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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도 야생이 있고 농장에서 재배한 것도 있지만 내가 아는 블랙베리는 주로 야생으로 산과 들에서 따먹는다. 이른 봄 새먼 베리 (Salmon Berries)를 필두로 동네 뒷산 한바퀴 하는 여름이면 사시사철 베리류를 보고 따먹게 되지만 올 여름 같이 블랙베리를 제대로 따본 적은 없는 거 같다. 올여름 손여사와 아침이면 걷는 트레일에는 그야말로 블랙베리 지천이었다.
몇 개씩 따먹는 걸로 성이 차지 않던 우리는 어느날 장갑과 집게와 통을 준비해서 늘 가는 뒷산을 올랐다. 따다보니 집게도 장갑도 다 치우고 맨손으로 따고 있었다. 맨손으로 느껴서 약간 통통 말랑하고 쉽게 떨어지는 것이 잘 익어서 달고 시원한 맛이 난다는 거. 약간 시들하고 처져있는 가지의 열매가 더 잘 익었다는 거, 햇살을 세게 받은 양지 쪽 열매가 훨씬 달다는 거. 한나절 따다보니 저절로 알게되는 베리 수확 상식이었다. 긴팔 옷을 입지 않은 나의 오른 팔은 온통 가시에 긁힌 상처 투성이가 되고 오른 손가락은 검붉게 물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따면서 입에 털어넣은 블랙베리들로 어릴 적 죠스바 먹던 혀가 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베리를 따서 통에 모았다. 여러 통에 딴 베리 사진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매일 새로 익어 달려있는 블랙베리를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침이면 어느새 빈 플라스틱 통이 내 손에 들려 있고, 그 다음날은 손여사의 손에는 점심이 들여 있었다~ㅎㅎ 며칠이었지만 정말 즐겁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열매도 다 때가 있는 듯 며칠 걸렀다가 가보니 농익은 블랙베리들이 가지에 손이 닿자마자 우수수 떨어지고 또 이번 주에는 열매가 마치 건포도 같이 졸아든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걷는 길 우리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비타민이 되어주는 블랙베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내년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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