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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넷째 날: 레이크 루이스, 추억의

by 밴쿠버제니 2021. 10. 21.

드디어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했다.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덤덤해지는...
내게 레이크 루이스는 전세계 관광객을 위한 장엄한 호수 같고, 모레인 레이크는 왠지 로컬들을 위한 숨은 보석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록키의 시크니쳐와도 같은 레이크루이스 호수를 빼놓을 수는 없으니 차가 막혀도 시간이 늦어도 들리기로 했다.  알고보니 호수 옆의 약 450개 주차공간은 성수기에는 일출 전에 다 차버린다고 한다.  올해 2021년 들어서 유료화되었다고 하는데 5월 중순에서 10월 중순 까지 차량 당 하루 $11.70 flat rate.  연간 밴프를 방문하는 인원이 4백만이 넘는다고 하니 이들이 레이크 루이스를 안보고 가겠는가.  우리가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의 5시경인데 6시까지 해당되는 종일 주차비를 내야했다.  그래도 되돌려지지 않고 주차 자리가 있는 것이 어디랴.   

참고로, 레이크루이스와 모레인 호수 두 곳으로 가는 셔틀이 예약제로 운행 중이다.  15분 간격이고 성인 왕복요금은 8불, 시니어 4불, 6세에서 17세 2불, 6세 이하는 무료이다.  성수기에는 미리 셔틀을 예약하고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부끄럽지만 잠시 추억 소환~~
아래 사진은 80년대 알버타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있던 중 방문했던 레이크 루이스 호수다.  해외여행 자유화도 되지 않고 김포로 출국하며 꽃다발 증정하던 시절.... 삼십년도 훨씬 넘었다.  당시 캐나다 전역 한인 교수분들의 가을 학회가 알버타 대학에서 있었는데 교포학생들과 더불어 일을 도와드렸고 학회를 마치고 록키관광에 나선 교수님들을 몇몇이 따라 나섰다.  동행한 한 교포학생이 사진에 취미가 있어 이렇게 트릭을 부린 사진을 찍어주었고, 스캔해 두었던 빛바랜 사진을 소환해 보았다.  대학 시절 갑자기 눈이 나빠져 썼던 커다란 안경은 내가 봐도 우습다.

오늘 가본 레이크 루이스 호수는 주차장에서 예견되었던 바였지만 예상 보다 훨씬 붐비고 있었다.  팬데믹 상황에 9월도 넘은 마당에 인파가 너무 많아 호수 근처에 쉽게 가질 못하고 한참을 멀찍이 서있었다.   우리도 인증사진을 남겨야지 싶어 한 팔을 쭉 뻗어 사진을 찍어보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가 내 마음처럼 어지럽다. 

삼십 여년 전 호수에 다가가는 순간 내게 다가온 서늘하고 조용하고 찬란했던 광경이 아직 내 가슴에 남아있는데 어지럽게 부는 바람과 너무 많은 사람들에 가려, 같은 호수가 아닌 거 같다.  

그리고보니 10불에 샀던 월마트 선글라스가 수십년전 끼었던 내 안경과 비슷하다.  취향은 변하지 않나보다 ㅎㅎ

마음을 가다듬고 마스크도 갖추어쓰고 사람을 조금씩 피해가며 호수 한바퀴를 해본다.  카메라 줌을 쭈욱 당겨서 산과 물만 화면에 담고자 애써본다.

빙하 호수인 레이크 루이스는 레이크 루이스 마을 (hamlet, 즉 작은 마을이라는 뜻이다)에서 서쪽으로 약 5킬로 떨어져 있으며 원주민 스토니 부족은 "작은 물고기들의 호수"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이름 루이스는 1878년에서 1883년 까지 캐나다의 총독 Governor General을 지낸 Marquess of Lorne의 부인이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네 번째 딸인 루이즈 캐롤라인 알버타 공주 Princess Louise Caroline Alberta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한다.  (사실 Louise는 루이스 보다 루이즈가 영어 발음에 가깝지만 레이크 루이스로 알려졌기에 그렇게 표기한다)

물빛은 이 호수로 흘러드는 빙하 녹은 물에 섞인 바위가루로 인해 푸른 터키석 색깔을 띤다.  이 호수 표면 면적은 0.8 ㎢ (계산하면 약 200 에이커.  모레인 레이크가 약 120 에이커였다), 호수 물은 3킬로에 이르는 루이스 크릭을 따라 보 강 Bow River로 흘러들어 간다고 한다.

