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시티로 목적지를 정하고 숙소를 급하게 알아보면서 당연히 우리의 1순위는 캠프그라운드 였기에 퀘벡시티 주변 1시간 이내 거리의 캠프그라운드를 모두 찾아보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호텔과 모텔과 에어비앤비 까지 뒤적이던 중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대학 캠퍼스 기숙사를 활용한 숙소다. 우연히 눈에 띈 이 숙소는 가격이 턱없이 낮아서 캠프그라운드와 비슷했다. 또한 퀘벡시티에서 20킬로 전방이니 가깝고 무엇보다 홈페이지가 영어로도 되어있어서 선택하기에 편하고 신뢰가 갔다. 실제는 사진 보다 더 나쁠 거라고 당연히 예상했지만, 차 안에서 먹고 자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매트리스와 화장실이 딸린 공간은 호텔이나 진배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선 이틀을 예약하고 지내보기로 했다.
참고로 우리가 예약한 곳은 Notre-Dame-de-Foy 대학 캠퍼스 기숙사 시설로 화장실 딸린 더블룸이 일박에 55불+Tax였고 세금으로 Lodging tax, PST, GST 합하여 10불 정도 추가되었다.
https://www.hebergementcndf.com/
밤늦게 도착한 기숙사 건물 로비는 텅 비어 있었다. 사무실에는 그래도 젊은 알바(?) 친구가 한 명 있었고 긴 불어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2층에 위치한 우리 방에 찾아들어가니 그야말로 오래된 기숙사 방. 한 세기 전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실내공간은 작았지만 더블베드에 작은 책상과 의자가 있고 제법 넓은 워크인 옷장이 딸려있어 짐을 다 넣어둘 수 있었다. 종류별로 실용적인 수건이 제공되기에 빨래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점이고 창밖으로 숲이 내다보여 좋았다. 지내보니 방음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복도 밖으로 문닫는 소리가 쾅쾅 들리기도 했지만 팬데믹에 예약자가 많은 거 같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
체크인 할 때 2층 보다 높은 층으로 방을 바꿀 수 있는지 또 왜 퀸사이즈 침대방은 안되는지 어렵게 영어로 소통하여 (내 불어는 그의 짧은 영어보다 턱도 없이 짧기에) 알아낸 바로는 현재 청소할 인원이 구하지 못해서 딱 2개 층만 운영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아마 코로나 여파가 큰 모양이었다. 사실 캐나다에 대학 캠퍼스 기숙사를 방학기간 중에 대여하는 곳이 제법 된다. 하지만 학기 중에 기숙사 한 동을 숙소로 대여하는 것을 보니 이 대학이 학생 수도 줄었고 쇠퇴하고 있슴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다녀보니 역시 분위기가 적막하고 허전했다. 대학이란 젊은 학생들의 기운이 넘쳐나야 하는건데. 이 역시 코로나 때문일까.
캠퍼스가 오래되고 삭막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이곳에 지내면서 이 캠퍼스가 정말 기가 막힌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세인트 로렌스 강, 뒤로는 아주 큰 호수 Lac Saint-Augustin (성 오거스틴 호수)가 있고 주변이 온통 숲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멋진 곳이었다.
햇살 좋은 날 캠퍼스를 한바퀴하고 다시 대학과 이어진 주택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위 지도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주택가 앞으로 난 길이다. 여기에 한 줄로 늘어선 주택들은 언덕 아래로 숲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세인트 로렌스 강이 보이는 멋진 뷰를 가지고 있다 (길에서는 집만 보이므로 지도로 보아 그럴 거 같다)
창밖으로 숲이 보이고 그 너머는 성 오그스틴 호수다.
아침 마다 지저분한 유리창 너머 퀘벡의 단풍을 기대하며 셔터를 눌러보는데 막상 사진으로 보아서는 변화가 없다. 그래도 창밖을 볼 때 마다 숲이 조금씩 더 단풍색으로 물드는 기분이 들었었다.
아래는 숙소 건물 앞 교차로 주변 9월 20일 전후 며칠 풍경이다. 아침마다 출근하듯 숙소를 나오며 막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멋진 나무들을 보노라면 방이 작고 오래된들 어떠리~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작은 숙소에서 6박 7일을 머물렀다.
얼마동안 있을지 몰라 이틀 씩 계속 예약을 연장한 끝에 일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떠나야겠구나 싶어 훌쩍 떠나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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