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지만 너무 멀지 않고
도시 전체를 발 아래에 내려다 보면서 산속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을 때
밴쿠버에서 가볼 수 있는 곳으로 그라우스 마운틴을 추천한다.
산 입구 까지 주택이 있어 동네 뒷산 같으면서도
케이블카 (SkyRide)를 타고 올라가는 재미도 있고
심장과 다리근육을 한계점까지 몰아부치는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오르며
땀범벅이 주는 희열을 느낄 수도 있는 동네 뒷산이 그라우스이다.
햇살 찬란한 6월 17일 목요일 오후
며칠 안남은 그라우스 연회원권으로 예약을 한 후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가볍게 정상에 올랐다.







아래 사진은 스카이라이드 정거장에서 내려서 바깥으로 나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겨울이면 스키 슬로프 오픈 상태를 보여주는 통나무 게시판 양쪽으로 캐나다 국기와 비씨주 깃발이 조기로 게양되어 있다. 지난 달에 (5월 말) 비씨주의 캠룹스에 있던 옛날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무려 215명의 원주민 아이들의 유해가 발견된 것을 추모하는 의미이다.






이제 그리즐리 곰 크기 만큼의 거리 유지를 하면서 곰 발바닥 무늬를 따라 정상 한 바퀴를 해본다.
겨울이면 눈에 덮혀 전체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나무 조각들이 이제는 전신을 드러내고 있어 대부분 역광임에도 불구하고 셔터를 눌러보았다.














스키 슬로프가 있던 공간으로 나오면 아직 남아있는 눈더미들을 볼 수 있다. 산 위에다 눈이 남아있을 정도니 햇살을 강해도 바람이 청량하고 시원하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내 귀를 때린다.






이제 그라우스의 마스코트인 그리즐리 베어 두 마리가 있는 곰 우리로 향한다. 쿨라 (Coola)와 그라인더 (Grinder)라는 이름의 이 그리즐리들은 딱 20년 전인 2001년에 각각 다른 지역에서 구조되어 이곳에서 보호되어 왔다. 골프장에서나 트레일, 동네 길가에서도 볼 수 있는 흑곰과 달리 흔히 볼 수 없기에 이곳에서 인기가 많고 이들이 겨우내 동면하는 모습은 웹캠으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다가가자 곰 한 마리가 울타리로 다가 왔다. 곧 다른 곰도 어슬렁 거리며 합세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쿨라가 그라인더 보다 훨씬 크다. 그라우스 정상에서 흩어져 거닐던 사람들도 하나 둘 다가와서 곰 구경인데 이 둘은 더없이 편안한 자세로 초여름 햇살을 즐겼다.












그라우스에 여러 해 동안 멤버쉽을 가지고 셀 수 없이 왔고 바로 석달 전에도 왔었는데 오늘 처럼 인적이 드물고 한가한 날은 처음이었던 듯 하다. 겨울 스키시즌이 끝나고 이제 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추세에 맞추어 여름을 준비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 틈에 우리도 따스한 햇살 아래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숨을 고르는 귀한 시간이었다. 마냥 의자에 앉아있고 싶지만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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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그라우스에 대해 여러 편을 썼었다. 또 가면 또 쓸 거 같다~ㅎ
밴쿠버를 떠나도 늘 마음에 남아있을 몇몇 장소 중 하나가 그라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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