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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상_밴쿠버

코로나를 지나며~ 백신에 팔을 걷고~ (I)

by 밴쿠버제니 2021. 6. 3.

캐나다에서 단조롭게 살다보면 한번씩 한국 다녀오는 것이 큰 행사이자 낙이 된다.  주변에 이민온 지 삼십년 동안 한번도 못가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그동안 일이년에 한번씩은 다녀온 듯 하다.  일부러 아니더라도 꼭 일년쯤 지나면 가야할 일들이 생겼다.  아니면, 가고싶은 마음이 가야할 일을 불러온 것일 수도 있겠다.

자주 다니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말에 잠시 놀라고, 공항리무진을 타고 밤 도로를 달리며 차창 밖의 현란한 밤풍경을 구경하노라면 드디어 왔구나 하는 짧은 한숨이 토해져 나온다.  예정한 3-4주 동안 처리할 일, 가봐야 할 곳, 만날 사람 리스트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다음 날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숨가쁘게 움직인다.   다행이 한국은 지하철과 버스가 너무 잘 되어 서울에서는 진정 차가 필요없다.  가끔은 지하철 통로를 잘못 나와 다시 200미터를 돌아간 적도 있지만 그정도쯤이야~  

가장 최근에 한국 다녀온 것은 작년 (2020년) 2월 중순부터 3주반 정도이다.  가서 할 일이 많았다.  밴쿠버에서 대학졸업한 둘째가 혼자 한국서 4년간 고군분투한 후 졸업가운을 입는 행사도 있었고 연로하신 친정엄마도 봬야하고 무엇보다 지난해 그동안 장거리 교제하던 대구아가씨와 밴쿠버에서 스몰웨딩을 올린 첫째의 처가 부모님도 봬야하는 등 굵직굵직한 일들과 사이사이로 떼어야할 서류와 만나야할 사람들.  건강검진은 패스하기로 했는데도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한국가는 비행기를 타려는 며칠 전부터 코로나 소식이 들려왔다.  공항에서 머리에 물통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국 남성의 사진을 보고 웃다가 그제야 우리는 마스크라도 구해야겠구나 싶어 병원도 가보고 집주변 월마트와 런던 드럭과 몰을 며칠째 뒤져도 도무지 없었다.  할 수 없이 노마스크인 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 공항리무진에 오르니, 마스크 없는 우리를 지켜보던 기사분이 박스채 들고와서 파란 마스크를 두 장 꺼내 주시는 모습에 우리는 감동했다.  역시 한국이 최고야~

한국 도착한 날 부터 우리의 주 임무는 보이는대로 마스크 사기였다.  머물렀던 신반포 지역 주변으로 약국과 다이소 등에서 국산 마스크를 개당 2500원 정도에 두어장씩 살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몇번씩 주문해둔 마스크는 모두 자동으로 주문취소가 되어 있었다.   이 와중에 졸업식은 취소되었고 만나기로 한 사람들과의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  시시각각 코로나 뉴스가 들려오는 가운데 아들 얼굴만 잠시 보고 식사를 하고서 아흔이 다된 엄마를 봐야겠기에 부산으로 향했다.  이제는 제대로 된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훨씬 마음이 놓였다.  하룻밤 엄마와 지낸 후 돌아오는 길에 대구에 들러 사돈과 식사를 하고 상경하여 며칠 뒤, 그동안 겨우 구입한 수십장의 국산 마스크를 안고서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을 한달 정도 나갔다가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면 언제나 그 냄새를 맡는다.  무엇인가 생소하면서도 친근한 바람 냄새 같은 공기가 나를 감싼다.   한국에서 신발끈 바짝 조이고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다가 이곳에 도착하여 조금 풀어지는 내 마음 때문이기도 하리라.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로 더욱 긴장되는 방문을 마치고 온지라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우리 외에는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무런 제재도 없는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우리는 잠시 혼돈스러운 가운데 긴장의 끈을 놓았다. 

맑게 개인 3월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밴쿠버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로 아무 일도 없을 거 같았다.

아껴써서 아직도 남아있는 한국산 KF94, 80 마스크들 (역시 한국산이 최고!!)
여기 현지에서 구입한 마스크들.  맨 오른쪽 하얀 마스크는 N95라고 하여 50장에 백불 넘게 주고 아마존에서 구입한 것인데 개별포장도 아니고 열장씩 비닐 속에 들어있었다.  물론 N95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때 그나마도 못구한 이웃들과 나누어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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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anjenny.tistory.com/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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