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올랐다.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 동해 바다 까지 보인다는 멋진 고개를 가리라고는.
물 보다 나무를 좋아하는 그래서 바다에 나가기 보다 산쪽으로 가서 둘레길 걷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날 위해 몇 번 대관령 옛날 고속도로를 거쳐 숲길을 순례하던 어느 날 아침, 며칠 오락가락 하던 비가 그치길래 우리는 다시 대관령 고속도로를 올라탔다 (대관령 고속도로는 옛날 영동고속도로를 말한다). 대관령 꼭대기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가볼 수 있는 등산코스가 여러 군데 있다는 걸 지난번 알아두었던 바, 남편이 선자령이라는 곳을 한번 가보자한다. 냉동실에 있던 떡과 삶은 감자를 넣고, 새벽시장에서 사두었던 자두(강릉 사투리로 "꽤"?)와 물까지 잘 챙겼으니 어딜 가든 한끼 때우기는 걱정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밑 동네 강릉에서는 비가 그친 듯 했으나 구불구불한 산길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비가 창을 두드리다 말다가~ 중턱부터는 안개로 뒤덮히니 위험해 보여도 운치는 있다.
대관령 정상 휴게소에 도착하니 여전히 오리무중~~ RV차량들이 안개 속에 서있다. 캠핑하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축축한 날씨에 집 떠나 차에서 지내는 번거로움이 먼저 떠오른다. 캠핑을 하더라도 빨래도 해야하고 삼시세끼도 먹어야하는데 이 눅눅함과 낭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정답이 없는 거 같다. 그냥 시작했으니 해보는 거다. 우리도 그랬었다.
지난번 "국민의 숲"에 왔을 때 방문했던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의 도움을 다시한번 받았다. 선자령 가는 길을 물어보니 자세히 가리켜 주셨다. 안개비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길 건너편 휴게소를 가서 돌비석을 만나기 까지, 또 돌비석에서 시작해서 어떤 길로 올라가는 것이 좀 더 쉬운지를 비롯하여, 비 오는 날씨에 더 한적하고 걷는 맛도 있을 거라는 말씀도 함께 주시니 용기를 내어 고고~~
다녀와서 돌아보니, 위 안내판에서 등산로 종점이라는 곳 (서울 방향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한바퀴 다녀오는 코스가 더 나은 코스 같다. 우리는 비석 앞에서 출발하였기에, 위측 길을 선택하여 반대 방향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비슷한 지점으로 돌아오게 되므로 큰 상관은 없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로 가다보니 출발하여 중계탑이 있는 곳 까지는 넓은 찻길인지라 등산하는 맛이 덜 했슴은 사실이다. 한 가지 더하자면, 내려오다보니 국사성황사 근방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차를 세우고 출발해도 될 거 같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다녀오면서, 다녀온 뒤에 알게된 사실이다. 아무튼 우리는 출발했고, 출발했으니 앞으로 전진할 뿐~~ 비상용으로 배낭 속에 들어있던 얇은 비옷을 꺼내입고 걷는 발길이 상쾌했는데 걷다보니 곧 더워져 비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선자령 정상은 가기 전인데, 사방으로 툭 트인 언덕 위에 풍차들이 어우러진 풍광이 정말 시원하고 멋지다. 사실 우리 집에서도 저멀리 대관령 위 풍력발전용 풍차들이 이쑤시게 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많았다. 찾아보니 약 49개 건설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풍광을 보다보니 먼저 이 방향으로 와서 선자령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도 멋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자령 정상 돌벤치에 앉아 싸가지고 온 감자와 떡으로 점심을 먹었다. 비는 진작에 그쳤고 햇볕이 뜨거웠지만, 백두대간의 중심에 앉아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두 팔을 벌리며 온몸으로 퍼지는 햇살을 받아들였다.
정상을 지나서 돌아나가는 길로 나아가다보니, 여태 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활한 바람의 언덕!!
내려오는 길은 내내 숲길이었다. 이래서 먼저 이 숲길 코스로 등산을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아무튼 우리는 바람의 언덕에 올랐고 선자령 정상에도 갔었으니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는데, 햇볕을 피해 숲 속을 걷는 맛도 좋고 내리막이니 더욱 속도를 높여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산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멋진 광경을 좀더 보고 싶었지만 차를 되돌릴 수는 없어 조금 더 내려와 주차장이 있는 전망대에 이르렀는데 또 다른 풍경이다. 내려다 보여야 할 강릉시는 간 곳 없고 구름이 산을 휘감고 있다.
선자령은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놀다 하늘로 올라간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계곡 보다는 들판과 풍차와 하늘이 어우러진 광활한 바람의 언덕으로 내게 남았다. 단풍 짙은 늦가을과 눈 오는 겨울에 가면 더 멋질 거 같으니, 기다려라 선자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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