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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퀘벡시티: 시티투어 버스

by 밴쿠버제니 2021. 11. 20.

새로운 도시를 알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딱 하루만 주어진다면 로컬 여행사의 일일관광 투어에 조인하는 것이 가장 쉽고 다양하게 그 도시를 맛보는 방법일 거다.  만일 3일 정도 주어진다면, 첫날은 중요 관광 포인트를 가보고 둘째날은 중심 박물관과 미술관을 찬찬히 둘러보고, 마지막 날은 그 도시의 자연을 즐기며 시간 보내기.  즉, 그 도시에 있는 공원이나 산이나 바다, 호수 주변의 트레일을 걷거나 유람선을 타거나 로컬들만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 나라면 그렇게 보낼 거 같다.

우리는 며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이틀은 인터넷에서 모두가 추천하는 관광지를 가보고, 두번째 이틀은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을 훓고나서 가보았던 관광지를 더 자세히 가보고, 세번째 이틀은 공원과 섬을 드라이브하면서 처음 갔었던 곳들 중에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 천천히 다녔다.  딱히 이렇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내놓고 보니 그랬다.

그런데 우리가 첫날 아침, 올드퀘벡에 도착하자마자 전혀 생각지도 않은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다.  차를 주차해놓고 몇 발자국 걸어나오니 우리 앞에 버스가 있었다.  빨간색이 너무 경쾌하게 보여 줄을 서고, 자석에 끌린 듯 스스르 버스에 올랐다.  그 버스는 "Bus Rouge" (red bus) 빨간 버스라고 불리는 더블 데커 (double decker) 시티 투어 버스였다.  

올드퀘벡에 처음 도착해 주차한 곳은 왼쪽 라발대학 앞 길가다. 시간당 2불 정도했던 걸로 기억난다. 온통 불어에다 시간 정하는 방식이 틀려 미터기 사용에 처음에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나중에 보니 화면 구석에 영어 선택 버튼이 있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공원은 역사유적지 중 하나인 몽모랑시 공원 (Montmorency Park)이다
주차를 2시간하고 슬슬 걸어다녀볼 심산으로 공원을 가로질러 올라오니 호텔 쪽으로 눈을 돌리기도 전에 빨간 2층 버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버스에 오르면서 티켓을 살 수 있다 (성인 1인 $29.99+)
우리가 차를 세운 길거리에서 몽모랑시 공원을 지나 올라오면 빨간 버스가 유혹한다. 어서와서 타보렴~
여기는 역사적인 퍼레이드 광장이었던 곳 Place d'Armes, https://fr.wikipedia.org/wiki/Place d'Armes

여행 경험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느 도시에 가더라도 시티투어 버스를 타본 적은 없다.  스스로 지도 들고 돌아다니면 된다는 주의인데다 어딜 가든지 관광객이기 보다는 로컬 처럼 보이고 싶었었다.  근데 이번에는 약간 들뜬 기분으로 한번 타보고 싶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버스가 보이는 것만 해도 반갑고 고마운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이 버스는 Hop-on Hop off Bus, 즉 올드퀘벡에 13 군데 있는 정류소 어디서든지 타고 내릴 수 있고 그대로 앉아 있으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버스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 바로 위에 보이는 Place d'Armes, 페어몬트 호텔 건너편 분수 광장이다.  거의 모든 투어버스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플라스 달흠므, 내가 써놓고 봐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square of weapons라고 직역하기도 그렇고.. 그냥 그 장소다 ㅎ)

  • Place d'Armes
  • Quartier Nouvo St-Roche
  • Civilization Museum
  • Place Royale
  • Old Port Market
  • Quebec Conference Centre
  • Capital Observatory
  • Quebec City Armoury
  • Plains of Abraham
  • Museum of Fine Arts
  • Quartier St-Jean Baptiste
  • Place d'Youville
  • Quebec Cidadelle

버스에 타면서 운전수에게 티켓을 사고 이어폰을 받으면 좌석은 원하는 대로 가서 차지할 수 있다.  
모두 2층 데크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다.  우리도 마찬가지.  2층 앞쪽으로 자리를 잡고 버스가 한바퀴 돌아오는 내내 쭈욱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그대로 한 바퀴 하는 분위기였고 중간에 한 두 가족이 내리거나 타기도 했다.  예정에 없던 버스를 타고 두 사람에 62불 가치가 있을까 살짝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첫날 오리엔테이션 받는 셈 치고 즐기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주마간산~ 나누어준 이어폰을 끼면 줄줄 설명이 나오지만 경치 구경하랴 뒷자리에서 떠드는 소리 들으랴 사진 찍으랴 좀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중간에 버스에 올라 우리 앞에 앉은 중년 남자는 본인은 퀘벡 사는데 손주 구경시키느라 탔다면서 잠시 우리와 인사를 나누고서는 본인이 아는 퀘벡에 대해 우리에게 쉴새 없이 설명을 시작했다.  좀 지나친 친절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나누어준 몇 가지 정보가 나중에 유용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시티투어 버스에 10가지 언어로 설명이 나왔지만 그중에 한국어는 없었다.  설명이 나오는 언어는 불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포르투칼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였다.

버스에서 UNESCO Monument가 멀리 작게 보인다. 이 둥근 조형물은 1985년 올드퀘벡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념으로 세워진 것이다
페어몬트 호텔을 뒤로하고 버스 탑데크에 앉았다.

아래 사진들은 버스를 타고 영어 설명을 듣기는 했으나 별로 집중하지 않은채 눈으로만 보면서 찍어본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을 보니 우리가 나중에 가본 곳이 많이 나온다.  2층 버스에서 보는 풍경은 걸어다닐 때와는 사뭇 다르다.

버스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또다른 버스가 줄줄이 손님을 모으고 있다.

한번쯤 타볼 가치는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시티투어 버스를 타지 않았던 나의 판단이 옳았던 거 같다.  
남이 운전해주는 버스에 실려다니는 거는 어째 불편하고 녹음으로 나오는 설명은 가슴에 남지 않는다.
우린 그냥 발길 가는대로 가끔 지도로 확인하면서 직접 가보는 게 어울리는 사람들이야.  그래 본격적으로 걸어 다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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