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오후 날씨가 너무 좋다.
가까운 레이크 루이스를 먼저 갔다가 좀 떨어져 있는 모레인 레이크를 다녀오기로 정하고 캠프 그라운드를 나섰다. 레이크 루이스는 그동안 몇 번 왔었지만 가장 최근에 본 것이 아이들과 함께 온 록키 여행이었으니 벌써 십년도 넘은 듯 하다. 어쨌든 밴프의 시그니쳐 호수를 안보고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캠프장에서 딱 4.5 킬로 떨어져 천천히 가도 십분도 안 걸릴 거 같은 레이크 루이스를 들어갈 수가 없었다. 길에 차들이 그득하고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라 돌아나오는 길도 만만치 않을 지경이었다. 주말, 그것도 노동절 연휴 주말이었슴을 간과했던 거다. 겨우 차를 돌려 모레인 레이크 Moraine Lake를 먼저 가기로 했으나 도중에 좌회전을 막고 있어 다시 레이크 루이스 주차장 입구 까지 한바퀴 돌아 내려오다 잠시 우회전을 허용하는 틈을 타 겨우 모레인 호수 가는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모레인 레이크 까지는 14 킬로, 약 20분 정도 산길 Moraine Lake Road를 간다.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으나 도착해보니 큰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줄을 서서 서행하는데 마침 우리 앞으로 차가 한 대 빠져 얼른 주차했다. 모레인 레이크 주차장에는 약 150개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가 다 차면 공원 측에서는 레이크 루이스 입구부터 진입로를 막는다고 한다. (아하 그래서 처음에 좌회전이 안되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또 눈이 많은 이 지역 특성상 이 길은 5월말이나 6월 초에 열고 10월 첫주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폐쇄된다고 하니 미리 확인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주차장에서 호수 방향으로 걸어나오다 보니 인도에 사람들이 많다. 이곳은 빌리지로 돌아가는 셔틀을 타는 곳이라 줄 서 기다리고 있고,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는데다 트레일로 들어가는 입구여서 더 많아 보인다.
호수를 감상하기 전에 잠시 공부해 본다.
모레인 레이크는 해발 1884미터에 이르는 텐 픽스 벨리 Valley of the Ten Peaks에 둘러싸여 있는 호수로, 호수 표면적이 약 50헥타르 (120 에이커)에 이른다. 빙하가 녹아드는 호수인지라 6월말에 이르러서야 최고 수위에 이른다. 호수 물빛은 주변 빙하에서 흘러온 바위의 가루성분이 빛에 반사되어 비치어 독특한 푸른 빛을 띠게 되며 역시 6월경이 절정이라한다.
모레인 호수 주변에는 산들이 둘러싸고 폭포들도 있으며 마치 실제 같지 않은 멋진 바위 더미 산 rock piles 이 있다. 호수에서는 카누를 타거나 여러 코스를 따라 하이킹을 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락파일 트레일 Rockpile Trail. 쉽고 짧은 코스인데 이 트레일 꼭대기에서 호수를 바라본 광경은 1969년에서 1979년 사이에 캐나다의 20불 지폐에도 실렸기에 "Twenty Dollar View"라고 알려져있다.
겨울에는 크로스 칸츄리 스키어들의 세상이 된다. 4월에서 11월 까지는 눈사태 위험으로 호수 자체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지만 일부 모레인 레이크 로드를 따라가는 왕복 약 15킬로 구간이 열리며 약 4시간 소요된다한다. 스키 타고 4시간이라니 엄청난 체력이 필요한 거리 같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Moraine_Lake https://www.banfflakelouise.com/moraine-lake
- 약간 요약하고 의역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호수 따라 걸어보기로 한다.
이 안내문에는 이 주변 산과 모레인 호수를 발견하고 주변에 알린 유명한 탐험가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 바로 월터 윌콕스 Walter Wilcox와 사무엘 앨런 Samuel Allen 이다. 사무엘은 주변 Ten Picks를 탐험하며 원주민 스토니 부족 언어의 숫자 순서로 각 열개 산의 이름을 붙였으며 첫 번째 산 아래 "Grand and Gloomy Lake" (웅장하고도 음울한 호수)를 보았다고 기록하고 첫번째 호수 Lake Heejee 라고 붙였으나 함께 했던 그의 친구가 그 이름을 모레인으로 바꾸었다.
이 두 사람은 두 번의 여름을 이 모레인 호수와 레이크 루이스 호수를 누비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지도를 만들었는데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내용을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워진다)
호수를 따라 도는 트레일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벌써 다 돌아나온 것인가. 우리는 원래 걸음이 빠른 편인데 앞서 가는 젊은 커플에 방해되지 않게 천천히 걷는다. 걷기에 불편함이 없게 잘 정비된 호숫길을 따라 걸으며 초기 탐험가들이 보고 놀랐을 그때를 상상해 본다. 이런 트레일도 없고 오직 거칠은 숲과 나무를 헤치고 나와 경이로움에 숨죽이고 바로보던 그 호수가 바로 이 호수가 아닌가.
궁금하면 찾아보라~~ 그래서 찾아본 모레인 레이크의 겨울이다. Pixabay 무료사진에서 가져왔다.
모레인 레이크 주변을 도는 트레일 Moraine Lake Shoreline Trail은 호수의 반 정도를 다녀오는 오솔길 트레일이다. 왕복에 2.9킬로미터 정도 아주 쉬운 코스이다. 호수를 따라 돌아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이 지점에서 산쪽에서 내려오는 시냇물과 합쳐지고 도보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카누를 타고온 사람들도 보인다.
트레일을 걸어나와 입구에 있는 카누 렌탈 오피스를 잠시 들렀다. 시간당 렌탈비 120불 75전이다. 초보자도 탈 수 있다는 말에 잠시 혹 했으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우리가 비록 자유 여행자이긴 하지만 종일 한 호수에서 트레일 걷고 카누 타고 놀 정도로 느긋하지는 못했기에 잠시 머물머 사진 찍는 걸로 만족하며 걸어나왔다.
모레인 레이크에서 카누 탈 일이 내 생애에 다시 있으려나~~
보트 타는 곳을 지나오며 바로 보이는 돌산이 바로 모레인 레이크에서 유명한 돌무더기 언덕 Rockpile 이다.
이 언덕 위로 약 800미터 올라가는 락파일 트레일 Rockpile Trail은 다소 가파르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 위로 올라가면, 만일 오르지 않았다면 너무도 후회할 모레인 레이크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록키를 대표하는 호수 사진 대부분이 바로 이 모레인 레이크라고 하며 그 대표적인 사진은 이 락파일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들이라 한다.
이제 올라가 보자~
락파일을 오르다가 만나는 표지판들이다. 멋진 호수가 얼른 보고싶지만 좀 더디더라도 읽어보고 지나간다.
자꾸 사진만 찍으대며 한참 시간을 보내다 락파일을 내려왔다.
주차장은 여전히 만원이었고 들어오는 차들이 줄줄이 기다리며 서있는데 우리 차 근처 파란 승용차에 젊은 커플이 타고 있다. 기다리라고 우리가 나갈 거라고 손짓하니 둘이 만세를 부른다. 우리도 기쁜 마음에 얼른 자리를 내주고 모레인 레이크를 떠나왔다.
근데 모레인 레이크는 내일 모레도 가야하는 거 아닌가~~
너무 썰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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