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부산을 통과해 나갔다.
이동 속도가 빨라져서 예상보다 더 일찍 새벽에 지나간 모양~
이른 아침 눈 뜨자마자 열어본 창밖은 너무도 평온하고 조용했다.
하지만 태풍 반경에 들었던 울산과 포항 쪽은 폭우 피해가 많다는 뉴스가 나왔다.
애초에 부산을 갔다가 오는 길에 경주를 들리고자 계획을 세웠었다.
강릉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는 일이 우리의 일과로 자리잡았는데
최근 빌린 책 중에 경주에 대한 책을 먼저 읽은 남편이 꼭 경주 대릉원을 들리자고 했었다.
바깥에 비는 그쳤고 나뭇잎과 잔가지로 길이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거 말고는 별 피해가 없어보이는데
경주는 어떠할지~ 어차피 동북쪽으로 가는 길이니 들러보기로 했다.
9월 6일 경주
경주에 도착하니 날씨가 더욱 좋아지고 태풍이 지나간 흔적 조차 없다.
아마 시내 도로만 다녀서 일게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먼저 점심을 먹기로 하고
티비 백반기행에서 보았던 콩국집을 찾아가 보았다.
아~ 연중무휴 새벽 5시 반이면 문연다는 이 집은 굳게 닫혀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대릉원에 주차를 하고 찾아보니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다.
지난밤 태풍 온다는 소식에 모두 문을 꽁꽁 걸어두고 오늘은 휴점할 생각들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먼저 대릉원에 들리기로 했다.
문을 열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대릉원 안은 화창하고 밝고 고요했다.
대릉원이란 명칭은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에 ‘미추왕(味鄒王)을 대릉(大陵)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에서 따온 것이며, 신라시대의 왕,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고분은 모두 평지에 자리 잡고 있는 신라시대의 독특한 무덤군이다. 그 중 서봉황대고분과 금관총은 1921년, 금령총과 식리총은 1924년, 서봉총은 1926년 일제에 의해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광복 이후 1946년 호우총에 대한 발굴조사가 실시되었으며, 1953년 마총, 1963년 쌍상총 발굴이 이루어졌으며 1973년 천마총과 황남대총 등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경주 대릉원 일원(慶州大陵園一圓))]
유적지나 박물관을 방문할 때 해설사의 도움이 얼마나 큰 지 경험해보면 안다.
배경 설명과 일화를 들으며 보는 내 앞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하물며 이런 능에서야~~
하지만, 이번에는 서늘한 천마총으로 우리끼리 들어가야했고,
다행히 무덤 속은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자료가 전시되고 잘 만들어진 영상도 있어 보기에 편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신라시대 왕이었을 이 사람의 무덤에서 이 사람의 삶을 추측해본다.
다음은 천마총 안 로비에 설치된 영상을 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널 바깥과 널 안이라는 표현으로 보아서 '널'이란 나무로 만든 관을 말하는 듯 하다.
왕릉 사이로 나무가 너무 멋져보여 잠시 머물고 있는데
이곳이 유명한 포토존이라고~ 평소 같으면 사진 찍으려 긴 줄이 있다고~
특히 봄날 목련이 필 때 더욱 아름답다고~ 오늘 처럼 한가한 날은 처음이라고~
혼자 걸으며 사진을 찍던 현지인 방문객이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봄에 찍었다는 사진도 열어보여주는데
하얀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잔디는 말라서 누렇다.
꽃은 없지만 지금 싱싱한 초록 잔디가 더 멋져 보인다.
대릉원 후문으로 나오니 길 건너 다시 능이 보인다. 나중에 보니 이곳은 금관총이다.
제대로 된 경주 투어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왕릉도 식후경~ 점심이 늦어져 배가 고픈 관계로
아침에 문 닫은 콩죽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하는데
후문에서 대릉원 정문 방향으로 걷는 길이 그 유명한 황리단 길이었다.
콩죽집은 여전히 닫혀있고, 열려있는 식당도 찾을 수 없는 와중
마침 눈 앞에 허름한 김밥집이 열려있어 무심코 들어갔는데~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메뉴는 단 세 가지. 잔치국수와 김밥과 팥빙수.
내가 먹어본 잔치국수 중 가장 면이 탄력있고 국물이 맛있는 잔치국수였고
계란 지단 가득한 김밥은 담백하니 맛나고
특히, 팥빙수의 팥은 여느 특급호텔 팥빙수 보다 더 잘 삶은 듯 달지않고 맛있었다.
아마 늦은 점심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경주 가면 다시 가고 싶은 집이다.
9월 6일 강릉 가는 동해안
강릉 가는 길이 태풍으로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동해안 도로를 달리는데
꼬불꼬불 해변길로 다녔던 옛날에 비해 국도가 넓게 잘 정비되어 있어 놀라웠다.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동해시 까지 연결되어있는 ktx가 얼른 부산까지 연장되어
기차를 타고가 친정엄마를 만나게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잠시 휴식을 위해 들린 두 곳, 태풍이 지나간 후 동해안 해변 바다 풍경이다.
1) 영덕 장사해수욕장
2) 울진 망양휴게소
태풍은 이미 멀리 가버렸겠지만
동해의 파도는 여전히 거세고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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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도착하여 뉴스를 보니
우리가 비껴 지나온 포항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들어간 주민들이 희생되는
너무도 가슴아픈 불상사가 일어나 있었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었을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고 약하고 무력한 존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져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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