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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살이

강릉 순포습지

by 밴쿠버제니 2022. 8. 21.

캐나다로 이주하여 처음 살았던 타운하우스 주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이사와 등교로 정신없던 한두달이 지나가고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집 앞 도로에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집앞에서 학교 까지 이어지는 단풍길은 알고보니 주변에서도 유명해서 지나가던 차들이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집앞 단풍길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곳은 사실, 단지 뒤 숲이었다.  그 숲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는 넓은 구역이라 사람 발길도 거의 없는 곳이다.  단지 끝으로 숲으로 난 길이 있어 들어갔다가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는데, 숲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나무들, 이끼로 뒤덮힌 나무들,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신비하고도 음침한 숲의 기운이 전해져와  순간적으로 공간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Twilight 영화를 보면 나오는 숲속 장면같은 분위기~ 알고보면 그곳에서 촬영도 있었다고 한다. 

잘 가꾼 공원도 좋지만 전혀 돌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 그래서 멀리 오지 여행도 떠나는 건데 너무 가까우니 덜 아꼈던 것 같아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강릉에 살면서 이런 습지를 발견했을 때 마치 밴쿠버 집 뒤 숲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동해안 멋진 해변도 좋고 경포호수도 좋고 강릉바우길도 좋지만, 슾지야말로 강릉의 숨은 보석이 아닐까 싶다~

먼저 가본 곳은 순포습지다.  강릉 경포해변에서 주문진 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순포해변 맞은 편, 테라로사 사천점 뒤로 넓은 습지가 펼쳐져있다.  해안로 길가 주차장이 넉넉하니 차를 세우고 편안하게 한바퀴 돌면 바다를 찾는 이상의 경험이 된다.

순나물이 많이 난다고해서 순포 또는 순개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강릉시에 따르면  이 습지는 192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면적이 8만9,000㎡였으나 세월이 흘러 약 83%가 농경지화되어 육상 생태계로 변했고, 불과 1만5,000여㎡ 정도만 습지로 남아 있었다.  이에 강릉시는 7년에 걸쳐 원래 규모와 거의 비슷한 8만여㎥의 습지를 재조성하고 2018년 5월에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순포(蓴浦)는 경포호(鏡浦湖)와 더불어 강릉의 대표적인 석호의 한 곳이다. 석호(潟湖)는 해류의 힘에 의해 떠내려온 모래가 바다를 막아 생겨난 호수를 말한다. 동해안에 강릉 경포호, 속초의 청초호가 대표적인 석호이며, 강릉 이북 동해안에 모두 18개가 산재해 있다.

순포라는 지명은 과거 이곳에 순채(蓴菜)라는 나물이 많이 자생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순채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2급 생물이다. 순포호는 순채를 깃대종으로 정했다.  출처 : 아틀라스뉴스(http://www.atlasnews.co.kr)

 

참고로,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특정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을 말함.

주차장에서 바라다본 순포습지

우리가 도착한 이 날은 마침 전날 까지 며칠에 걸쳐 비가 온 끝이라 주차장에서 관찰데크로 가는 쪽은 일부 물에 잠겨있었다.  막혀있으니 더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의 심리런가.  찾아보니 주차장에서 짧은 다리 (순포교)를 건너 카페쪽으로 가보니 정식 입구가 있었고 습지로 들어가는 데는 아무 문제없었다.

순포습지를 비롯한 동해안의 석호는 대략 4,000-5,000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호는 우리 지역의 반만년 자연생태계의 역사를 담고있는 자연사박물관이며, 다양한 생명을 키워내는 자연생태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순포는 순채나물이 많아 순포동으로 불렸던 곳으로 1920년대에 0,089km2였던 수면적이 0.026km2로 축소되었다.  이는 농경지 개간과 2000년 강릉 사천지역 산불로 인하여 유역 내 산림이 전소함에 따라 농경지 및 산림에서의 토사유출이 습지의 매립으로 이어져 육지화되었다.  따라서 2011년 부터 시행된 생타하천 복원사업으로 현재의 면적으로 석호가 물리적, 역사적으로 복원되었다. (위 안내판)

습관이 되었다. 이런 안내판을 찍는 것이 ㅎ
우리가 가보는 동선은 현위치에서 데크를 지나 생태탐방로와 수생식물원이다
그래 이 열매와 이 꽃이 해당화임은~ 창피하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아마 저 장치는 새들을 위한 배려일까 습지 수위를 재기 위함일까
보기에도 예쁘다
뒤돌아본 다리와 주차장
이 관찰데크의 반대편은 물에 잠겨서 건너오질 못했다 (평소에는 괜찮을 듯)
관찰테크를 건너오면 작은 정자 쉼터가 있다
생태탐방로 B로 가는 중
탐방로에 있는 조류관찰대
다섯 면에 각각 다른 조류에 대한 설명과 관찰할 수 있는 창이 나있다.
내 눈에 단지 초록풀로 보이는 저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으리라
길가의 풀 한포기도 자유로운 곳이다
가을에 밤 주우러 와야할 듯
데크는 이곳에서 끊어진다

탐방로를 돌아나오면 자연스럽게 수생식물원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곳곳에 습지 식물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순채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식물이다. 물속에 사는 연잎 비슷해 보인다
자세히 봐도 구별하기 쉽지 않은 식물들
어렵사리 찾아도 그 이름 금방 잊어먹고 만다~
딴건 몰라도 이건 '부들'이다
그리고 해당화!!!
환삼덩굴 (모야모에 물어본 결과)
그리고 저 연못 속 둥근 잎들이 순채 같고나

습지에서 수많은 식물들은 안내판을 보면서 일부 구별해보기도 하지만...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초록을 보는 것만으로 크게 힐링이 된다.   매일이 그렇고 그런 날들, 힘들고 고단한 날들이 이어질 때 이곳을 한바퀴 돌며 식물멍을 때리는 거~~ 파도멍 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 같다.  내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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