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공간에 있는 장소 한 군데를 들자면 그곳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결혼 전에도, 결혼 하고 나서도 딱히 갈 곳 없거나 시간이 좀 남을 때면 우리는 늘 그곳에 갔었다.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라 대공원과 동물원에 들리느라 미술관까지는 가보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아무튼 저 깊숙이 있던 미술관은 내 마음에도 깊숙이 들어와 가끔 그 시절 그 장소를 떠올리곤 한다. 그때 보았던 작품들은 별로 기억에 없다. 다만 넓은 회랑의 복도를 천천히 걷던 평온한 느낌과 미술관을 돌다가 정원으로 나오면 고요하고 적막한 자연. 그 공간을 떠나기 싫었던 느낌이 선명하다.
퀘벡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유명한 곳을 가보고 차로 둘러보기를 반복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 꼭 들리고 싶은 곳은 이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은 반나절 이상 또는 하루 종일이 필요하므로 우리의 일정상 어찌할지 망설이고 있던 중 다시 이틀을 연장하고 다녀오기로 했다.
퀘벡 국립 미술관은 정식 명칭이 Le Musée National des Beaux-Arts du Québec (MNBAQ) 영어로 풀자면 national art museum in Quebec 정도가 되겠다. 이 미술관은 아브라함 평원 Plains of Abraham (French: Plaines d'Abraham)이 있는 공원 National Battlefields Park 안에 위치해 있다. 1933년에 퀘벡주의 주(province) 박물관으로 개관하여 퀘벡주의 옛날 기록물과 미술 작품들과 자연과학 콜렉션을 전시하다가 2002년에 이르러 미술 작품으로 이루어진 현재 국립미술관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소장품은 주로 퀘벡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에 더하여 캐나다 전역과 다른 나라 작품들 까지 합하여 4개의 파빌리온 (건물)에 작품 약 4만 점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내 성화에 또 너무 일찍 왔다. 주변 공원을 차로 몇 차례 돌다가 10시에 맞추어 미술관 입구 한산한 길거리에 주차를 시키고 사진 부터 찍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 여기가 아닌가벼~
우리는 미술관 안에서 편하게 자유롭게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여러 시간을 좀 두서없이 다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냥 들어가더라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발길을 유도하게끔 설계되어 있긴 하지만 미리 미술관 레이아웃과 전시물에 대한 사전지식을 많이 가지고 갔더라면 훨씬 풍부하고 짜임새있는 관람이 되었을 거 같다.
다녀온 후 다시 미술관 홈페이지를 찬찬히 보며 미술관을 돌며 찍어둔 사진들에서 우리의 발길을 떠올려본다.
퀘벡의 국립미술관을 이루는 네 건물을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위키피디아와 미술관 홈페이지 참고)
위 레이아웃에서 맨 오른쪽 빌딩. 이 건물은 1933년에 개관하여 1991년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의 첫번째이자 유일한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흰색 대리석의 넓은 빅토리안 스타일 계단과 천정 조각이 특징적이다. 다른 건물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2018년 개보수를 마쳤다.
이 건물은 퀘벡의 건축가 Charles Baillairge가 건축하여 1867년 완공되어 퀘벡시티의 감옥으로 한세기 이상 사용되어 왔다. 이 미술관 컴플렉스에서 두번째 건물로 1989년 인수하여 2년에 걸쳐 개보수를 했다. 이때 4개의 전시실을 만들고 이전의 감방을 그대로 보존하는 구역도 남겼으며 원래 있던 Gerard Morisset pavilion과의 지하 통로도 만들었다. 이 일을 담당한 디자이너들 (Charles Dorval과 Louis Fortin)은 이 미술관이 위치한 Battlefield Park을 손상하지 않고자 공원 아래로 새 건물의 일부를 감추는 방법으로 디자인했다. 1991년에 개관.
우리가 처음에 입구라고 착각했던 이곳이 미술관의 중심부로 다른 건물과 연결고리가 된다. 이 역시 Dorval과 Fortin이 디자인하여 같은 해 개관했다. 이 건물은 유리 벽과 화강암 전면의 건축물로 옥상 가든이 있다. 뒤쪽으로는 배틀필드 공원이 이어진다.
PIERRE LASSONDE PAVILION (Comtemporary Art)
2013에 건축 시작하여 2016년 개관한 이 건물은 입구가 전체적으로 유리로 커버되어 있다. 이 건물의 건축과 동시에 지하 터널에 대한 개보수를 진행하여 터널을 일종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건물에는 유리와 스틸을 주로 사용하여 대중과의 투명하고 열린 소통을 도모했다고 한다. 건물 옆으로 Saint-Dominique Church와 이웃하고 있고 건물에서 배틀필드 공원과 세인트 로렌스 강이 조망된다. 건물 1층에 카페가 있고, 중정과 흰색의 나선형 계단, 황금색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건물명은 백억불 이상 소요된 이 건축물에 대한 개인적 후원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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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술관 순례는 맨 먼저 미술관 주출입구가 있었던 PIERRE LASSONDE PAVILION에서 시작한다. 컨템포러리 아트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산물일테니 작가의 고민이 뭘지 이해해 보려고 애써보자~
CHARLES BAILLAIRGÉ PAVILION
과거 백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다는 이 건물에 들어서면 5층 건물 한가운데 열린 공간에 현재 92세 (1929년생) 퀘벡 출신 조각가며 화가이자 행위예술가인 Armand J. R. Vaillancourt의 조각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영어 제목: The Durocher Street Tree)
이 건물 2층과 4층에는 20세기 후반 활동한 퀘벡의 대표적인 화가 4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Fernando Leduc, Jean-Paul Riopelle, Alfred Pellan, 그리고 Jean Paul Lemieux. 이들 인물 사진도 작품 같아 함께 찍어보았다.
이 건물 1층에 Vaillancourt의 조각 나무가 서있던 곳이다. 윗층으로 올라와 내려다보니 Thank You 라는 제목의 작품이 벽에 걸려있다. 내 눈에는 150년도 넘었을 주변의 붉은 벽돌벽이 더 작품 같아 보인다.
좁은 계단이 보여 호기심에 살짝 올라가니 생각보다 넓고 높은 공간 속에 작품이 있다. David Moore의 작품이다. 제목은 aLomph aBram 이라고 되어있는데 해독 불가하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옥탑방 속에 있는 군상들과 작별하고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이 멋져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이럴 때는 편한 의자에 앉아 좀 쉬어줄 필요가 있다.
이제 CENTRAL PAVILION을 거쳐서 마지막 남은 전시장인 GÉRARD MORISSET PAVILION으로 가는 길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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