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루이스 햄릿 (hamlet이란 village 보다 더 작은 마을)을 떠나는 이른 아침.
지난 이틀 밤 우리를 추위로 부터, 또한 야생동물로 부터 지켜 준 고마운 캠프그라운드를 한 바퀴하고 길을 떠난다.
북쪽 자스퍼 Jasper 방향으로 향하는 93번 도로에 올라서면 더욱 내밀한 록키를 만나는 느낌이 든다. 자스퍼까지 이르는 230 킬로, 약 3시간 거리에서 펼쳐 보이는 록키의 자태는 그냥 가만히 차에 앉아 있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다. 그중에서도 이름 있는 곳 또는 이름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에서 자꾸자꾸 차를 세우게 된다.
보 레이크 전망대를 벗어나 잠시 달리다보면 이름도 수상한 롯지 팻말이 나온다. 들어가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은 1896년 영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온 19살 붉은 머리 소년 지미 심슨 Jimmy Simpson의 전설이 깃들인 숙박시설이다. 지미 심슨은 아직도 미개척 상태인 록키 산에서 여행업과 가이드 일을 했고 1898년 이 보 레이크에서 캠핑을 하면서 언젠가 이곳에 오두막집을 지으리라 맹세하고 25년이 지난 후 이곳에 통나무 집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참고: https://www.num-ti-jah.com/history)
넘-티-자 Num-Ti-Jah 라는 이름은 스토니 평원 언어로 소나무 담비 pine marten이라는 뜻.
이 로지 앞으로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있고 그 앞으로 끝없는 보 레이크가 펼쳐진다. 이 주변을 걷다보면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호수와 산의 풍광 앞에 선 소년 심슨의 의지와 꿈이 그대로 읽혀진다. 록키는 그때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도 우리를 끌어들인다.
보 레이크와 주변 멋진 경치에 반해 한참을 머문 뒤 길을 다시 떠난다.
필드 방문객 센타에서 직원이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건네준 길쭉한 지도를 뒤늦게 확인해 본다. 지도를 펼친 채 고속도로에 올랐지만 바깥 경치 구경에 지도로 눈이 덜 갔다.
지도를 보자면 (아래 사진) 우리가 보 레이크에 도달하기 전에 지나친 산 이름들이 일일이 나온다. 그리고 보 레이크와 주변의 빙하들, 보 빙하 Bow Glacier, 크로풋 빙하 Crowfoot나 왑타 아이스필드 Wapta Icefield도 보였으리라만은 그냥 우와~ 하면서 지나왔다. 물에도 이름이 있고 얼음에도 이름이 있다. 우리가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지도에서 붉게 X표시한 피토 레이크 Peyto Lake은 비지터 센타 직원이 미리 표시해 준 대로 폐쇄되어 있었다. 피토 레이크는 꼭 가볼 레이크로 구글맵에 별 표까지 붙였던 호수인데 아쉬웠다. 이 호수는 해발 2천미터 위에 전망대가 있어 우리가 지나갔을 때 올라가는 길과 주차장과 화장실에 대한 업그레이드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후 10월 9일 다시 오픈했다고 한다. 아쉬우니 사진 한장.
다시 길을 떠난다.
그 이름 다 알 수 없지만 지도를 보며 뒤늦게나마 그 이름을 불러본다.
넘-티-자 로지를 만들었던 지미 심슨 산 Mt. Jimmy Simpson도 있고 피토 호수를 지나면서 패터슨 산 Mt. Patterson과 마못 산 Marmot Mountain을 지나 실버혼 산 Silverhorn Mountain으로 다가간다.
우리가 더 크로싱 The Crossing이라 부르는 그 이름은 원래 사스케치완 리버 크로싱이다. Saskatchewan River Crossing. 레이크 루이스에서 타고온 93번 고속도로 (일명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Icefields Parkway)와 11번 고속도로 (일명 데이비드 톰슨 하이웨이 David Thompson Highway)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더 크로싱은 19세기에 많은 모피 무역상들과 관광객들이 비씨주로 가는 길에 North Saskatchewan River를 건너는 (to cross) 지점이라 그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광장에 놓인 이 나침반 지도를 보면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6개의 국립공원이 색깔로 구별되어 있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와있다.
더 확대해 보면 우리의 거쳐온 발길을 더듬어 본다. 레벨스톡과 골든을 거쳐 95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서 쿠트니를 지나고 다시 93번으로 밴프를 들어갔다 1A를 타고 레이크 루이스로, 이제 다시 93번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있다.
이제 다시 표지판의 도움으로 주변 산 이름을 알아보기로 한다.
더 크로싱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제 자스퍼 국립공원 경계 안으로 들어서는 참인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창문 좀 씻어줄테니 지금 부터 나올 더 좋은 경치 감상을 잘 해보라고 말하는 듯 자동차 앞 창을 두드린다.
가보자~ 이제 곧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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