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의 따스한 전기요에 몸을 웅크리며 깨어보니 레이크루이스 빌리지 캠프장 바깥 기온은 영상 1도를 가리키고 있다. 낮에 반팔로 다니기도 했는데 일교차가 정말 크다. 그래서 반팔 티셔츠에 긴팔 얇은 옷을 입고 두꺼운 겉옷도 바로 집을 수 있게 준비한다. 하긴 차 속에 가진 옷 전부 있으니 딱히 준비도 걱정도 필요없다. 우린 집을 통째 가지고 다니는 셈 아닌가~~
오늘은 먼저 요호 국립공원 Yoho National Park을 다녀오기로 한다. 길쭉한 밴프 국립공원 옆에 작게 붙어 있는 요호는 호수와 연못이 무려 61개라 하지만 그 중 에머랄드 호수가 가장 크고 유명하다. 밴쿠버에서 밴프로 향할 때 골든을 거쳐 가는 길이 제일 단거리이며 우리도 모르는새 요호 공원을 거쳐 지나가게 된다. 아래 지도에서 골든 지나자마자 노랗게 표시된 "Kicking Horse Canyon Project" 공사로 인해서 길이 폐쇄될 거라고 공지하고 있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열고 막고 하다가 이제 4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라 올해 9월 15일 부터 12월 1일 까지는 완전 폐쇄되어 밴프로 가려면 아래 95번 국도인 쿠트니 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자세한 뉴스는 여기 참고: https://news.gov.bc.ca/releases/2021TRAN0132-001729
레이크루이스 빌리지에서 이틀 밤을 자기로 했으니 오늘 하루 오롯이 이 근방을 둘러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새나라의 어린이들은 이른 시간 길을 나섰다. 지도를 보며 동선 계산을 해본 결과 첫 행선지는 에머랄드 호수, 내려오다가 내츄럴 브리지를 들리고 다시 요호벨리 로드를 올라가 타카카와 폭포로 올라가기로 했다. 딱 그 순서대로 다녀왔다. (구글맵도 감사하지만 하나씩 집어온 공원지도도 얼마나 고마운지!!)
위 지도에서 비씨주와 알버타주가 색깔로 구별되어 있듯이 1번을 타고 조금만 가면 비씨주에 들어서는지라 왠지 반가웠다. 요호국립공원은 BC주에 속해 있다. 쿠트니에서도 컨티넨탈 디바이드로 구별되는 패스를 만났듯이 밴프와 자스퍼 국립공원을 경계로 서쪽으로는 모두 비씨주 소속이다.
아래는 레이크루이스 빌리지 캠프그라운드를 출발해서 1번 하이웨이를 서쪽으로 달리는 도중 보이는 요호의 산들이다. 산 이름을 물으신다면~ 모르겠다이다. 구글맵을 보자면 아마 커시더럴 마운틴 Cathedral Mountain 같다.
이른 아침 도착한 에머랄드 레이크 Emerald Lake에는 사람은 거의 없고 호수만 아침 물안개를 피어내며 빛나고 있었다. 햇살이 뒤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여 서늘한 호수를 비추어 주는데, 하늘과 산과 숲 모두가 호수에 얼굴을 맡기고 빠져있다.
에머랄드 호수는 프레지던트 산맥 President Range에 속한 산들과 버게스 산 Mount Burgess 또 왑타 산 Wapta Mountain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의 고도가 높아서 11월 부터 6월 까지는 호수가 얼어붙어 있고, 주변 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들어오는 7월 경에 호수 빛깔이 가장 영롱하다고 한다. 이 호수의 특징적인 물 색깔은 석회암 가루 때문. 9월이라 너무 늦은 건가, 아침 시간 너무 일러서 그런가 아직은 우리가 기대하던 에머랄드 빛은 아니다. 그래도 서늘하고 조용한 호수는 너무 멋지다. (사실 에머랄드는 녹색이 짙으니 호수 물색깔은 터키석 색상이 더 맞을 거 같다. 터키석 turquoise 색이 좀더 blue-green하니까)
호수 주변을 잠시 걸어본다.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잘 모르는 명판이 나온다. 벌지스 쉐일 Burgess Shale.
