람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주는 마리나와 공원을 돌아나오니 주차장 옆에 이 마을의 역사적 유적인 철도 터널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당연히 가봐야지~

터널 입구를 지키는 자원봉사 안내원. 이 터널에 대해 유쾌하고도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브록빌 철도 터널 Railway Tunnel 은 1860년에 처음 개통된 캐나다의 최초 철도용 터널이다. 길이는 527미터로 지금 브록빌의 시청 건물 (1863-4년에 건설된 Victoria Hall) 밑으로 통과한다고 한다. 위 안내판에 따르면 이 터널은 1950년대 까지 강가로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용도로 사용되어졌다고 한다. 이 터널은 보수를 거쳐 현대적인 LED 칼라조명과 음향 시설을 갖추고 2017년 8월 12일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터널을 들어서니 갑자기 딴 세상에 온 거 같다. 조용하면서 비현실적인 사운드가 공간을 때리면서 내부 조명이 때때로 바뀐다. 무엇보다 시원하다. 사진을 찍어보니 특별한 느낌이다.

위 지도에 나타난 3군데. 시청은 터널 위 어딘가에 있었고 터널은 지금 들어갔었고 마지막 Blockhouse Island는 우리가 좀전에 걸었던 마리나 공원을 말하니 다 다녀온 셈이다
이곳 Brockville Farmers Market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1833년에 처음 열렸고. 지금도 같은 장소에서 매주 열린다고 하니 장터의 역사치고는 꽤 오래다. 오늘은 장날이 아닌 듯 하다~

위 안내 지도를 볼때 Our Past is Still Present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니, 몇 군데 이 마을의 역사적 유적지를 살펴보고 나니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는 아름다운 강가 마을이다.

브록빌을 돌아나오다 보니 강가를 따라 멋진 주택들이 눈길을 끈다. 이백년쯤 되었을 거 같은 오래된 벽돌집으로 부터 아주 모던한 유럽풍 주택 까지 길을 따라 각기 조용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대도시에서 은퇴하고 소도시가 딸린 이런 강가 마을에 살면 참 평화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집들이 너무 커보였지만.

Waterfront, For Sale 팔려고 내놓은 집도 있고
이 작은 벽돌집은 한 2백년된 듯 하다.

우연히 들어간 브록빌 마을 구경을 잘 하고 다시 401 하이웨이로 올라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401 하이웨이로 가기보다 2번 강가 도로로 갔었었야 했다. 그래서 다른 강가 마을도 구경하고 특별히 잉글사이드 Ingleside롱 수 Long Sault 사이에 있는 Long Sault Parkway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오려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롱 수 파크웨이 Long Sault Parkway는 세인트 로렌스 강의 11개 작은 섬을 잇는 약 10킬로 구간의 도로를 말하는데 그 경치가 빼어나서 꼭 한번 가볼 걸로 추천하는 곳이다. 너무 아쉬우니 잠시 지도와 사진으로 소개한다.

https://www.todocanada.ca/day-trip-from-ottawa-traverse11-islands-on-long-sault-parkway/
Credit: St Lawrence Parks

콘웰 Cornwall이라는 마을을 지나면 머지않아 온타리오 주 경계를 넘어 퀘벡으로 들어서게 된다. 퀘벡에 들어서자마자 금방 딴 나라에 온 느낌이다. 도로 표지판과 휴게소 간판과 모든 안내판이 일제히 불어로 바뀌어있다. 영어로 작게나마 써있지도 않으니 좀 심한 느낌이 든다. 하긴 이전에 퀘벡 길가에서 경찰에게 길을 물었다가 분명히 영어를 알아듣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불어로 응대하는 경찰에게 크게 실망한 적도 있다.

길을 가면서 학창시절 불란서 영화가 좋아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몇달 배웠던 불어에 대한 기억을 짜내어본다. 대략 추측으로 표지판과 안내문구가 읽히는 거 보니 머리 속 어느 방인가에 흔적이 약간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사실 영어와 불어는 비슷한 단어가 많아 추측이 쉽다. (나중에 일주일 퀘벡에서 지내고보니 자신감 뿜뿜~ 좀더 지내면 길거리 불어가 터져나올 거 같았다 ㅎㅎㅎ 그렇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다)

이곳에서 본 A&W와 Tim Hortons 간판이 반가우면서 생소해 보였다. 아 맞다 여기 캐나다였지.

길이 엄청 막히던 몬토리올을 겨우 빠져나와 퀘벡시티로 계속 갔다.
아직은 너무 이른 단풍길을 지나 캄캄해진 다음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소개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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