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별장에서 내려와 동해의 푸른 물을 만난다.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저멀리 작은 섬이 돌고래 모양이구나 싶은데 바로 이정표가 나타난다. 돌고래가 아니라 거북이란다. 게다가 광개토대왕릉일 가능성에 따라 앞으로 고증을 거쳐 복원 예정이라 하니 수년 내에 이곳이 더 달라질 수도 있겠다. 복원도 좋지만 이 자연을 더 해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바닷가에 홀로 나지막히 서있는 콘도 건물이 보여 잠시 들러보았다. 화진포 파도가 방안까지 밀려올 듯한 저곳에서 며칠 보내면 어떤 기분일까. 근데 너무 낡았다. 실내는 어떨지 몰라도 가까이 가본 발코니와 창문은 바닷바람에 녹이 쓸고 칠이 벗겨져 있다. 커피숍과 식당을 겸한 곳은 열었는지 닫혔는지 모를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콘도와 바닷가 사이에 통나무 벤치가 있는 공간은 썩 맘에 들었다.
2)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에서 내려와 화진포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만 송림 사이로 걸어가면 이기붕 별장이 나온다. 다시금 강원도 고성군 관광포털 자료를 참고해 본다.
이기붕 별장은 1920년대에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건축되어 현재까지 보존된 건물로서 해방 이후에 북한공산당 간부 휴양소로 사용되어 오다가 휴전 후에 부통령이었던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가 개인별장으로 사용하였습니다.
1999년 7월 전시관으로 개수 운용하고 있습니다. 박마리아는 생전에 인근 고성군 대진읍에 대진교회를 세우고 자주 이 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별장 내 집무실과 응접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주전자, 촛대, 문갑 등이 보관돼 있습니다. (https://www.gwgs.go.kr/prog/tursmCn/tour/sub02_05/view.do?cntno=52)
그러고 보니 이 별장은 박마리아 별장이라고 해야할 듯. 또한 백년 전 이국 선교사들의 입지 선정에 탄복할 만 하다. 이승만 별장의 거침없는 오션뷰에 이어 이곳은 송림과 레이크뷰가 너무 멋진 곳이지 않은가~
역사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기붕이라는 인물은 그저 한국 근대사에 등장하는 한 정치인 이름일 뿐이다. 비극적인 그의 일생과 말년에 대한 얘기를 귓가로 들으며 이 작은 별장에서 좀더 시간을 보냈더라면 그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했다. 저 청청한 소나무와 잔잔한 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평화에 좀더 가슴을 열었더라면.
이기붕 별장에서 나와 이승만 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화진포 해변으로 다시 나오는데 주차장 한켠에 작은 임시건물 커피집이 보여 잠시 들렀다. 커피 라떼와 시원한 오미자 차. 오미자는 직접 담그신 거라는데 주인장 연세가 많이 높아보인다. 이렇게 매일 일할 수 있슴에 너무 감사하다는 그 말씀에 응원을 보낸다.
3) 이승만 별장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이승만 별장 까지는 아주 가까워서 화진포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된다. 약 500미터 정도가 되려나. 크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을 건너 잠시 언덕을 오르면 <이승만 대통령 화진포 기념관>이라는 이름의 작지만 모던해 보이는 건물에 다다른다. 건물과 역사에 대한 설명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햇살이 비치는 호수가 잔잔해 보이지만 이승만 별장 언덕에는 바람이 거셌다.
바다와 호수와 솔밭이 함께한 이곳에 별장들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더 이상은 개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강릉에서 한시간 반이면 넉넉하게 올 수 있는 이곳은 앞으로도 쉽게 찾을 거 같다.
비 오는 가을날 와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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