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제니와 밴쿠버 둘러보기 살아보기
여행_한국

안반데기

by 밴쿠버제니 2022. 8. 23.

덥고 느릿한 오후, 꼼짝도 하기 싫어 배를 깔고 리모컨으로 넷플릭스만 계속 들락거리는 나에게 남편이 안반데기나 다녀오자고 한다.  안반데기라니 부엌데기도 아니고..... 얼핏 들어는 봤지만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난 안반데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산허리 고개마루 가벼운 트레일 이거니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어디를 갈 때 마다 이렇게 지도를 캡쳐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도를 계속 쳐다보는 것!! 이것이 방향감각 떨어지는 내가 그나마 길을 찾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지도를 열고 계속 보다보면 그 위치나 방향에 대한 느낌이 들어오고, 어디에 있든지 거의 틀리지 않게 가야할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코앞에서 이쪽 저쪽을 지시하는 내비 (GPS) 보다 지도가 더 좋다.  폰 지도 보다 종이지도가 더 좋아서 관광안내소에 가면 꼭 지도를 찾게된다.

강릉시내 쪽에서 대관령으로 올라가다보면 고속도로에서 보지 못하는 드높은 콘크리트 다리를 많이 보게되어 안타깝다. 위는 KTX가 지나가는 다리같다.

안반데기 가는 길은 서울에서 오자면 영동고속도로에서 대관령 IC로 내려서야 할테고, 강릉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 (50번)를 탈 필요도 없고, 옛날 영동고속도로 (456번, 파란선)으로 구비구비 올라갈 필요도 없고, 아래 지도에서 빨간 선으로 표시한 길로 해서 오봉저수지를 통과해서 닭목령 까지 가면 된다.  

빨간 별표는 닭목령. 닭목령까지 가는 도중에 보이는 물색은 오봉저수지. 오봉저수지는 남대천 상류 저수지다.
오봉저수지를 지나가는데 특이한 큰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오봉저수지는 아주 넓고 경관이 멋졌는데 안전하게 차를 세우고 볼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

강릉시청에서 닭목령 까지는 21킬로미터.  길이 꼬불꼬불하고 좁은 편인 걸 감안하더라도 30분도 안걸려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었다.  강원도에서 부르는 지명이름들은 왜 이리 재밌고 정겨운가~  닭목령은 고개의 모양이 닭의 목처럼 길게 생겼다하여 붙여졌는데 닭목재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닭목령은 백두대간의 해발 700미터 높이 고개다.

현 위치 닭목재 (닭목령)에서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에 이르는 등산로. 이 길로 구 대관령휴게소 까지 간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거기서 선자령을 돌아올 수도~ㅎ 너무 먼 길이지만 왠지 잘 아는 길 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닭목령 부근 동네 길가에 고냉지 배추밭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안반데기는 닭목령에서 4.6킬로미터 더 들어가야 한다.

안반데기에 관한 강릉시의 설명을 읽어보자~~ 

안반데기 마을은 해발 1100m 고산지대로 떡메로 떡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이 있어 안반데기라고 불리게 되었다. 산이 배추밭이고, 배추밭이 곧 산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을, ‘데기’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경사가 가팔라서 기계농이 불가능하므로 농부의 힘이 고스란히 들어간 곳이다.

 

안반데기는 1965년부터 산을 깎아 개간하고 화전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됐다. 화전민은 수십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는 가파른 비탈에서 곡괭이와 삽만으로 밭을 일구어 냈다. 1995년에는 대를 이어 밭을 갈아 낸 28가구 남짓의 안반데기 주민들이 정식으로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척박한 땅은 약 200만㎡에 이르는 풍요로운 밭으로 변모했다. 한낱 드넓은 배추밭으로만 여겨졌던 안반데기의 풍경이 노동의 신성함으로 다가온다.

안반데기 마을 입구
운유정~ 구름도 쉬고 간다는 정자가 있다
마을회관 옆으로 줄지어 있는 숙박시설(?)
역시 구름도 쉬고 간다는 집이라~

강릉바우길에는 17개의 일반구간이 있고, 특별구간으로 올림픽 아리바우길, 대관령 국민의 숲길, 울트라 바우길, 계곡 바우길 등이 있다.  이중 안반데기 (안반덕) 마을은 올림픽 바우길의 4구간과 5구간 사이에 있다.  
(자세한 바우길 구간 내용은 여기 참고:  https://www.baugil.org/html/olympia/5olympia.html)

안반데기 마을과 그 주변에 대해서는 마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마을 숙박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도 있다.  나는 다녀온 뒤 알게되었다.   마을 홈페이지:  http://www.xn--ok0bo3h6vi1zj.kr/default/index.php

 

안반데기

Brunch 담백한 음식, 제철과일, 커피 한 잔의 여유

www.xn--ok0bo3h6vi1zj.kr

마을에서 직접 소개하는 마을에 대한 글을 옮겨보자면,

저희마을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의 고산지대로 ‘안반데기’는 떡메로 쌀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안반덕’ 의 강릉 사투리 이며 대기리는 큰 터가 자리하고 있어‘큰터’, 대기’라 부르며 조선 효종때 밀양박씨가 들어오고 마을이 만들어진 뒤 각 성씨가 이주해오기시작했으며 조선후기 인문지리지인‘여지도서’에도‘대기’가 기록돼 있는데 이 때의 대기리는 강릉군 구정면 지역이였으며 1916년 20여개의 마을을 병합한 후 대기리라 칭하고 상구정면에 편입됐가 1917년 상구정면이 왕산면으로 개칭되면서 대기리는 왕산면에 포함되었습니다.

