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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6: 멀라인 레이크

by 밴쿠버제니 2021. 10. 27.

재스퍼의 아침이 밝았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햇살이 산마루에 도착해 있고, 캠프장의 서늘한 공기를 뚫고 밤새 차갑게 식어있는 차량들 위로 번져온다.  

오른쪽 건물이 화장실 겸 샤워장이다.
우리 차도 잘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캠프장에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마신다.  간단한 아침을 먹고 각자 씻고 돌아와 밤새 앞자리로 옮겨져 있던 짐을 뒤로 옮긴 후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커튼으로 사용한 수건도 걷고 앞 유리창에 가득 서린 수증기도 전날 사용한 수건으로 닦아주고 전기선을 챙겨 차 속 포켓에 넣으면 대략 준비 끝이다.

W (휘슬러스 캠프그라운드)에서 자스퍼 빌리지를 거쳐 산길 Maligne Lake Road로 약 50킬로 내려가야 Malign Lake.  아주 길쭉한 호수다.

오늘의 목표 장소는 록키 오기 전 부터 계획하며 별표 쳤던 곳 멀라인 레이크 Maligne Lake.  
이곳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자스퍼로 들어서는데 남편이 순간 브레이크를 밟는다.  저기서 다가오는 엘크 Elk 숫놈 한마리에 놀랍고 반가워 얼른 폰을 들었다.  한참 자신을 보여주던 엘크는 길 옆 아싸바스카 강가로 내려갔다.  

마치 꿈인 듯 전설인 듯, 엘크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엘크가 환영해주는 록키의 산과 호수와 강을 구비구비 넘어 오늘의 호수로 향한다.  여전히 날씨는 맑고 좋다. 

멀라인 레이크로 가는 도중 길가에 또다른 호수가 보인다.  메디슨 레이크 Medicine Lake
이름만 보고 이 호수물에 무슨 약효가 있으려나 했는데 알고보니 이 호수는 물이 사라지는 호수로 유명하다.  평소때는 일반 호수와 비슷하지만 가을과 겨울이 오면 근처 멀라인 강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대부분 호수 바닥의 싱크홀로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바닥이 드러나는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호수 길이는 약 7킬로미터.

이제 멀라인 레이크로 들어선다.  우리가 도착한 이른 아침 호수는 어둡고 고요하고, 그래서 약간은 우울해 보였다.

왼쪽 높은 봉우리는 Mount Leah, 그 다음은 Mount Samson, 저멀리 작게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Mount Warren (산 이름들은 멀라인 호수 웹페이지에 있는 실시간 웹캠을 보고 파악해본 거임)
 여기서는 왼쪽 Mount Samson에서 시작해서 가운데 보이는 봉우리가 Mount Warren, 맨 오른쪽이 Mount Charlton
카누를 빌릴 수 있는 보트 하우스
보트 렌탈 하우스 너머로 호수가 펼쳐진다
선착장.  뒤로 보이는 평평한 봉우리는 Bald Hills
롯지와 선물 가게.  오른편 작은 하얀집이 티켓 오피스다.

이곳에서 크루즈를 타보기로 하고 티켓 오피스로 가서 배표를 산다.  성인 2명에 $165.90.
인터넷으로 쿠폰이라도 발급 받고 또는 다른 관광코스와 묶어서 산다면 좀더 저렴할 수 있겠지만,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우리에게는 그저 현장 발권이다.  대개의 다른 레이크 크루즈도 처럼 이곳도 일년에 4개월 정도 오픈하므로 왔을 때 해보는 것이 최선일테다.
이 유람선 관광은 한바퀴 돌아오는데 도중에 작은 섬에 들리는 시간 포함해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2022 Dates: May 27 – October 10, 2022*

*Weather dependent

팜플렛을 자세히 보면 다른 투어와의 묶음으로 할인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다.

주변에 별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크루즈 시간이 되자 하나둘 모여들어 정원의 90프로 정도는 찬 거 같다.  
맨 앞에 앉은 아이 동반한 가족과 뒷쪽의 우리 부부 또 우리 뒤에 앉은 거의 모델급 커플 말고는 모두 실버타운에서 단체로 놀러오신 노인분들인 우리 배에는 아리따운 여성 선장과 남자 안내원이 탑승해서 쉴새 없이 설명과 농담을 이어갔다.