기록을 보자면 1909년 찰스 월콧 Charles Walcott이라는 사람이 에머랄드 호수 위의 벌지스 산마루 Burgess Pass를 등산하다가 발견한 혈암 (shale) 바위를 쪼개니 선사시대의 해양생명을 구체적으로 담은 화석이 나왔다고 한다. 이 발견으로 해서 5억년 전의 캠브리안 생태계 Cambrian ecosystem을 연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호수 주변을 잠시 걷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내츄럴 브리지 Natural Bridge로 향한다.
아래 사진 3장을 보면 이곳을 흐르는 강이 Kicking Horse River 이며, 저기 먼 산이 3199미터 높이의 Mout Stephen이며, 우리가 들렀던 그곳이 요호 국립공원의 Natural Bridge임을 알려주는 안내판들이다. (이래서 안내판과 설명서를 잘 찍어둘 필요가 있더라)
내츄럴 브리지란, 말 그대로 강 위에 자연이 만들어낸 다리를 말한다. 사진을 보면 명확하다. 거침없이 흐르는 키킹호스 강을 따라 바위들이 쪼개져 나가고 다리를 만들고 그 사이로 강물이 폭포되어 흐른다. 수백년 뒤에 이 돌다리는 또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아예 사라지고 없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3번 목적지로 향한다. 1번 하이웨이로 다시 나와 강가의 아름다운 마을 Field 필드를 지나쳐 다시 산으로 오른다. 에머랄드 호수 출구로 부터 약 8킬로 동진하면 출구를 만난다.
1번에서 빠져서 타카카우 폭포 Takakkaw Falls 까지 가는 길은 요호 벨리 로드 Yoho Valley Road라 하여 포장은 되어 있으나 길이 좁고 아주 꼬불꼬불하며 도중에 거의 180도로 꺽이는 구간도 있다. 이를 영어로는 hairpin turn 이라고 한다. 약 13.7 킬로 (8.5마일) 거리를 올라가야한다. 기후 사정에 따라 10월초면 폐쇄된다.
높은 산 아래로 강물이 보이니 거의 폭포에 다 온 듯 하다.
Takakkaw Falls는 폭포 종 길이가 총 373미터로 캐나다에서 두번째로 긴 폭포라고 한다. 이 폭포 이름 Takakkaw는 크리 Cree어로 (캐나다 북부지역 방언 중 하나) "웅장한 magnificent"를 뜻한다. 여름이면 빙하 Daly Glacier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는데 특히 눈이 녹는 늦봄에 가장 웅장해 보인다고 한다. 9월에 본 폭포도 대단했다.
내려오는 길에 두 강이 만나는 포인트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요호 강과 키킹 호스 강이다.
이제 다시 1번 하이웨이에서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로 돌아가려는 순간 남편이 우회전해서 동진하기 시작했다. 내가 Field 필드를 지나면서 예쁘다~라고 감탄했던 말을 잊지 않고 들렀다 가자는 것이었다.
아래는 필드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강과 산 풍경 (실제가 훨씬 더 예쁘다) 그림 같이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을 한바퀴 한 후 필드 입구에 있는 주유소에 들러 비씨주 기름을 채웠다. 1.39/리터이니 밴쿠버 기름보다는 한참 싸다.
드디어 이곳 필드에 있는 방문객 센타에서 국립공원 패스를 구입했다. 쿠트니를 통해 밴프로 오는 내내 길 위에 체크포인트 초소가 없길래 의아해 했었는데 (대개 초소에서 1회용 또는 연간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이곳 방문객 센터를 들러 물어보니 국립공원에 들어왔으면 구입해야된다는 말씀. 너무 당연한지라 바로 구입했다.
캐나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성인 1일에 10불이며 한 차로 이동하는 7명 이하 가족일 경우 20불이다. 17세궁 이하는 무조건 무료. 캐나다 전역 국립 주립 시립 공원들을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연간 패스는 디스커버리 패스 Discovery Pass라고 부르는데 7인 까지의 가족 패스가 139불 40전이다. 우리는 일주일간 국립공원에 체류할 것이므로 또 앞으로 국립공원 갈 계획이 있으므로 당연히 연회원 패스로 구입했다. 차 백미러에 딱 걸고 나니 안심도 되고 왠지 공원에 일조했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패스 관련 디테일은 여기 참고: https://www.commandesparcs-parksorders.ca/en/decouverte-dis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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