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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남도 7박 8일

D2: 퍼플, 퍼플섬

by 밴쿠버제니 2022. 6. 17.

내가 색깔 (컬러)에 관심이 많은 지는 나도 몰랐다.  어린 시절 수채화 붓끝에서 물과 섞이며 변해가는 색깔들에 흥미가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밴쿠버에서 이사를 다니면서 직접 벽에 페인트칠을 하게되면서 방문한 페인트 가게.  그곳에서 만난 수 많은 색깔들, 특히 색깔에 부여한 그 이름들에 매료되었다. 


아직도 가끔 벤자민 무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올해의 컬러는 무엇일까, 새로운 이름을 얻은 색깔은 무엇이 있나 찾아본다.

이것은 올해의 칼라 팔레트~ 왠일인지 뉴트럴한 색깔 위주다. 아마 코로나로 지친 마음들을 쉬게 해주고 싶다는 뜻일까. 수년 전 이사간 콘도에 그해의 칼라로 뽑힌 벤자민 무어의 강렬한 색깔 두 가지로 안방을 칠하고 내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색깔로 생각이 미치는 이유는 목포 앞 안좌도 끄트머리 보라색 마을로 알려진 "퍼플섬"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퍼플이란 우리말로 보라색과 자주색을 아우른다고 할때, 우리가 아는 퍼플색은 몇 가지인가.  어릴 적 24색 36색 크레파스에 있던 두어가지 보라색 말고도 얼마나 많은 퍼플 칼라들이 있는지.   벤자민 무어 홈페이지에는 거의 200가지 이상의 색조를 보여주고, Colors Explained 라는 사이트에서는 99 shades of purple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고 각 색깔이 주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사실 빨강과 파랑 사이 모든 색깔이 퍼플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 자꾸 딴 곳으로 간다.  여기서는 그냥 한국의 섬마을에서 자연과 더불어 만들어낸 보라색 풍경을 감상해 보자~
안좌도에 들어서 천천히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어느 틈엔가 보라색 창고와 보라색 방앗간, 보라색 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의 보라색은 붉은 끼가 쑥 빠진 바이올렛, 라벤더나 로얄퍼플 쪽이다.  그냥 우리가 아는 크레파스 보라색이다.

근데 왜 보라색일까. '섬 전도사' 박우량 군수의 민원해결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흑산 장도주민들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교체' 요구에 "이왕이면 유럽의 마을지붕처럼 색칠해 홍도,흑산도를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색은 섬 곳곳에 자생하는 보라색 청도라지와 꿀풀 등에서 착안했고, 이어 주민들이 잡초를 뽑고 보라꽃을 심었다.  (무등일보 칼럼)

 

퍼플섬은 이른바 컬러마케팅을 통해 섬 부활을 일군 첫 사례다...  퍼플섬은 지난달 ‘2021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에 선정됐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인구 1만5000명 미만의 전 세계 농어촌마을을 대상으로 문화‧자연 자원, 경제‧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 안전성 등을 따져 32개국 44개 마을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했다. (중앙일보)

 

반월도와 박지도 두 섬 인구를 다 합해 봐야 135명 남짓이라는데, 섬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월도, 엎어놓은 바가지를 닮았다고 해서 박지도라 한다.

퍼플섬은 안좌도 끝 안좌면과 두 섬, 박지도와 반월도 지역이다. 이 세 지역은 모두 인도교로 연결된다
마을 주차장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와 커피숍을 지나 한참 걸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멀리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입장료가 일반 5천원인데 보라색 의복 착용시 무료라니~ 우리 모두 아무리 뒤져봐도 하다못해 양말 한 짝도 (이 섬에서 의미하는) 보라색을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내가 입은 티셔츠는 약간 버건디에 가까운 다크 퍼플이었는데 보라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 받기 위해서는 나의 보라색에 대한 스펙트럼을 좁혀야 하는구나~~

이쯤에서 오래전에 본 영화 Color Purple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아마 라벤더가 만발해 있으리라~ 다가가보니 아니다
이 보라빛 꽃 이름은 버들마편초 (모야모 감사~)
서울시의 이해할 수 없는 도시 브랜드가 생각나는데
옆에 설명이 있어 다행이다. BTS의 '뷔'가 인터뷰에서 만들어 쓴 말이라고 하니, 언어의 사회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붕은 물론이고 길 거리 돌도 보라색, 지나가는 섬 아주머니들 모자도 조끼도 모두 같은 색이라 내심 약간 당황했다. 내가 여기 살았다면 같은 색깔을 입는 것에 저항하지 않았을까 (소심하니까 마음 속으로만 그랬을 거 같다)
I purple you가 내게는, 당신을 귀하게 여깁니다 정도로 다가온다.  퍼플이 옛날 귀한 염료였다는 생각 때문일 거다.  끝까지 함께 사랑하자는 좀 많이 간 듯 한데~ 쓰는 사람이 그런 뜻이었다라고 했다면 노 프라블럼
다리에서 보는 안개 속 섬들이 멋지다
저 섬들까지는 다리가 연결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라빛으로 물들이려고 모두가 애쓴 섬, 색깔을 떠나서 섬 자체로 아름다웠던 그 섬을 빠져나온 우리의 점심 메뉴는, 폭풍 인터넷 서치 끝에 한 어촌 마을에 숨겨진 식당의 보말 칼국수와 보말 죽이었다.  처음 만나는 씁쓰레한 보말 (참고둥) 요리에 호불호가 갈렸으나 깔끔한 반찬 덕에 그런대로 한끼 건강식으로 해결한 느낌이었다.

안개 걷힌 천사대교를 건너 다시 목포시로 돌아오는 길이다.  아침에 보이지 않던 섬들이 점점이~~ 1025개 중 삼십개 정도는 본 거 같다.  우리는 다시 차 2대로 나누어타고 목포를 떠났다. 

목포에서 시작하여 동진하려는 우리의 계획에 따라 다음 행선지는 해남과 완도로 정한 후 되도록 미리 해남에 가서 쉬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해남의 한가운데 두륜산이 있고 근방에도 모텔들이 있어 몇 군데 찾아가보기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진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  

이곳에서 모텔들과 한옥 펜션 등을 여러 군데 다녀보았으나 오래 묵은 냄새가 좀 덜나는 곳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건물이 낡은 것도 있지만 그동안 손님들을 못받은 방들이라 더 그런 거 같았다.  맨 오른쪽 모텔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해서 별말없이 키 3개를 받은 곳이다. 시골 길에서 산쪽으로 쑤욱 올라가 있어 마치 귀곡산장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은 곳~ 그곳 주인장의 자연스러운 친절함이 좋았고, 무엇보다 방안의 사방 벽과 천정이 나무로 시공되어있어 오래묵은 냄새가 덜 났다. 

밤중에 창문을 열어보니 청량한 밤공기에 언덕 아래 논밭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 한 가득하여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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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tincontext.org/shades-of-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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