배 뒷편 좁은 공간에 나가볼 수도 있다하여 우리 뒤 젊은 커플이 다녀온 후 우리도 잠시 나와보았다.  어르신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심.
카누를 타는 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 마다 배는 속력을 아주 줄인다. 
가이드로 탄 친구의 설명이 쉴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멀리서 보았던 Mout Leah를 가까이서 지나고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를 만난다
저 눈 덮힌 산들은 Mout Samson과 Mount Warren 같고
오른편으로 보이는 이 봉우리는 Bald Hills 인지 아닌지
우리의 반환점이자 기착지가 될 스피릿 아일랜드 Spirit Island에 다가간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들려온다

우리가 도착한 스피릿 아일랜드 Spirit Island는 멀라인 레이크 끝 부분에 있는 작은 섬으로 오직 보트로만 갈 수 있다.  즉 우리처럼 크루즈 유람선을 타거나 카약이나 카누로 올 수는 있겠다.   왕복 28킬로 거리.  카누로 오자면 최소 5시간에서 8시간 걸린다고 한다.  이 섬에서 약 20분 정도 시간을 주는데 짧은 트레일을 걸으며 경치 감상을 하다가 배로 돌아오면 된다.  

이 섬의 이름은 서로 전쟁을 하던 원주민 부족의 두 젊은 연인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썰도 있고... 아무튼 원주민 스토니 부족에게 아주 영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한다.  또한 이곳은 사진작가들에게 록키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촬영 명소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스피릿 아일랜드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다. 
몇 가지만 간추려보자면,
-  Kodak moment :  1960년에 미국 뉴욕시의 그랜드 센터럴 역에서 열린 Peter Gales의 코닥 사진전에 걸린 이 섬 사진이 유명하다.  (멋진 사진을 찾았지만 무료게재가 가능한지 몰라서 링크만: http://www.papytane.com/images/kodak31.jpg)

-  Apple follows:  애플사에서 2014년 아이패드를 론칭했을 때 이 섬의 이미지 사용했다.
-  이 섬은 봄에는 눈이 녹고 비가 많이 와서 섬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기간은 해안에 닿아있다.  이 섬은 "box canyon"이라고 불리는 협곡의 중심에 있다.
-  산이 조상의 현신이라고 믿는 원주민 스토니 부족에게는 매우 영적인 장소이다.  이 섬이 한 산맥의 삼면에 쌓여있다는 점이 매우 드물기에 이 부족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  멀라인 레이크의 푸른 물이 섬이 있는 빙하 쪽으로 다가감에 따라 물 색깔이 점점 에머랄드 초록색을 띄게 된다.
-  늦은 오후 시간이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Through the Lens 크루즈라는 이름으로 전문 사진작가가 동반한 크루즈 타임도 있는데 이 스피릿 아일랜드에서 1시간 머물며 사진을 찍게 된다.
-  1908년 화가이지 탐험가였던 메리 쉐퍼 Mary Schaffer가 처음 멀라인 레이크를 보았을 때  box canyon 속의 "the Hall of Gods"라고 표현하면서 "레이크 루이스가 진주라면, 멀라인은 전체가 진주인 목걸이다"라고 했었다
(위 내용은 아래 사이트에서 보고 참고했다: 

https://www.banffjaspercollection.com/attractions/maligne-lake-cruise/stories/8-amazing-facts-about-spirit-island/


사실 이런 내용들은 나중에 알게된 사항이고, 우리는 아무 준비없이 또 아무 생각없이 섬에 내렸다. 

왕복에 무려 5시간에서 8시간 까지도 걸린다는 이 물길을 혼자 왔다 저 여인은~
작은 배를 타고온 저들은 아마 이 산속에서 야영을 할 모양이다.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없을텐데 말이다.
기다리는 유람선에 올라
멀라인 레이크 가로질러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섬쪽으로 향하는 유람선을 만난다.  서로 지날 때는 속도를 낮추며 인사를 나눈다.
열정적으로 안내해 주고 일일이 질문도 받고 답변해준 가이드와 예쁜 선장을 뒤로 하고 2시간의 항해를 끝내고 나오니 출출하기 그지없다. 
호수 근방 가장 한적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저렿게 준비해서 차밖에서 남편이 끓였다)  오늘은 크루즈도 탔으니 기분이다.  비상용 특식 칼국수 먹는데 스피릿 아일랜드는 까맣게 잊을 지경이다.  

그래도 그냥 가긴 서운하다.  멀라인 레이크에는 예쁜 트레일도 많고 그 유명한 빨간의자도 있지 않은가. 
약 삼십분 트레일을 걷고 빨간 의자에 도착해서 사진도 찍고 스탠업 패들보드 SUP을 타고 있는 광경도 보며 시간을 보내다 멋지고 고요한 멀라인 레이크를 떠났다.

멀라인 레이크는 그 이름 부터가 다소 어둡고 영험한 느낌이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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