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지도를 보니 그 시작점이 집에서 너무 가깝지 않은가 게다가 전체 트랙킹 거리도 부담스럽지 않다 (약 6.3킬로미터, 3시간 이내 거리라 하니) 그래서 햇살이 따사로왔던 6월 초순 집에서 점심을 먹고 느지막히 다녀온 길, 대관령 소나무숲길을 소개한다. 사람 발길 닿은 지 얼마 안되는 이 숲길은 내게는 가고 또 가고 싶은 길이 되었다.
대관령 소나무숲길은 대관령 옛길, 선자령 순환등산로, 백두대간 마루금, 국민의숲 트레킹 코스 등 길이와 소요 시간, 난이도가 다양한 대관령 일대 12개 숲길 가운데 하나라고 나와있다. 이 숲은 1922~1928년 사이에 소나무 씨앗을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 방식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총면적은 약 400ha로 축구장 571개 규모다. 조성된 지 약 100년 만인 지난 2018년 일반에게 개방되었다니 사람 발길이 닿은 지 얼마 안되는 숲길로 우리는 백년 만에 초대를 받은 셈이다.
어흘리 산림관광 안내센터
소나무숲길을 가기 위해 들러야할 곳은 어흘리 산림관광 안내센터이다. 이곳은 올해 (2022년) 2월에 강릉시가 준공하여 개방한 공간으로 화장실도 있고 드넓은 주차장도 있다. 물론 숲길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이름 어흘리는 강릉시 성산면에 있는 마을이름이다. 강릉시가 설명하는 지명의 유래를 보면,
어흘리는 1914년에 가마골, 문안, 반쟁이, 굴면이, 망월이, 제민원을 합쳐 어흘리라고 했다. 어흘리는 대관령을 끼고 있는 비교적 넓은 지역으로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의 모습이 넓고, 기다랗게 물건을 늘어놓은 것처럼 되어 있다. 어흘리는 주위의 여러 지역을 총칭한 지명인데 "어울리다, 만나다"라는 뜻인 느느리, 느러리 라는 말을 음차한 것이다. 그리고 於屹이라는 것은 여러 골짜기의 물이 합수하는 곳의 지명이다.
대관령숲길 안내도나 안내센터의 각종 팜플렛을 보면 네 가지 순환코스가 색깔로 구분되어 알기 쉽다. 아래 안내도에서 핑크색은 구름코스, 노란색은 목장코스, 파란색은 옛길코스, 초록색은 소나무코스, 모두 15~18 킬로미터 거리로 소요시간이 6~8시간이다.
아래 지도는 오늘 가는 소나무숲길이다. 현 위치에서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삼포암이 나온다니 가보자~~
삼포암은 폭포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자마자 오르막 숲길이 이어지는데 500미터도 안가서 곧 삼포암 폭포를 만난다. 선자령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3단으로 내려오기에 삼포암이라 이름 붙여진 이 폭포는 그 아래 둥근 가마소가 아주 깊다고 전해진다.
솔숲교
삼포암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길을 가자니 마치 깊은 산 속에 들어온 듯 하다. 이 계곡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소나무숲에 들어갈 차례다. 계곡 위로 잘 만들어진 다리 "솔숲교"가 구수하게 말을 건다. 우측보행 하드래요~
네 그럴게요 (강원도말로는 답을 못하고 말았다)
숯가마, 금강송정
이곳 숯가마에서는 전통재래식 방식의 참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고 숯이 생산된 후 숯가마에서 찜질 체험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아마 코로나로 문 닫은 모양인지 약간 버려진 공간 같았다.
쭈욱 정상까지 소나무숲
제법 가파른 오르막도 군데군데 있지만 친절한 안내판과 각종 나무와 들꽃들을 지나며, 무엇보다 멋진 소나무들을 우러러보며 걷는 길은 인적도 없이 고요하고 신선했다.
도둑재 전망대, 대통령 쉼터, 풍욕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데가 주변으로 군락을 이룬 황금빛 소나무에 정신을 빼았기에 숨찬 줄도 모르고 오르는 오솔길 옆으로, 툭 트인 산 아래 전망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이전에 도둑재라 불렸던 곳으로 넓고 견고해 보이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 내려갈 차례다. 둘레길이니 시계방향으로 돌아 그대로 전진하며 된다. 여태 왔던 길로 돌아가도 멋질 거 같지만 나아가는 길 앞에 펼쳐질 새로운 숲길도 기대된다.
복잡한 정치상황과 어려운 경제와, 순서를 지키지 않는 차와 사람들과, 답답하게 가까운 건물들과 지나치게 더운 여름 날씨와 뿌연 공기 속에서 이어가야하는 한국살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고 더하여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숲이 지켜지고 있슴에 너무 황송하고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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