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관리되는 곳은 한국은 22개, 미국은 61개라고 나와있는데 이곳 캐나다에는 2020년 통계로 봐서 47개이다. 땅 크기로 봐서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겠지만 각 공원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터다. (참고로 설악산 국립공원 크기는 398㎢ , 밴프 국립공원 6,641㎢, 자스퍼 국립공원 11,288㎢). 하지만 공원이라고 다 사람이 접근가능하지는 않으니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닥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국립공원도 있지만 한국의 도립공원 처럼 주에서 관리하는 주립공원이 있다. 비씨주에서 주립공원 (Provincial Park)으로 지정된 곳이 무려 644개라고 하니 각 도시 시립공원들과 동네사방에 있는 크고 작은 쌈지공원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1가구 1공원이라고 해도 되려나. 내 마음의 1인 1호수에 이어 1가구 1공원이라니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표현이다) 아무튼, 자연이 주시는 복에 감사할 뿐이다. 동네 산책에 지겨우면 조금더 멀리 나가보는데 오늘 가본 곳은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골든이어즈 주립공원 (Golden Ears Provincial Park)이다.
이 골든이어즈 공원은 6만 헥타르가 넘는 아주 큰 공원이다 (1헥타르는 3025평). 이 공원내에 있는 산 (블란샤드 산 Mount Blanshard)의 두개의 봉우리를 골든 이어즈라고 지칭하는데 이를 따라 공원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공원 남쪽으로는 광역밴쿠버의 도시인 메이플리지 (Maple Ridge)와 밴쿠버를 가로지르는 긴 강, 프레이저 강 북쪽에 닿아 있다. 공원 북쪽으로는 휘슬러까지 걸쳐있는 거대한 가리발디 주립공원 (Garibaldi Provincial Park)과 접해 있으니 이 골든이어즈 공원을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원래 가리발디와 한 공원이었으나 1967년에 분리되었다고 한다.
Established Date: December 14, 1967
Park Size: 62,540 hectares
골든이어즈로 가는 길에 프레이저 강가를 따라 메이플 리지라는 도시가 있다. 다운타운을 거치지 않고 주변 농장길로 가는 길에 마굿간과 테니스코트 까지 갖춘 거대한 농장주택들을 볼 수 있다. 주변에는 블루베리와 딸기 농장들이 있고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마장마술 필드도 보였다.
산악지대에 있는 골든이어즈 파크에는 3개의 캠프 그라운드가 있다. 즉, 알루에뜨, 골드크릭, 노쓰비치이다 (Alouett, Gold Creek & North Beach). 여기에 약 400개의 캠핑 사이트가 예약을 받고 있다. 아마 우리 앞에 가는 차량은 이 중 한 군데에 예약하고 가는 듯 하다.
공원은 시월 중순 부터 이듬해 4월 까지는 오전 8시 부터 오후 5시 30분 까지 개방하고 나머지 여름 기간 동안은 오전 7시 부터 밤 11시 까지 개방된다. 올해 (2021년)에는 3월 18일 부터 여름시간표가 적용되었고 캠프 그라운드에서 1박하는 비용은 35불인데 캠핑장 마다 시설은 조금씩 변동이 있으나 대략 화장실, 샤워 등을 갖추고 있고 동전으로 5불 내면 sani-station을 사용할 수 있다 (sani-dump station은 RV차량등이 오수 처리하는 곳)
공원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나무의 종류가 바뀌면서 밑둥 보다 위쪽으로 잎들이 모여있는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있었다. 이 공원의 수종은 western hemlock, western red cedar, Douglas fir 등인데 한국말로 나무 이름을 모르겠지만 대부분 소나무 종류들이다. 이 숲에 원래 있던 나무들 이후 두번째 성장한 숲 (second growth forest)를 형성하는 나무들로 이루진 공원이라 한다.
