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오전 10시 캐나다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연결된 1번 하이웨이에 올라탄 우리 차는 마치 당장이라도 동부 끝까지 갈 듯한 기세로 출발했지만 점차 외곽으로 가면서 흥분이 진정되고 허기가 밀려오고 현실적이 자각이 시작되었다. 지금 여기 어디? 우리는 누구?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렇지만 날씨는 너무 좋고 칠리왁을 빠져나가는 길가 나무들은 너무 싱그러워 우리의 생각을 정돈하며 우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던가.
우리가 쉬어가기로 한 곳은 호프 Hope에서 얼마 안가면 나오는 오델로 터널 Othello Tunnels이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길을 떠나는 사람이 우리 뿐이 아닌 듯 하다.
오델로 터널은 코퀴할라 캐년 주립공원 Coquihalla Canyon Provincial Park 내에 있는데 호프를 지나 5번 하이웨이를 타면 금방이다. 이 곳에서 5개의 기차 터널을 걸어 가볼 수 있는데 1900년대 초 (1914년)에 건설되었던 거라 한다. 당시 건설 엔지니어였던 앤드류 맥컬로 Andrew McCullough가 열렬한 세익스피어 애호가였기에 코퀴할라 근방 역 이름을 세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이름들, 즉 리어, 포샤, 로미오, 줄리엣 등으로 붙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이 오델로라는 이름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약 159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이 전부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역사적으로 유명한 하이킹 트레일 Hope-Nicola Valley Trail로 연결되는 이 오델로 터널은 왕복 3.5 킬로 정도의 쉬운 코스 트레일이다. 참고로 이 터널 코스는 매년 4월에서 10월말까지만 오픈된다고 한다.
아래 표지판은 1900년대 초반 BC 남부의 호프에서 케틀계곡 Kettle Valley 이 있던 미드웨이 까지의 험난한 철로 건설을 알려준다. 이 케틀벨리 철로 (KVR)의 완공 당시 사진 (1916년) 사진도 볼 수 있다.
5개의 터널을 향하는 숲속 길은 깊고 조용했다. 한켠으로는 시내가 흐르고 있어 사람들이 물가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걸어가기도 했다.
어느 순간 첫번째 터널 입구가 나타난다. 터널 속은 생각 보다 서늘하고 어둡다. 랜턴이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여기 저기서 비추는 불빛에 걷기 불편하지는 않고 금방 끝이 난다.
첫번째 터널을 나서자마자 엄청난 바위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두번째 터널. 이 지점이 이 터널여행의 제일 장관인 듯 하다. 터널 사이에 다리가 놓여있고 저 깊은 곳으로 맑은 물이 콸콸 폭포소리를 내며 흐르니 세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터널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오는 길이다.
물 보다 나무가 더 좋은 나는, 고요히 이어지는 이 숲길에서 그동안 정신없이 보냈던 나날들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다시금 정리해 보려는데,
이제 점심도 먹고 적당히 걷기도 해서 기분 좋은데, 문득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하나? 막상 출발은 해왔는데 당장 오늘 밤을 어찌해야할지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우리가 끝도 없는 껌껌한 터널 속으로 진입한 건 아니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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