위의 안내판이 주는 정보가 참 많다.
사진으로 잘 안보이겠지만 확대해보면, 호수 위의 6개의 봉우리, 2개의 호수, 3개의 하이킹 트레일 그리고 티 하우스를 소개하고 하는데 잠시 읽어보자.

6개의 봉우리 (사진 왼쪽 부터 순서대로이다.  약간의 설명을 추가한다)
-  연두색 삼각형:  Mt. Fairview, 2745 m, 정상에서 본 모습 따라 이름 지음, 최초 등반은 1893년 Samuel Allen과 Walter Wilcox (모레인 레이크도 발견하고 알린 이 두사람의 밴프에서의 활약이 대단하다)
-  파란색 삼각형:  Mr. LeFroy, 3423 m, 캐나다의 마그네틱 서베이 (magnetic survey, 지질학에서의 자력 검사)를 총괄했던 John Henry Lefroy를 기려서 이름 붙힘.  최초 등반 1897년. 

-  핑크색 삼각형:  Mr. Victoria, 3464 m, 영국 빅토리아 여왕 이름에서 따옴.  최초 등반 1897년
-  회색 삼각형 (중심에서 오른쪽 높아보이는 산이다):  Mr. Whyte, 2983 m, 캐나다 철도회사 (Canadian Pacific Railway)의 부회장이었던 Sir William Whyte 이름.

-  진한 회색 삼각형 (오른편 뒤에 봉우리만 솟아나온 산):  Mr. Niblock, 2976 m, 캐나다 국립 철도회사의 서부 총괄 책임자 John Niblock을 기리는 이름.
-  연한 핑크색 삼각형:  Mt. St. Piran, 2650 m,  레이크 루이스 샬레 지배인의 첫 출생지였던 영국 콘웰의 수호성인의 이름에서 따옴.

 

2개의 호수:
Lake Louise, 1731 m,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달 Louise 공주 이름으로 명명
Lake Agnes, 2100 m, 캐나다 최초 수상 (prime minister)의 부인이었던 Susan Agnes MacDonald 이름에서 명명.  1890년에 처음 방문했었다고 함.

3개의 하이킹 트레일:
맨 아래 짙은 핑크색 길:  Lakeshore Walk, 편도 2 킬로
오른쪽 회색 굽어진 길:  Lake Agnes Hike, 편도 3.4 킬로
왼쪽 사진 상 짧아 보이는 연한 핑크색 길:  Plain of Six Glaciers Hike, 편도 5.5 킬로
사진으로 2군데 보이는 연노란 찾잔 모양의 Teahouse는 트레일로 올라가야 하고 6월에서 10월까지 오픈한다.

6개 봉우리들과 2개 티하우스를 다시 표시해 보았다

호수에서 잠시 눈을 돌려 뒤를 바라보면 호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거창한 호텔이 있다.  이름하여 페어몬트 계열의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이다.  이곳은 20세기 초창기에 캐나다 국유 철도회사 Canadian Pacific Railway가 건설했던 럭셔리 리조트 호텔이다.

호텔 가든으로 걸어들어가 멀리서 보니 렌즈에서 사람이 빠지면서 호수를 둘러싼 산들과 빙하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호텔 앞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다.  호텔 정원에서 결혼식 말고도 호수 앞으로 걷다보니 또 다른 결혼식이 있는데 동양 신부와 서양 신랑 뒤로 파안대소하는 양가의 밝은 얼굴들이 낯설지 않고 한 가족 같아 보여 보기 좋았다.

멀리 잡으니 이런 모습이고 실제로 내 눈에 들어오는 호수는 아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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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쉬운 마음에 전문가가 찍은 무료 사진 몇 장 가져와 보았다. (Pixabay.com, Wikipedia등)

이렇게 보니 우리가 봐왔던 호수가 얼마나 일부분이었던지..

트레일을 제대로 못걸어 아쉽고
좀더 조용한 시간에 다시 오고싶다
겨울에도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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