이 공원에서 깊이 트레일을 걷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야생동물을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기록에 보면 비버나 사슴, 흑곰과 산양등이 많이 서식한다고 한다. 아래 공원 입구 상징은 산양 mountain goat가 아닐까.
공원 게이트를 거쳐 공원조형물을 지나면 작은 주차장과 함께 트레일 입구가 나온다. 그 이름은 스파이리아 자연 트레일 (Spirea Nature Trail)이다. spirea란 우리말로 첨탑인데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그 의미가 확 다가온다. 하늘로 첨탑 처럼 뻗어있는 나무들 사이로 자연이 내뿜는 청량한 산소를 들이마셔본다. 마스크로 막혀있던 숨통이 확 트이는 거 같다.
모든 이름에는 의미가 있다. Spirea와 더불어 골든이어즈 공원이 있는 길이름 Fern Crescent도 그러하다.
뻗은 나무들 아래로 지천으로 자라는 양치류들 (ferns)에 기분 좋은 습기가 더해져서 다른 세상으로 버블을 뚫고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이 공원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알루에뜨 호수로 가본다. 제일 먼저 도달하는 곳은 호수의 남쪽 비치 (beach), 아래 지도에서 S라고 표시한 곳이다. Alouette는 눈치챘겠지만 불어로 종달새 (Lark)를 말한다. 종달새 호수라니 정말 자그많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데 호수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여름이면 이 호수에 주말마다 카약과 카누를 대여해 주고 본인 배를 론치하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이 호수는 수상스키와 윈드서핑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6월초의 알루에뜨 호수의 남쪽 비치는 아주 썰렁했다. 드넓은 주차장을 보니 이곳의 평소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주차장과 호수 사이의 공간에 수많은 피크닉 테이블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가본 호숫가들 중에 최다 물량 ㅎ
알루에뜨 호수를 떠나 차로 북쪽으로 달리다보면 골드크릭 Gold Creek 지역이다. 산에서 내려온 시냇물인 골드 크릭이 호수의 허리 부분과 만나는 곳을 North Beach라 부른다. 호수의 전체 그림으로 보아 중간 정도 지점인데 더 북쪽으로는 차로 접근할 수가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드 크릭을 따라 호수로 가는 약 1 킬로미터의 트레일 (North Beach Trail)을 따라가다보면 숲길이 평탄하고 길 따라 흐르는 자갈 깔린 시냇물 소리가 아주 요란하다.
물소리에 정신을 놓고 이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순간 사방이 고요해진다. 물소리가 뚝 끊어지는 지점 시냇물은 호흡도 색깔도 변해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시냇물이 거대한 호수 품에 편안하게 안기는 듯 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이곳은 알루에뜨 호수의 North Beach이다. South Beach의 드넓은 풀밭에 깔린 피크닉 테이블은 여기서는 한 개도 볼 수 없다. 그저 크고 작은 돌들과 자갈밭이 펼쳐질 뿐이다. 한 팀이 자리를 펼쳐 않아있고 물 위에서는 멀리 몇몇이 작은 카누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 그대로의 이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북쪽 비치에서 트레일을 따라 되돌아 오면 어느새 다시 만나는 요란한 물소리. 잠시 골드 크릭에 내려가 물가에 선다. 물이 너무나 맑은 것은 기본. 시냇물 뒤의 평평한 풀숲에 텐트를 치고 물소리에 멍 때리며 한나절 보내면 온갓 상념을 다 떠내려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이 크릭을 따라 산쪽으로 2.7 킬로미터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약 10미터 높이의 폭포수를 만난다고 하나 (Gold Creek Lower Falls) 돌아오는 길에 저녁 골프칠 생각에 생략했다. 요즘은 9시 반 넘어까지 어둡지 않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 우거진 나무 아래 네비게이션 리셉션이 좋지 않았다. 그만큼 세상에서 떠나 더 깊이 자연 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웅장한 공원이 품고있는 호수와 시냇물과 숲속에서의 평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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