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밴프 시내를 걸어서 쏘다닌 덕분인지 길 이름이 많이 익숙하다.
시내 한복판 Banff Avenue를 중심으로 사방에 동물 이름들로 길 이름이 지어져있다. Otter, Muskrat, Beaver, Bear, Lynx, Caribou, Wolf, Buffalo, Moose, Deer, Big Horn, Grizzly, Coogar, Squirrel, Mountain Goat, Rabbit 등등등.
이 길이 생기기 전 바로 이 대지와 물 위로 이 동물들이 누비고 다녔으리라 그 옛날에는.
호수에서 돌아나와 밴프 시내를 지나 맨 먼저 보 강 Bow River를 만나러 간다. 밴프 타운을 휘감고 도는 이 강은 록키산맥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흘러 사스케쥬완 주 남부에 까지 이르는 586킬로미터에 이르는 길고도 큰 강. 송어 trout 낚시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에게 보 리버는 마릴린 몬로의 "돌아오지 않는 강"으로 익숙하다.
수년 전 와봤건만 다시 보니 또 새롭다. 강만 휘리릭 보고 떠나기 아쉬워 강을 따라 오르는 트레일로 접어들었다. 왕복에 2킬로 정도니 가뿐이 다녀올 수 있겠다.
강을 내려다보며 오르는 계단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위에 다다르면 숲 속에 Art in Nature Trail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현지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몇 점은 사진으로 남겨본다.
트레일을 내려와 차를 가지고 좀더 길을 따라 들어가 본다. 골프장 팻말을 따라 가다보니 아주 깊숙한 곳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에 골프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시 보 강을 벗어나 페어몬트 호텔로 향한다. 이 호텔 정식이름은 Fairmont Banff Springs Hotel 이다. 페어몬트라는 이름이 붙은 럭셔리 호텔이 전세계적으로 있는데 현재는 프랑스 회사 Accor 소유인 걸로 안다. 특별히 이 밴프의 페어몬트는 1888년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무려 130년이 넘었고 지금 757개의 객실의 초호화 호텔이다. 주차가 여의치 않아 그냥 차로 한바퀴하는 걸로 구경을 끝냈다. 청명한 가을날 햇살은 생각보다 센데 역광으로 차에서 지나가며 찍은 사진들이라 흐릿하다.
밴프는 이전에도 몇 번 들린지라, 물론 당시에는 스쳐 지나가듯 했지만, 설퍼산과 곤돌라는 패스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 시내를 돌다가 안내지도에 국가 지정 역사 유적지 National Historic Site of Canada 라고 표시되어 있는 케이브 앤드 베이슨 Cave and Basin을 들러 보기로 한다.
그런데 Cave and Basin은 도대체 어떤 곳인가. 말 그대로 번역하자면 동굴과 물웅덩이 정도가 되려나.
이곳은 열 온천 지역으로 기록으로는 1857년 펠리져 탐험 Palliser Expedition에 참여한 제임스 헥터 James Hector로 거슬러 올라가며 1875년 조 힐리 Joe Healy가 발견했다 한다. 1883년에 이르러 3명의 캐나다 철도 노동자들이 쓰러진 나무를 타고 천정을 통해 동굴로 내려왔고 이듬해 근처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이 장소를 홍보하기 시작해서 알려졌으며,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밴프가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는 계기가 된 역사적인 곳이라한다.
특히 원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지역으로 캐나다에서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고 보호하는 스토리를 나누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1914년에 온천 수영장이 만들어져 대중에게 공개되고 1994년 까지 운영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이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것은 1981년이다. (위키피디아 일부 참고).
입장료는 성인 $3.90 (국립공원 패스가 있다면 무료다). 건물 입구 부스에 들리면 미리 친절한 가이드의 도움으로 이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현대식 건물에 들어서면 이전 수영장이 있던 자리는 바닥이 벽돌로 메워지고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건물을 들어서기 전에 온천물 웅덩이 The Basin을 만난다. 이곳에는 멸종 위기 희귀종인 달팽이 Banff Springs Snail 이 서식하고 있다.
건물에서 전시장을 지나 들어서면 드디어 동굴로 들어가는 길이다. 짧은 통로를 들어가면 깜짝 놀랄 공간이 나타난다. 크진 않지만 온천물 위 천정으로 빛이 쏟아져 내려와 동굴 속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백년도 훨씬 전에 쓰러진 나무 타고 내려와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던 옛 사람들이 그려진다.
Cave and Basin 구경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뒷동산으로 올라가 한바퀴 돌다보면 다시금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멀리 보이는 밴프의 유명한 산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들린 유적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나왔다. 여행은 이런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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