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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23: 다시 길 위, 퀘벡 단풍 속으로

by 밴쿠버제니 2021. 12. 5.

퀘벡을 떠나기로 했으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며느리의 출산예정 4일 전이라 육백킬로 떨어진 아들네로 바로 달려가야할지 더 여행을 다녀도 되는 것인지~~ 입장을 바꿔서 내가 며느리라고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몸이 무겁고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에서 남편의 보살핌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부모, 특히 시부모는 되도록 멀리 있는 것이 돕는 거라는 판단에 우리는 다시 지도를 펼쳤다.  다만, 당장 내일 출산한다고해도 빠르지 않은 날짜였기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있어야 할 거 같았다. 

킹스톤과 퀘벡 사이에서 큰 도시는 가고 싶지 않아 오타와와 몬트리올을 빼고보니 바로 몽트랑블랑이 떠올랐다.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었지만 여러모로 우리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다음은 퀘벡시티를 출발해서 동쪽으로 가는 40번 고속도로 선상의 풍경이다.

나이아가라에서 몬트리올, 퀘벡 시티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일명 메이플 로드라고 한다
9월 23일 상황. 아직은 이를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단풍이 많이 든 부분을 찍어보는데 수종에 따라 색깔이 정말 다르다
물론 전혀 단풍과는 거리가 먼 구간도 많지만, 하이웨이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숲속인 자연환경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이런 1인용 차(?)를 탄 무리들을 중간 중간 많이 만났다. 승용차 이상의 속도를 내며 잘 달린다
사슴 조심!!! 큰 눈망울의 연약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보면 엄청 크고 날쌔다~

퀘벡시티에서 몽트랑블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구글의 첫번째 초이스는 몬트리올까지 가서 올라가는 길.  그 길이 넓고 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서쪽으로 가다가 중간 정도 지점에서 직접 올라가는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택했다.  되도록 대도시를 피하고 숲과 나무를 더 많이 만나고 싶은 이유였다.

위 지도에서 Trois-Riveieres (트르와 리비에르, 세 개의 강이라는 뜻)라는 마을에 코스코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득 주유한 후 잠시 쉬었다.  코스코 기름이 다른 주유소보다 조금이라도 싸고 또 푸드코트에서 간단한 프라이드 치킨이라도 피업해오면 한끼가 해결되기에 조금이라도 큰 타운을 지나면 코스코가 있는지 확인부터 하게된다.  사실 밴쿠버에 살면서도 마찬가지 해오던 습관이다.  

 

우리의 오늘 목적지는 몽트랑블랑이지만 네비는 자꾸 몬트리올로 유도하는지라 북쪽 작은 길로 갈 수 밖은 없는 중간 지점으로 설정하고 북동쪽으로 마을 길로 접어들었다.  40번 하이웨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그 짙은 단풍에 깜짝 놀라며 이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마을을 계속 통과했다.  사실은 마을은 보이지 않고 그저 길가에 표지판만 있거나 띄엄띄엄 농가 주택만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저 숲과 호수와 너른 들판이 이어지는 적막한 길을 계속 갔다.  

북쪽과 동쪽으로 반복적으로 꺽어진 길을 따라 마을과 농장과 작은 호수들을 끊임없이 지나오면서 아래 작은 호숫가에 잠시 차를 세웠다.  사진에 잘 나타나지 않으나 단풍 드는 산자락 아래 작은 호수 풍경이 아주 멋졌다.  어디쯤 이었을까 지도를 한참 바라봐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단풍 든 좁은 길을 따라 자꾸 올라갔다.  그새 퀘벡시티는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깊은 가을을 자랑하는 퀘벡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중이다.

가는 길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우고 숨을 고르고 가기를 여러번~~
어쩌다 차를 마주치는 차가 반가울 지경으로 가는 내내 차를 만나질 못했다.
온통 붉게 물든 산 보다 초록을 배경을 깔고서 물들기 시작하는 지금이 오히려 단풍 절정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호수가 무슨 호수인지 그 이름은 잊었지만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물 가까이 걸어간 기억만은 선연하다

저녁 숙소로 몽트랑블랑에서 10킬로에서 15킬로 정도 떨어진 캠프 사이트를 세 군데 정도 찍은 후 출발한 길이었다.  몽트랑블랑 리조트에 묵으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과하고 역시 우리는 차박 체질~ 게다가 코로나에서는 차가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곧 신생아를 만날 예정인지라 여행 내내 극도로 조심해서 왔고 밴쿠버에서 출발 전에 Tdap (파상풍 백일해 디프테리아 주사)까지 맞고 나선 길이지 아니한가.  (Tdap 또는 Dtap은 신생아가 첫 예방접종 맞기 전까지 접촉할 어른이 예방 차원에서 미리 맞도록 권고하는 주사 중 하나다)

미리 찾은 캠프그라운드 세 군데를 순서대로 들러서 판단해 보기로 했다.  내내 오던 좁은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서 빠른 길로 가서 첫번째 도착한 캠프 그라운드 이름은 Boreal 보레알 캠프그라운드였다.  

이곳을 네비가 가리키는 대로 가다보니 바로 고속도로 옆이라 입구 찾기가 쉽지 않고 너무 시끄럽지 않으려나 했는데 막상 도착하고보니 작고 아담한 레이크를 끼고 숲속에 들어앉아있는 캠프장이 바로 마음에 쏙 들어 그대로 지내기로 했다.  하루밤 세금 포함해서 50불 정도.  

체크인 오피스. 허물없는 이웃같은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있었고 다음날 아침에는 상큼한 딸이 지키고 있었다.
캠프로 들어가는 입구다. 키보드에 번호를 누르면 바가 올라가며 나올 때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캠프그라운드 안의 호수
작지만 모래 비치도 있다~ㅎ

아직 저녁이 되기에 시간이 일러 몽트랑블랑 리조트까지 한바퀴 다녀오고자 체크인만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캠프그라운드에서 리조트 까지는 18킬로 거리다.

호텔을 지나고
골프장도 지나고
가는 길에 있는 방문객 센타
리조트 근방이다
다시 캠프장
양옆으로 비어있어 조용했던 우리 자리. 뒤로는 숲속이다.
비가 시작해서 차 속에서 밥하는 중이다. 차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숲을 바라본다.

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단풍 숲을 가슴에 담고서 다시 캠프장에 돌아와 빗소리를 들으며 내린 우리의 결론은, 이 퀘벡 단풍을 두고 떠날 수가 없다~~ 내일 하루로는 부족하니 계속 지내자~~였다.   결국 B17에서 3박 4일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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