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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첫 날: 오델로 터널 Othello Tunnels

by 밴쿠버제니 2021. 10. 11.

9월 1일 오전 10시 캐나다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연결된 1번 하이웨이에 올라탄 우리 차는 마치 당장이라도 동부 끝까지 갈 듯한 기세로 출발했지만 점차 외곽으로 가면서 흥분이 진정되고 허기가 밀려오고 현실적이 자각이 시작되었다.  지금 여기 어디? 우리는 누구?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렇지만 날씨는 너무 좋고 칠리왁을 빠져나가는 길가 나무들은 너무 싱그러워 우리의 생각을 정돈하며 우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던가.  

동쪽으로 하이웨이를 달리면 늘 보이는 눈 덮힌 베이커산 Mount Baker.  미국 국경 너머 와싱톤주에 있는 3285m 높이 만년설이 뒤덮힌 산이다.  수년전 산의 중간 지점까지 이르는 아주 멋진 길을 차로 올랐었는데 한여름에 바깥은 눈으로 덮혀있고 추웠다.
이제 슬슬 아보츠포드를 거쳐 칠리왁으로 향하는 중이다.  여기쯤을 지나면 관광버스가 쉬어간다는 브라이덜 폴즈 Bridal Falls가 있을건데 우리는 지난 여름 폭포입구 까지 다녀왔기에 패스~  (관광버스가 길가 휴게소에서 보여주는 폭포는 너무 멀어 실개천 같지만 직접 산속에 들어가 폭포입구 까지 걸어가면 아주 크고 멋진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늘 그러하듯이 이번 여름도 산불 피해가 많다.  다행이 3번 국도는 우리가 갈 길은 아니다.
저런 RV에는 근사한 침실과 부엌과 화장실도 있으리라.  우리 밴에도 작지만 다 구별되어 있단다. 화장실 빼고.
길 옆으로 보이는 트럭스탑 Flying J 가 보이는 거 보니 호프 Hope 근처까지 왔다
위의 표지판을 보면 오른편은 3번 국도로 가는 길이고 왼편이 5번 국도인 코퀴할라 Coquihalla 하이웨이를 거쳐 록키를 넘어 가는 길.  우리가 갈 길이다.  

우리가 쉬어가기로 한 곳은 호프 Hope에서 얼마 안가면 나오는 오델로 터널 Othello Tunnels이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길을 떠나는 사람이 우리 뿐이 아닌 듯 하다.  

길 떠난 후 첫 식사.  한남에서 산 김밥과 떡과 반찬들이다.  미리 준비한 야채와 흰천도 복숭아를 곁들이고 보니 집에서보다 성찬이 됐다~
원달러 숍에서 2불에 사는 테이블 클로스는 여행 필수 아이템 중 하나.

오델로 터널은 코퀴할라 캐년 주립공원 Coquihalla Canyon Provincial Park 내에 있는데 호프를 지나 5번 하이웨이를 타면 금방이다.  이 곳에서 5개의 기차 터널을 걸어 가볼 수 있는데 1900년대 초 (1914년)에 건설되었던 거라 한다.  당시 건설 엔지니어였던 앤드류 맥컬로 Andrew McCullough가 열렬한 세익스피어 애호가였기에 코퀴할라 근방 역 이름을 세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이름들, 즉 리어, 포샤, 로미오, 줄리엣 등으로 붙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이 오델로라는 이름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약 159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이 전부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역사적으로 유명한 하이킹 트레일 Hope-Nicola Valley Trail로 연결되는 이 오델로 터널은 왕복 3.5 킬로 정도의 쉬운 코스 트레일이다.  참고로 이 터널 코스는 매년 4월에서 10월말까지만 오픈된다고 한다.

아래 표지판은 1900년대 초반 BC 남부의 호프에서 케틀계곡 Kettle Valley 이 있던 미드웨이 까지의 험난한 철로 건설을 알려준다.  이 케틀벨리 철로 (KVR)의 완공 당시 사진 (1916년) 사진도 볼 수 있다.

BC주 남부 지방의 역사적인 트레일 4개에 대한 설명이다.  역사를 알고 걷는 발걸음의 무게가 틀려질 터이지만 우리에겐 그저 잠시 숨돌리며 쉬어가는 곳이라 그 이름 문학적인 오델로 터널만 잠시 다녀오련다.

5개의 터널을 향하는 숲속 길은 깊고 조용했다.  한켠으로는 시내가 흐르고 있어 사람들이 물가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걸어가기도 했다.

어느 순간 첫번째 터널 입구가 나타난다.   터널 속은 생각 보다 서늘하고 어둡다.  랜턴이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여기 저기서 비추는 불빛에 걷기 불편하지는 않고 금방 끝이 난다.

첫번째 터널을 나서자마자 엄청난 바위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두번째 터널.  이 지점이 이 터널여행의 제일 장관인 듯 하다.  터널 사이에 다리가 놓여있고 저 깊은 곳으로 맑은 물이 콸콸 폭포소리를 내며 흐르니 세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터널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오는 길이다.
물 보다 나무가 더 좋은 나는, 고요히 이어지는 이 숲길에서 그동안 정신없이 보냈던 나날들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다시금 정리해 보려는데,
이제 점심도 먹고 적당히 걷기도 해서 기분 좋은데, 문득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하나?  막상 출발은 해왔는데 당장 오늘 밤을 어찌해야할지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우리가 끝도 없는 껌껌한 터널 속으로 진입한 건 아니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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