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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셋째 날: 레이크 루이스로 올라가며

by 밴쿠버제니 2021. 10. 17.

아직도 밴프다.   
역광에 온통 사진이 흐릿할 정도로 밴프는 눈이 부시게 햇살이 좋고 화창하다. 
밴프를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포기했던 설퍼 마운틴 Sulphur Mountain 오르는 길을 따라 차를 몰아본다.   곤돌라 타는 근처로 가니 길옆에 벌써 차들이 그득하고 주차장 입구에서는 차를 돌려보내기 바쁘다.  가만히 따져보니 9월 첫 주말은 바로 캐나다 노동절 Labour Day 연휴.  게다가 다음 주 부터 모든 학교가 개학이니 마지막 연휴 주말을 맞아 가족 인파가 몰린 거다.  

당연히 우리 같은 백수가 올 시기와 장소가 아니지 아니한가.  바로 밴프를 떠났다.

밴프 타운을 떠나는 길가로 자전거 가족도 보이고
말 탄 일행도 지나간다.

잠시 위 지도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구글맵에 감사!!! 여행하는 동안 제일 많이 펼쳐본 지도이다. 
미리 별표 해두었던 호수들이 보인다 (우측 아래에서 출발하자면 Minnewanka, Two Jack 등이 있고 Lake Louise, Moraine Lake도 보이고 맨 왼쪽은 Emerald Lake 이다)

밴프 타운에서 이제 이틀 밤을 보낼 레이크루이스 빌리지의 캠핑장은 60킬로가 채 안되는 거리이다.  밴프 지역을 실컷 돌아다녔지만 아직 시간은 이르다.  가는 도중 보 벨리 Bow Valley존스톤 케년 Johnston Canyon을 들러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참고로 밴프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기보다 나란히 있는 1A를 타면 Scenic route 좀더 좁은 길이기는 하지만 경치가 더 좋고 1번에서 돌아들어오는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존스톤 케년은 그 수려한 경관과 다소 쉬운 하이킹 코스로 밴프지역에서 유명하다.  밑에 위치한 폭포 Lower Falls 까지는 약 1.1 킬로, 좀 더 위에 있는 폭포 Upper Falls 까지도 2.5 킬로이니, 위 쪽 폭포까지 돌고오더라도 왕복 2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표지판은 백프로 영어 불어 병기되어있다.  Vous Etes Ici (부제떼이씨) 정도는 너무 익숙하고 쉬워짐~ㅋ
우리는 록키에서 되도록 트레일을 많이 밟아볼 요량으로 배낭에 등산화를 필수로 챙겨왔다.  하지만 몇 군데 가다보니 사실 우리 같은 일정의 데이 하이킹에는 전문 배낭은 필요없고 가벼운 하이킹화로도 충분했다.  챙겨온 김에 제대로 갖추어보자.  사진이라도 남겨보자~~ 그래서 한 컷 아니 두 컷 ㅎㅎㅎ

계곡을 오르다 보니 강원도 소금강 생각이 났다.  이전에 한국에서 가봤던 계곡과 산을 들먹이며 계속 발을 옮기다보니 이곳이 밴프인지 양양인지 존스톤인지 무주구천동인지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윗 사진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 돌아 동굴 속에 들어가면 폭포를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팬데믹 상황인데 사람이 너무 몰리는 듯 해서 패스했다.

기분 좋은 하이킹을 마치고 존스톤 계곡을 나오니 계속 우리를 따라오는 산이 있다.
바로 성 같은 봉우리를 자랑하는 캐슬 마운틴 Castle Mountain 이다.  이 산을 좀더 잘 보기 위해서 길가에 식당과 가게가 있는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옆 잔디에 까마귀가 밴쿠버 보다 더 크고 도통 피하지도 않는다.  실제 보면 정말 크다.

레이크 루이스 타운 근처 캠프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밴프에서부터 우리를 구비구비 따라온 보 강 Bow River 강가에 있는 캠프장이다.  예약 당시에는 그저 자리가 있으니 무조건 잡고보는 심정으로 예약했는데 이곳은 Soft Sided 와 Hard Sided로 구역이 명확히 구별되어 있었다. 
Soft Sided는 텐트를 치거나 RV라도 천으로 늘어나는 부분이 있는 차량이 머무는 곳이고, Hard Sided는 사방으로 단단한 차량 속에서 지내는 구역이다.  이렇게 구별함은 그리즐리나 엘크 같은 야생동물에 대한 대비 여부라고 한다. 
우리는 차 속에서 잘 것이라 Hard Sided구역.  사실 예약 당시에는 이곳에만 딱 한 자리가 남은 것을 보고 멋도 모르고 예약했을 뿐이다.

여기서 soft sided는 텐트 구역, hard sided는 트레일러 구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 자리는 보 리버와 철길 사이.  밤에 간간히 들리는 기차소리가 운치 있었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보낼거라 체크아웃이 9월 5일 11시.
텐트 사이드 쪽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전기 펜스에 대한 설명이 문답식으로 되어 있다. 

잠시 내용을 읽어보자면 (좀 길지만 추가한다)

-  이 펜스에 최소 7천 볼트의 전기가 흐르고 있으나 전류가 약해서 사람이 실수로 터치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만지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
-  전기 펜스가 설치된 구역으로 차량이 들어가는 Texas Gate (울퉁불퉁하게 되어있다)를 도보나 자전거로 통과해도 안전하지만 되도록 옆의 전용 게이트를 이용해 달라.
-  전기 펜스안에 곰이나 큰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는 바로 공원관리인에게 알려달라.  되도록 멀리 떨어져 안전한 차나 건물로 대피하라.  펜스가 훼손되었거나 동물이 밑을 파고 있을 때도 바로 신고할 것.
-  전기 펜스 안에서 캠핑하더라도 바깥에 쿨러나 펫푸드나 쓰레기를 두지 않도록 하라.  이는 불법이기도 하다.

-  펜스 바깥 트레일러 구역에서 캠핑하는 것도 안전하지만 어두워진 다음에는 덤불 가까이 걷지 말고 아주 밝은 플래쉬를 휴대하고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고 소리를 내도록 하라. (Bare Campsite Program을 참고하라.  여기서 Bare는 물건을 거의 남기지 말자는 의미로 Bear와 동일한 발음으로 표기한 재미난 제목의 캠페인이다)

그리고 왜 이 전기펜스를 설치하였는지 설명하고 있다.  레이크 루이스는 암놈 그리즐리 곰의 주요 서식지인지라 이들의 개체를 보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팜플렛을 읽어보면 내용이 쉽고 재미있고 알차다는 것을 느낀다.  오랜 세월 공원을 관리해온 직원들의 정성과 내공이 느껴져서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아무튼 우리는, 배정 받은 자리로 가기 전에 잠시 Texas Gate를 넘어가 Soft Sided 구역을 차로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리즐리나 엘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 펜스가 둘러처져있고 군데군데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늦기 전에 자리를 깔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거대 RV 트레일러들이 모여있는 Hard Sided 구역으로 가서 작지만 단단하게 무장한 우리 밴을 세우고 먹을 거리를 풀어놓았다. 

전기를 연결해서 밥을 짓고 남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밑반찬을 꺼내놓는다. 
이만하면 오늘도 성공적인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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