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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강원도 5박 6일

D5: 정선 카지노

by 밴쿠버제니 2022. 5. 27.

카지노에 대한 나의 처음 기억은 리노와 라스베가스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네 식구는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 LA에서 나오기 까지 30박 31일을 돌아다녔는데, 그 수많은 웅장한 국립공원들보다 리노(Reno)와 라스베가스가 더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왜일까~ 아마 한국에서 금기시되는 카지노에 가본 것과 도시 전체가 마치 축제인양 화려하고 들떠있는 분위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캐나다에서도 가끔 카지노를 간다.  카지노장의 번쩍이는 기계를 쭈욱 지나들어가면 엄청 싸고 괜찮은 부페식당이 있기에~ㅎ

아무튼 강원랜드는 그동안 서너번 갔었다.  하이원CC 호텔에서도 숙박했었지만 카지노장이 있는 메인호텔 옆에 붙은 하이원 그랜드 컨벤션호텔이 아주 실내가 넓고 뷰도 좋았었다.  주변에 잘 가꿔진 트레일을 걸어도 좋고 민둥산에 다녀와도 되고 좀더 나가 정선이나 태백의 5일장을 찾아가면 강원도 풍물구경을 하며 사먹는 옹심이와 감자전 맛도 일품이다.  어떤 게임이든 영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는 우리는 그저 카지노가 있나보다 했었다.  이번에는 비도 오고 눈까지 오는 마당에 걷지는 못하고 카지노장이나 구경하자고 처음으로 내부를 들러보았다.  내국인 입장료는 9천원, 외국인은 무료다.  정선군민은 출입금지되어 있고 한달에 한번 지역주민 입장의 날이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카지노장 입구를 보며 폰을 만지작 거리니 바로 보안이 다가온다.  촬영금지라고 한다.  실내로 들어가보니 갑자기 딴 세상에 온 거 같은데, 예상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 놀라웠고, 또한 이 모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내게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입구 직원들의 덩치에 걸맞지 않는 친절한 말투도 어색했고 실내의 머신 앞에서 앉은 피곤하고 무표정한 얼굴들을 보며 왠지 구경삼아 지나다니기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마 나의 선입견 탓이리라).  2층으로 올라가보니 구석 공간 의자에서 자고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들의 머리 속 생각은 무엇일까~ 아마 이곳 정선의 아름다운 풍광은 아니리라.

십여분 만에 카지노장을 미련없이 빠져나와 잠시 호텔 안을 걸어다녔다.  아래 꽃 모형은 카지노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데 꽃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  내 눈에 poppy 즉 양귀비 꽃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양귀비꽃의 꽃말이 상상 (몽상)이란다.  붉은 양귀비는 몽상/헛된 생각, 흰 양귀비는 망각, 노란 양귀비는 풍족함, 자주 양귀비는 허영/환상이라고 하니 이곳에 이 설치물은 내 생각에, 매우 적절하기도 하고 부적절하기도 하다.

피아노 치는 남자도 작품이다 실제로 치고 있으면 더 좋으련만~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몇 가지 장점 중 하나는 이런 멋진 뷰~ (두번째는 화장실 ㅎ)
호텔 로비에도 같은 꽃 장식 (작품)이 있다
컨벤션호텔 쪽으로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고 때로 작품전을 할 때도 있다
지하로 내려가 호텔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다

하이원 그랜드 호텔 뒤로 나가면 이렇게 아름다운 계단을 만난다.  물레방아에서 흐르는 물과 주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침 공기가 비 내린 날씨 덕에 더욱 청량하다.

하이원 그랜드 호텔 옆에 있는 운암정 가는 길.  운암정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허구의 식당으로 등장했고, 여기 이 장소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만화도 드라마도 본 적이 없다 나로서는)

드라마에서 오픈세트로 활용했던 운암정을 영업장으로 리뉴얼해서 2008년 개장하여 진짜로 영업중이다. 드라마, 영화의 운암정 장면은 세트 외 다른 장소에서도 찍었기 때문에 화면에서 보았던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특히 정원...) 그래도 한식 건물과 정원, 객장 내 외부를 고급스럽게 잘 꾸며 놓아 가 볼만 하다. 다만 드라마에서와 같은 최고급 한식 전문점이므로, 음식 가격대가 만만하지는 않다. (나무위치 참고)

이후 2018년 영업적자로 문을 닫았던 운암정은 리뉴얼을 거쳐 베이커리 카페로 탈바꿈해서 2022년 올초 부터 영업 중이라 한다.  이 정보를 미리 알았더면 이날 가보는 건데 아쉽다.  아름다운 한옥 대청마루에서 차 한잔 마시러 가야겠다.

운암정의 겨울 풍경과 애프트눈 티 세트 (신문에서 가져왔다)
청보리가 자라는 마당 너머 저멀리 운암정 한옥지붕이 보인다
2018년 개장한 워터월드~ 가족손님을 겨냥한 듯 보인다. 라스베가스의 워터파크 Wet n Wild 생각남
왼쪽은 하이원 그랜드 컨벤션호텔이고 오른쪽은 메인호텔인데 내부가 연결되어있다
튤립 꽃밭 뒤로 우리가 차를 세웠던 주차장 입구가 보인다. 지하로 계속 내려가는데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대형차들로 빼곡해서 놀랐다
늦봄 내린 눈비를 뚫고 나오는 튤립~ 산골 공기가 서늘하다

이제 정선을 떠나 영월로 갈 참이다. 
<정태영삼>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여 알고보니 정선, 태백, 영월, 삼척을 아우르는 말로 강원도 내륙의 대표적인 지역의 관광지를 홍보하는 말이다.  우리는 삼척과 태백을 거쳐왔고 이제 정선에서 영월로 가려하니 우리의 발길은 삼태정영이 되겠다.

강원랜드를 떠나 이제 지도 왼쪽에 보이는 장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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