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변에서 길만 건너면 펼쳐져있는 고요하고도 너른 호수, 경포호수는 언제 가도 새롭다. 무작정 한바퀴 해도 좋고 호수를 따라 조성되어있는 솔밭과 꽃밭과 습지를 하나씩만 둘러봐도 하루 해가 금방이다.
벗꽃이 바람이 흩날려 떨어지고 튜울립이 온갖 선명한 색깔을 자랑하던 시간도 지나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유채꽃과 작약도 피고지고... 장마도 끝나고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던 어느날, 번잡한 해수욕장을 지나쳐 들린 경포호수에서 강릉의 보물과도 같은 곳을 만나게 되었다. 듣기도 했고 알고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곳, 경포습지다.
습지 가는 길 경포호숫가로 들어서 호수광장을 지나는데 군데군데 잔디를 다시 깔고 있다. 얼마전 우연히 티비를 틀다보니 락페스티벌을 중계하고 있었는데 장소가 강릉이라고 나와 자세히 보니 바로 이 호수 광장이었다. 그 많은 젊은 인파가 다함께 방방 뛰었으니 잔디가 많이 상하기도 했겠다.
경포습지로 들어가면서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grass들을 만났다. 그 이름은 일일이 모르지만, 이 식물들이 내 눈에는 너무도 아름답다. 그 싱그러운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으로 내 온 몸과 마음에 평안이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습지를 더 걸어들어가 우리 눈을 사로잡은 것은 끝도 없는 연꽃 밭이었다. 호수를 걸을 때 보이지 않던 연꽃밭이 이렇게 넓게 펼쳐져 있을 줄이야~~
이곳은 경포 가시연습지라고 이름 붙어져 있다.
가시연이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연, 이 사진에 보이는 연은 아니다. 습지를 돌면서 가시연을 찾아나서보는데~
눈 앞에 펼쳐진 연밭이 상상외로 크고, 군데군데 피어있는 연꽃이 비현실적인 색깔과 크기로 피어있기에 발길을 쉽게 옮기질 못하고 있다.
가시연 생활사
꽃말: 그대에게 행운을... 청결, 순결, 번영, 장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가시연은 수련과에 속하는 1년생 수초로 중부 이남 지역에서 서식한다.
식물체 전체에 가시가 있어서 '가시연'이라 명명되었다. 수면에 잎이 떠있는 부엽식물로서 잎은 지름이 20cm에서 2m 까지 자라며 7-8월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
가시연 습지에서 나와 그대로 경포호수를 따라 한바퀴 돌았다. 경포호숫가에는 시비도 많고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각들도 재밌게 세워져 있다. 수많은 시비 중에 마침 눈에 들어와 찍어본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
경포호수의 반을 돈 지점, 경포대 정자 근방에 이르면 다시 주차장과 작은 공원이 나온다. 안내센터와 화장실도 있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 아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된 가운데 열심히 호수를 돌았다.
너른 호수 그 너머로 더 넓게 펼쳐진 습지를 보고나니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오매 마음이 급해졌다. 이 위대한 곳을 모두가 많이 알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존중하면 좋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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