 

대기리는 처음엔 3개리로 구성됐으나 1967년 고루포기산 능선인 안반데기 농지를 개간해 감자, 채소를 심는 화전민이 들어와 마을이 생기면서 4개리로 확장돼 안반데기가 대기4리가 됐으며 안반데기는 1965년 국유지 개간을 허가해 감자,약초 등을 재배해 오다가 1995년 경작자들에게 농지를 불하해 현재는 28개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채소 산지랍니다.  저희 마을은 경사가 심해 대부분 기계농이 불가능해 주민들은 소로 밭을 일구었으며 이렇게 주민들이 재배하는 고랭지배추는 그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고 고지대의 좋은 환경에서 자란 덕에 최고등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음은 안반데기 마을과 배추밭 풍경이다.  사실 이 사진들은 주차장에서 일반적으로 올라가게되는 일출전망대와 멍에전망대와 반대 방향인 언덕 위 꼬불꼬불한 마을 산길로 차를 몰아 올라가본 곳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이다.  

배추 트럭들이 드나들어야할거라 도로가 모두 포장은 되어있었으나 군데군데 한대가 서야 서로 통과하는 좁은 길이고 배추밭은 보기보다 경사가 급한 곳도 많은데 거의 도로옆에까지 배추가 심겨져있었다.  배추밭 바로 옆으로 다가서니 안좋은 냄새가 난다.  배추가 이렇게 많으니 당연히 상하는 부분도 있을거고 우리가 마켓에서 만나는 배추는 맨바깥 잎은 뗀 부분이 아니던가.  넓게 경사진 밭을 내려다 보노라니 이곳의 겨울 풍경이 궁금해진다.  강원도 오지인 이곳은 눈이 많이 올거니 우리는 와보지도 못하겠지만 배추 농사를 끝낸 주민들이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있지 않을까~~

.

이제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마을 주차장에는 아담하고 모던한 카페 건물이 있다.  배추 모양이 아닌 것이 다소 의외인 건물이다.

이제 다녀왔던 반대편 마을의 멍에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입구다.  차량통제라는 팻말을 보고 뙤약볕이지만 걸어 올라가려했으나 우리 옆으로 차가 슝슝 올라가길래 포기~ 차를 몰고 올라가니 정상 쯤에 넓은 주차장이 2단으로 있고 깨끗한 화장실도 있었다.  차박을 하는 차량들도 있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차박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실 주변에 배추밭이 전부이고 키큰 나무들이 없어 그늘도 마땅찮은 편인데 이 너른 배추밭의 저녁 시간과 밤이 궁금해진다.  상상컨대, 저녁 노을지고 별이 쏟아지는 오지에서의 하룻밤도 멋질 듯 하다.

풍차들을 보니 얼마전 대관령에서 올랐던 선자령 생각이 난다. 선자령 정상에서 넋놓고 바라보았던 풍차 밭이 바로 이곳이 아니었을까
돌담 위의 정자가 멍에전망대
하지만 들어갈 수는 없다
어떻게 올라왔을까 싶은 큰 트럭들이 경사진 밭에 들어가 배추를 싣고 나온다

안반데기를 가보니 배추 없어서 김장 못하겠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올겨울 강릉 새벽시장에 가면 안반데기 고냉지 배추를 찾아봐야겠다.

안반데기를 돌아나오면 왕산면 일대의 계곡길을 따라 왕산 8경이라 이름 붙여진 곳들을 지나게 된다.  돼지바위 계곡, 왕산골 계곡, 참참이소, 임내폭포, 천성폭포, 구남벽 등등이다.  일부러 가지 않더라도 길 따라 흐르는 계곡만 봐도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다.

오봉 저수지를 돌아 강릉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

p.s.

안반데기 가는 왕산 계곡에서 만난 커피 박물관을 간단히 소개한다.  경포대에 있는 커피 박물관과 동일한 이름으로 주인이 같은 모양이다.  이곳 박물관은 닫혀있어 외부 사진 몇 장만 남긴다.

지나치게 큰 글씨는 부담스럽다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야외 테이블 옆으로 왕산면 맑은 계곡물이~~
커피박물관 카페
커피나무
카페 내부
마치 잎에서도 커피향이 솔솔 나는 듯 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