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 D12: 슈페리어 호수 스쳐 지나가기

오늘은 썬더베이를 출발해서 오대호에서 가장 큰 슈페리어 호수를 약 1/3바퀴 돌아간다.
도저히 맑은 물이 담긴 호수라고 부를 수가 없는, 직접 보면 그냥 바다인, 위성으로 보아야 그 형태가 드러나는, 그 호수의 형상은 내 눈에 몸속 간 (liver) 처럼 보인다.
이 호수는 이 땅의 간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조수석에 앉은 나의 오른쪽으로 종일 만나게 될 슈페리어 호수와 도중에 관심을 끈 몇 군데를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길 위에서 보내는 하루라는 시간의 흔적을 지도에서 찾는다.

썬더베이 타운을 지나 우리가 하루밤을 보낸 코아 캠프그라운드에서 니피곤 까지는 백 킬로 거리다.
지난 밤, 니피곤 까지 가면 니가 너무 피곤하니 그 전에 서자고 했던 전략이 통했다 ㅎㅎ

니피곤 Nipigon은 슈페리어 호수와 북쪽의 헬렌 호수, 니피곤 호수 등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있는 마을.   
길 위의 우리에게는 어떤 길로 동진할지를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갈림길이기도 하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토론토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북쪽 11번을 택해서 크게 돌아서 노쓰베이 North Bay 마을을 통과해서 토론토로 내려갈 수도 있고, 또는 계속 17번으로 호수 주변을 큰 니은자로 돌아서 서더버리 Sudbury를 통과해 토론토로 가는 방법이 있다. 북쪽 11번 길이 훨씬 평탄하기에 남편이 트레일러를 몰고 갔을 때 함께 두 번 지나갔었다.  이번에는 작은 차니까 조금 멀더라도 슈페리어 호수를 더 잘 볼 수 있는 17번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아주 잘 한 결정이었다.

니피곤 마을 입구 방문객 센터

비지터 센터에서 지나쳤기에 저 ESSO에서 기름도 넣고 화장실도 들렀다. 트럭스탑을 겸한 주유소라 24시간 오픈

Nipigon River Bridge 저 다리를 지나면 선택을 해야한다. 11번을 타고 북쪽으로 향할지 아님 17번으로 직진할지

우리의 선택은 직진. 조금 멀더라도 호수에 더 가까이 가보자

니피곤 베이를 따라가다보면 아름다운 섬들이 가까이 보인다. 지도 상으로 볼때 Vert Island, St. Ignace Island, Simpson Island 등이 아닐까 한다.

짧게 차를 세우고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군데 군데 있지만 너무 협소하다. 고속 주행에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도로가 내륙쪽으로 들어서기 전에 마을로 살짝 빠져보았다.

이곳은 로스포트 Rossport 라는 바닷가 마을인데 여기서 시작하는 Rossport Coastal Trail 은 슈페리어 호수를 조망하는 1.5킬로 트레일로 53킬로에 이르는 Casque Isles Hiking Trail로 연결된다고 한다. 이는 또 슈페리어 호수의 북동부의 썬더베이에서 서드버리에 이르는 Voyageur Trail System의 일부라고 하니 호수를, 아니 바다를 발로 밟으며 지나는 길일 거다. 우리는 패스~ 잠시 물가에서 쉰다.

슈페리어 호수 북동쪽으로 쭈욱 연결되는 트레일~ 한달쯤 걸으면 갈 수 있으려나

우리가 있는 로스포트 주변 섬들이 멋지다. 한국 같으면 저 섬들을 모두 다리로 이어놓지 않았을까

슈페리어 호수에서 보트를 탈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을 적어놓고 있다. 적절한 복장과 장비를 사진으로 안내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 호수의 물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 아주 쉬운면서 구체적이다

다시 길을 떠나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려 우리가 라면 끓이고 점심을 먹은 곳인데 어디쯤이었는지 이름도 기록도 없다.  도로를 벗어나 작은 숲속 오솔길로 차를 몰고 언덕 위에 올라서면 공터가 있고 저 밑으로 망망대해 호수가 내려다 보였는데...
사실 그 기억만으로 족하다.

오늘 점심은 피크닉 테이블에서 끓인 삼양라면과 빵과 과일이다.  언덕 위 바람이 센 듯해서 차에서 먹는다

저멀리 RV를 몰고온 아빠가 어린 아들과 함께 나무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떠날 때 까지 이들의 만들기는 계속되었다.

이 마라톤 마을을 지나면 내륙쪽으로 달리기에 한참동안 슈페리어 호수를 볼 수 없다 약 이백 킬로 정도 거리다 

햇살 좋은 가을이다

원주민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그냥 차에서 눈으로만 보고 지나간다.

동진과 남진을 반복하며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근처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음을 네비게이터를 보며 짐작한다 저 멀리는 슈페리어 호수가 있을테고

그러던 어느 순간 바다가 눈 앞에 탁 펼쳐지는데 차를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잠시 벗어난 곳에서 보이는 망망대해~~
아무 생각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향해 걸어가게 되는 이곳은 올드우먼 베이 Old Woman Bay다.

왜 올드우먼이라 이름 붙었을까. 슈페리어 호수 중심 (서쪽)을 향해 그려진 이 만은 내게 한반도 같아 보인다

"엄청난 절벽과 숲을 이루는 언덕과 깊고 푸른 물길이 인상적인 이곳 슈페리어 호수 주립공원의 올드 우먼 베이에서 여러분은 슈페리어 호수의 경이로움과 장대함을 느낄 것이다. 이곳은 영화 제작자 겸 화가이자 작가였던 Bill Mason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위 게시판에 쓰여진 글 일부다.

찾아보니, 빌 메이슨은 이 올드우면 베이를 1962년 처음 방문한 이래 29년 동안 이곳에서 카누를 타고 그림을 그리고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Paddle to the Sea"를 찍으며, 1989년 이 베이의 절벽 아래 카누를 탄 지인들에 의해 한 줌 재로 뿌려지기까지 전심으로 이곳을 사랑하고 이곳에 이는 폭풍의 장대함을 사랑하였다고 한다.

Paddle-to-the-Sea 는 미국 작가 겸 화가인 Holling C. Hlling 작품으로 1941년에 출간된 어린이용 도서다.  Bill Mason은 1966년에 이 책을 기조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찍었고, 이 책 내용에서 바다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니피곤 마을에는 2016년 이 주제로 워터 파크가 개장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음은 책 초판본 표지와 내가 우연히 찍은 (위에 실은) 니피곤 방문객센타 조형물.

늙은 여인이라 부르기에 너무 장대한 베이에 파도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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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태평양 바다 앞에 서있는 듯 가슴이 벅차오르는
깊고 푸른 물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