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부터 여름은 내 일생에서 가장 바쁘고 변화무쌍한 시간이었다. 거의 십년을 살아오던 집을 팔고 가재도구 까지 모두 팔아치우고 미니밴 한 대에 우리 부부의 소유를 꾸려 길을 떠나기 까지 수많은 고민과 판단과 계획과 도전과 실행이 있는 나날들. 드디어 9월 1일 오전 10시 드디어 1번 하이웨이에 들어서며 나는 두 팔을 벌려 만세를 불렀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다. 그저 앞으로 이 길을 쭈욱 따라갈 뿐이다.
2021년 5월에 집을 리스팅하고 코로나로 오픈하우스도 할 수 없는 와중에 개별 오픈하우스 요청도 들어오지 않던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격을 낮추는 일 뿐. 두 번이나 낮춘 끝에 어느날 오퍼가 들어오길래 얼른 수락하고 우리는 가재도구를 팔기 시작했다. 사실 하우스에서 콘도로 이사와서 미니멀하게 살던 차라 그리 가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 하나 꺼내기 시작하니 다 팔고 나누고 도네이션하기 까지 꼬박 두 달은 걸린 거 같다.
팔린 집의 열쇠를 넘기는 당일 아침까지 대학 노트 빼곡이 To Do List를 만들어 지워나가기를 반복했다.
침대를 팔고 얇은 매트리스 한 장으로 버티며, 소파를 넘기고 월마트에서 산 2개의 캠핑의자에 앉아서 마지막 날 픽업 예정된 티비를 보기도 하고, 텅빈 거실 종이박스 위에 노트북을 두고서 지냈다. 부엌 아일랜드 의자도 팔았기에 식사는 서서 하거나 캠핑의자에 들고와서 먹었지만 불편한 줄 모른 것은 아직 젊어서인가~~ㅎㅎ 해야할 일, 처리할 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모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피곤할 줄도 모른채 그 무지막지한 일들을 해내며, 집에서의 마지막날 아침 냉장고와 오븐과 화장실 청소를 다시한번 점검한 후, 온갖 넘길 키들에 식별 딱지를 붙이고 장문의 "우리 집 사용설명서"를 남기고서 차고를 빠져나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얼터에게 마지막 키를 넘겼다.
키를 주고 나와 바로 전날 까지 써야했던 인터넷 박스를 우체국에서 Shaw로 발송하는 일까지 마치니, 허기가 밀려와서 한남에 들러 김밥과 찰떡을 한 묶음 사서 차에 실었다. 그 전날까지 만들어둔 밑반찬과 쌀과 라면류, 과일 등등 또 지난 몇 주간 꼭 필요한 걸로 사고 얻고 준비한 캠핑 장비들은 잠 잘 공간 남기고 자를 재어 실어놓은 박스들 속에 얌전히 대기 중이었다.
우리의 계획은 9월 1일 밴쿠버를 출발하여 록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고 에드몬톤에서 2박 이후 계속 동진해서 토론토를 거쳐 아들네가 있는 킹스턴 까지 가서 아이들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코로나가 시작하기 직전 밴쿠버에서 스몰웨딩을 치룬 큰 아들은 며느리와 함께 차로 횡단하여 킹스턴으로 간 이후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결혼 이듬해에 한국 나가서 친척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으니 그것도 다 무산이 되고 이제 2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집도 팔고 가재도구도 정리하여 새로 분양받은 콘도 입주가 되기 까지 비는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다녀오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긴 시간이 필요한, 캠핑 까지 하며 다녀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지면에 하루 하루의 일정을 올려보고자 한다. 가는 도중에 산길에서 인터넷이 잡힐 리 만무하니 작은 노트에 방문기록과 더불어 사진만 찍으며 나아갈 것이다. 온 몸으로 느끼는 캐나다의 자연을 천천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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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며칠 전 잠시 호사를 부려보았다. 귀한 이웃과 동네에 있는 캑터스 Cactus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을 먹고 근처 프랑스인들이 하는 디저트 까페에서 맛난 후식을 먹으며 환담했다.
아래는 이웃 소개로 알게된 가구 거리 United Blvd. 있는 디저트 카페이다. 주로 빵을 만들어 납품하는 곳이라 하는데 프랑스 스타일 디저트가 달지 않고 아주 괜찮았다. 크지 않은 실내에 천정이 아주 높아 시원한 느낌이 들고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한가하고 좋았다.
이렇게 샐러드와 메인요리와 디저트 까지 챙기는 식사는 한 동안 어려울 듯 하다. 그 예상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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