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는 2014년식 토요타 시에나 7인승 미니밴이다.
둘째 열의 의자 2개를 떼어내면 마지막 열 2+1인 의자는 모두 차 밑으로 접어들어가서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다. 무거운 의자 두 개를 떼어 지인 차고에 내려놓으니 차가 아주 가벼워졌다. 앞 좌석에서 두 사람이 편안하게 운전하고 발 뻗을 수 있는 상태에서 뒷공간을 재어보니 넓이 51인치 (약 130센티), 길이 97인치 (245센티) 정도가 나왔다. 물론 디테일하게 재면 중간 부분이 조금 좁아지고 양옆 슬라이딩 도어 사이의 공간은 10센티는 더 넓다.
차를 조금이라도 개조하거나 부착하지 않고 이 공간 그대로 활용하기로 하고, 키가 180인 남편이 발 뻗고 누울 자리를 빼고 나니 앞 의자 뒤쪽에 약 140 X 60 센티 짐 실을 공간이 나왔다. 이 사이즈에 맞추어 종이 박스들을 준비해서 짐을 분류해서 실었다. 이 박스들에는 움직일 필요가 없는 짐들을 싣고, 넘치는 짐은 저녁에 잠을 잘 때 앞자리로 보내어 공간을 확보해야 했으므로 주로 옷가지를 소프트한 가방 4개에 분류해 넣었다. 하드케이스 러기지를 싣지 않은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떠날 준비에 급하다 보니 짐을 실은 후 사진이 없어 아쉽다. 하지만 공간을 재며 상상하며 그림으로 그리고 사이즈에 맞춰 준비한 종이박스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때 느낀 가벼운 흥분이 아직도 있다. 물론 여행하면서 이리저리 짐이 섞이기도 했지만 손만 집어 넣으면 필요한 물건이 딱 만져지도록 매일 그 분류를 계속했으니... 이건 약간 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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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확보된 자리에 가벼운 매트를 깔고 (한 개는 사진에 깔려있다) 의자를 떼어내서 돌출 부분이 있는 곳은 좀더 쿠션이 있는 걸로 덥고 다시 깨끗한 천으로 한 겹 깔았다. 그 위에 공기가 자동으로 들어가는 약 10센티 두께의 캠핑매트 (self-inflating sleeping pad)를 2장 깔고 얇은 담요 2장 사이에 전기요를 넣은 후 2개의 침낭과 베개를 놓고보니 집에서의 넓은 침대를 떠나서 기숙사 좁은 트윈침대에 몸을 던져보는 철부지 대학 신입생의 설렘과 자유함이 가슴에 밀려왔다.
**이 지면를 빌어 침낭과 담요를 흔쾌히 빌려주신 손여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집을 처분한 상황이라 한국 가져갈 짐과 여행 다녀와서 쓸 짐은 분류해서 남의 집에 맡기고, 이번 여행을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을 추려내어 차 속에 확보된 공간에 실었다. 이번 여행에 필요하다고 우리가 생각한 물품을 간단히 리스트해보면 다음과 같다.
취침용: 슬리핑 패드 (2개), 슬리핑 백 (2개), 베개, 여분 담요, 2인용 전기요
옷가지: 속옷, 양말, 반팔, 긴팔, 긴바지, 반바지, 플리스 겉옷, 윈드 브레이커, 아주 작게 접히는 패딩잠바, 모자, 장갑, 세면도구, 선크림, 수건 등등에 더해서 운동화, 등산화, 슬리퍼
식사용 도구: 소형 밥솥, 전기 포트, 부르스타, 부탄가스, 냄비, 수저, 칼, 가위,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접시, 일회용 젓가락, 종이컵, 키친타올 등등
식품: 물 1박스, 쌀, 양념류 조금, 밑반찬, 과일, 에너지바, 견과류, 껌, 식품 담을 쿨러백, 아이스팩
기타: 휴대폰 충전기, 보조 배터리, 모기약 스프레이, 비상 약품류, 빨래세제 (1회씩 포장된 pods), 070전화기, 야외용 전기코드 3개, 랜턴, 읽을 책들, 클립 램프, 노트북, 패드, 크리넥스, 물휴지, 배낭, 노끈, 넓은 종이 테이프, 우산, 작은 노트와 펜, 손세정제, 마스크 여러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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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건대)
이 중 가장 유용했던 3대 가전(?)을 꼽으라면, 월마트에서 세일해서 15불에 구입한 전기밥솥과 코스코에서 20불에 구입한 야외용 전기코드 3개, 역시 15불을 넘지 않았던 캐네디언 타이어의 클립 스타일의 램프였던 거 같다. 물론 집에서 가져간 전기요도 빼놓을 수가 없다. 출발 전날 남편이 중고로 구입한 다양한 장편소설 7권은 긴 운전 후 밥을 해먹고 전기요 따뜻해진 차 속에서 우리에게 큰 위로와 평안을 선물해 주었다.
(또 되돌아 보건대)
가장 필요없었던 물건은 등산배낭과 등산화. 록키의 대부분 계곡 트레일에서 가벼운 트렉킹화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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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차에 이런 공간 속에서 이 정도 물품으로 한달이상 기간으로 횡단해 가고 다시 횡단해서 돌아오려는 우리의 야심찬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우리 자신도 긴가민가 하는 가운데 우리는 길을 떠났다. 떠날 때의 마일리지가 84,618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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